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꿈, 야망, 그리고 비전
[사설]-꿈, 야망, 그리고 비전
  • 승인 2007.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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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우리는 흔히 꿈과 야망을 가지라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떠나면서 성공에 대한 꿈을 꾸고, 야망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사회와 마주하게 된다. 물론 앞으로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할 짐을 지고 있는 젊은이들이 별다른 꿈도, 그리고 특별한 야망도 없다면 그것 또한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꿈’이라는 단어와 ‘야망’이라는 단어의 참 뜻을 되새겨 보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이 지녀야 할 진정한 마음가짐이 과연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꿈이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을 뜻한다. 즉 꿈을 가진다는 것은 실제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말이 된다. 나의 능력이나 내게 허락된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목표를 꿈으로 설정해 놓고 이를 향해 나아갈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본인이 바라던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지나치게 낙심한다던지, 또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무리수를 두게 되어 오히려 자신의 꿈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야망이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야망은 꿈보다 훨씬 공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꿈이 나 자신의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 사항이고,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일반적으로 나 자신의 문제로만 끝나는, 어쩌면 조금은 감상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반면, 야망은 그 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그 파급효과가 미치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정도에 벗어나는 행위를 저지르거나, 다른 사람의 희생 위에 나의 야망을 쌓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우리는 많은 엔지니어 출신의 벤처사업가들이 그릇된 꿈과 야망을 이루려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어 왔는지 잘 알고 있다. 소위 잘 나간다는 벤처기업의 대표이사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회사는 파산지경에 이르게 된 경우가 적지 않다. 코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원조 벤처기업의 대표이사 중 구속되지 않은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꼽힐 정도라는 말까지 있다. 이런 기업가들은 누구보다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꿈도 야무지고 야망도 큰 젊은이들이라는 평가를 받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꿈을 가지고 있었고, 일그러진 야망을 위해 뛰어가던 사람들이었다. 허황된 꿈을 이루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고, 일그러진 야망을 위해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주변 사람들을 밟고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들은 그 과정에서 지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더 과거로 돌아가 보면 역사에 오점을 남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허황된 꿈이나 그릇된 야망을 품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히틀러가 그렇고 진시황이 그렇다. 물론 이들이 자신의 꿈과 야망을 이루려 애쓰는 과정에서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도 이들이 의로운 삶을 살았다고 이야기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하면 된다”는 구호 하나로 가난을 면키 위해 온 백성이 들고 일어났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일에 따라서는 해도 안 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해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목표로 살아야 한다고 말해 주어야 하는가? 여기에 적합한 단어가 바로 ‘비전’이라는 단어인 것 같다. 삶에 대한 비전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꿈과 다르고, 희생양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야망과도 다르다.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100대 기업에 드는 기업을 일구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꿈이거나 야망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로 사업을 일구어 사회 발전에 공헌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전이다. 물론 이 두 가지 목표가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그 과정이 매우 유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이나 야망이 아닌 올바른 비전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경우, 허황된 목표를 위해 무리수를 두던지, 오로지 야망의 성취만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행위로부터는 멀어질 수 있다.
최근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엔지니어나 과학자들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사례들을 보아왔다. 비단 위에서 언급한 사업가들 뿐 아니라 학문적, 도덕적으로 가장 깨끗해야 하는 교수들마저도 타인의 논문을 표절하거나 연구 결과를 왜곡하는 등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행동 모두가 나의 능력을 벗어나는 꿈이나 나의 욕심을 채우는 수단으로서의 야망이 아니라 올바른 비전을 가졌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라고 생각된다.

적어도 우리대학 졸업생들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사회 전체를 배려하는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한다. 적어도 우리대학 출신 사업가가 불미스러운 일로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적어도 우리대학 출신 교수가 논문 표절이나 데이터 조작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적어도 우리대학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이 정도의 모범은 보여주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