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으로 신문을 만드는가?
무슨 생각으로 신문을 만드는가?
  • 정민우 기자
  • 승인 2008.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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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옛 이야기부터 요즘 이야기까지 끊이지 않았고, 그러던 중 친구 역시 대학신문 기자 활동을 했던 적이 있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대학신문으로 넘어갔다. 우리는 신문 제호부터 신문사에서 밤새는 빈도까지 그야말로 신문사 ‘기자생활’을 서로에게 물으며 시간을 보냈다.

친구와 헤어진 뒤 계속 생각나는 친구의 질문이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신문을 만드느냐는 질문이었다. 그 때 기자는 제대로 답을 못했던 것 같다. 그때그때 주제 선정하고, 마감에 맞춰 기사 쓸 때의 고역 등을 이야기하면서 정신없이 신문을 낸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기치’에 충실하려 노력한다는 친구의 대답에 기자는 부끄러웠다.

처음 수습기자부터 정기자·부장까지 짧은 시간에 많은 직책을 거치며 지난 2년간 신문사와 함께 했다. 그 기간 동안 신문사의 기치인 ‘아카데미즘이 담긴 신문’, 우리 기자단의 기치인 ‘많이 읽는 신문’을 내기 위해 노력했는가 하는지는 솔직히 변명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수습기자의 변을 쓰면서 가졌던 초심도 아련하다. 그런가하면 독자투고, 제언, 독자와의 약속 등 어떤 형식으로라든지 동문·교직원·학부모 등 많은 계층의 독자들의 요구에 충분히 응하기 위해 노력했는지도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매호 신문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음은 분명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신문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결여되었다는 느낌이 앞선다. 문득 시간이 기자를 이 자리에 앉혔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심념은 지난 신문을 보며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겨울방학 중 신문사 동계교육을 거치며 지난 신문을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큰소리치던 선배들이 만든 신문은 물론 기자가 만든 신문을 보며 한 기사마다 취재과정과 편집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추억도 잠시, 곧 안타까움이 추억을 잠식했다.

지난 1년 동안 기자가 맡은 면은 간단한 기사부터 커다란 기획의 틀까지 처음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은 것들이 종종 있었다. 그때 당시는 어떻게든 신문을 만들기 위해 급급했었다. 기획기사는 생각만 많을 뿐 변죽을 울리는데 그치고, 처음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그 당시 할 수 있었던 것을 좇는데 그쳐 깊이 있는 내용을 담아내지 못했다. 이런 기사들은 신문에 대한 생각이 부족해서 빚어진 결과이다. 그때의 단상만 좇지 말고, 어떤 신문을 만들겠다고 깊이 생각했다면 기획의 틀부터 기사 역시 생각에 준해 조금 더 양질의 기사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이번 학기는 다를 것이다. ‘기치’에 충실하고 보다 깊이 있는 신문을 만들겠다는 기자의 생각이 확실하고, 더불어 공석이었던 편집장이 선출되고, 부장겵ㅁ袖?등의 체계가 확실히 잡혀 작년처럼 인력난에 허덕여 정신없이 신문을 만들 걱정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신문은 작년보다 많은 기자단과 방학 때부터 준비한 여러 기획 아이템 및 새로운 섹션으로 독자를 찾아갈 것이다.
독자들 역시 다시금 우리 신문에 기대를 바라며, 기대에 부합하지 않을 시 가차 없는 비판을 바란다. 이 자리를 빌어 지난 1년 독자들이 기자에게 요구했던 사항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심심치 않은 사과를 전하며, 신문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할 때만 신문을 보내겠노라고 한 군북무 중인 신문사 동기와의 약속이 매호마다 지켜지게 되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