[사설] 무엇이 문제인가
[사설] 무엇이 문제인가
  • 승인 2006.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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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내의 쟁점으로 부각된 ‘교원 인사권’ 문제를 보면서 참으로 착잡한 마음 금할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단순히 교원 인사권만의 문제인가, 아니면 그 밑바탕에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깔려 있는 것인가? 우리는 이번의 사태를 엄정하게 받아들여 우리 스스로의 문제를 진단하는 계기로 삼지 않는다면, 미래의 발전을 기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해 보게 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다음의 두 가지 문제만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첫째는 법인과 대학과의 관계이다. 포항공대는 하나의 신화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법인이 대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되, 대학의 운영은 학장(나중에는 총장)에게 일임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신화가 가능했던 것은 당시 포항제철이 ‘국민의 기업’으로 인식되었다는 점, 그리고 직책을 떠나 박태준-김호길 사이에 형성되었던 인간적 신뢰였다. 법인과 대학 간의 수평적 관계와 역할 분담은 당시는 물론 오늘날까지 우리나라 사학의 본보기가 되어 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스스로가 이러한 신화를 버리려 하고 있다. 왜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버리려 하는 것인가? 그렇게 하여 또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법인은 아직까지 이 물음들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법인 이사장의 명의로 포시스에 공지되었던 총장 사표를 반려하는 글에서 느껴지는 인상은, 법인이 대학 구성원들, 특히 교수들을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교수들에게도 얼마간 책임이 있었다는 것을 결코 부인하지는 않고자 한다. 그러나 법인이 진정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법인에 대하여 비판적인 교수들까지도 포용하면서 그들을 대학 발전의 동력으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의사 표현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고는 학문의 발전, 대학의 발전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교수들도 대학 발전에서의 법인의 적극적인 역할을 인정하고 상호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하는데 앞장서지 않으면 안 된다. 법인과 교수, 교수와 법인간의 상호 신뢰와 존중만이 세계 속의 POSTECH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 우리는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총장의 리더십이다. 대학 총장은 말 그대로 한 대학을 대표하는 기관장으로서, 대학 운영 전반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대학의 이름에 걸맞은 학문적 권위와 도덕성을 함께 지니고 있어야만 하는 명예스러운 직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대학 총장들은 사회적 관심과 존경의 대상이 되어 왔다.
우리는 지난 4년간 현 총장의 업적을 이 자리에서 평가하고자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시간이 흐른 다음에 자연스럽게 내려질 일이다. 우리는 또 법인 이사회에서 교원 임면권에 관한 사항이 이사회로 ‘환수’될 때에 총장이 과연 어떠한 판단을 했고 무슨 일을 했는가에 대해서도 묻고자 하지 않는다.
POSTECH이 당면한 과제는 총장이 대학 구성원들로부터 전적인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과연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총장은 최근 에서, “11월 7일의 주임교수들의 단체 사퇴의지 표명과 업무 정지 사태는 부단한 대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어 이에 책임을 통감하고 11월 13일 사직서를 제출 했었지만, 11월 15일에 반려되었습니다. 제가 구성원 여러분에게 명백히 밝히고 싶은 것은 총장에게 주어진 맡은 바 본분을 다하여 지금의 어려운 이 위기를 극복하고 구성원들이 합심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지 총장직에 얽매이려는 뜻은 추호도 없다는 점입니다”라고 했다.

우리는 총장이 그의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문제는 총장의 그러한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지도적 역량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법인과 총장, 그리고 대학의 관계는 지금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이번의 사태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POSTECH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법인과 대학 구성원 모두의 냉철한 이성과 합리적 판단으로 이번 사태가 슬기롭게 극복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