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불만의 새로운 모습, 리젠티즘
직장 내 불만의 새로운 모습, 리젠티즘
  • 이재현, 강호연 기자
  • 승인 2024.06.12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장에 불만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리젠티즘’이 유행하고 있다(출처: Pixabay)
▲직장에 불만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리젠티즘’이 유행하고 있다(출처: Pixabay)

주어진 업무 범위 안에서만 일하고 초과근무를 거부하는 ‘조용한 사직’ 현상이, 직장에 대한 불만과 반감을 느끼는 ‘리젠티즘(Resenteeism)’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젠티즘은 업무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함에도 경제적 불안과 구직에 대한 두려움으로 직장을 쉽사리 그만두지 못하는 상황을 묘사하는 신조어다. 

리젠티즘은 어떻게 시작됐나

리젠티즘은 프리젠티즘(Presenteeism)에서 파생된 단어로, 프리젠티즘은 생산성이 심각하게 저하된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일을 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리젠티즘은 여기에 분개한다는 뜻의 리젠트(Resent)가 합쳐진 합성어로, 직장에서의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현재의 직장에서 떠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리젠티즘은 코로나19 사태와 불안정한 세계 정세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발생하며 시작됐다. 특히 지난해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며,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낮은 회사 생활의 만족도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했다. 영국의 전문 인적자원관리 단체인 CIPD가 인사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76%가 조직에서의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CIPD는 정신적인 부담에도 불구하고 생활비 상승과 같은 외부 요인이 현재 직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며 그 원인을 밝혔다.

리젠티즘, 우리나라의 상황은

KBS의 ‘청년층 퇴사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최근 2년 이내 자발적 퇴사를 경험한 20~30대 남녀 200명 중 71.5%가 ‘나는 언제든 퇴사를 결정할 수 있다’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는 많은 수의 청년층 인구가 언제든 퇴사할 수 있고, 조직을 떠나는 것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생각을 기본 전제로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같은 조사에서 ‘퇴사하면 연상되는 단어와 퇴사에 대한 이미지’에 대한 문항에 대해서는 △자유(19.0%) △해방(7.0%), 휴식(5.0%) 등 긍정적인 연상 응답이 △불안(3.0%) △백수(2.5%) △힘듦(2.0%) 등과 같은 부정적 연상 응답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즉, 20~30대 청년층에서는 퇴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높다.

또한 종합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의 직장인 3,293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78.5%, 30대의 77.1%가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는 40대(59.2%)와 50대(40.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싫어하는 일을 참으며 월급 이상으로 일했던 과거의 직장인 세대와 달리 청년층은 정당한 보상이 따르지 않는 추가 노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청년층은 일과 일상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업무에 대해 불만이 생기면 언제든 퇴사를 마음먹으며, 퇴사를 어렵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리젠티즘의 원인과 영향력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에 따르면 2021년 퇴사자 3,400만 명의 퇴사 원인을 분석한 결과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요인이 ‘악성 조직문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악질 관리자 △존중 부재 △공정성 결여 △비윤리 등의 악성 조직문화로 인해 직장인들이 조직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가지는 것이다. 이런 원인때문에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져 퇴사를 결심하지만,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직장은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 리젠티즘을 불러일으켰다. 

리젠티즘은 조용한 퇴사와 달리 적극적으로 자신이 가진 불만을 표출하기 때문에 주변으로 쉽게 확산될 수 있다. 또한 리젠티즘으로 인해 근로자와 고용주 사이의 신뢰가 저하될 수 있으며, 이는 구성원의 헌신 정신과 의욕 저하, 업무에 대한 집중력 감소 등으로 이어져 조직 전체의 성과에 큰 타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

리젠티즘 해결방안, 결과와 전망

리젠티즘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이 속해있는 조직과의 공동 문제이므로 함께 리젠티즘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복리후생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을 통한 직원 만족도 향상 △직원들의 불만을 경청하는 등의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소통 △개인의 성장 및 역량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제공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조직 문화 개선 등을 위한 조직의 노력이 필요하다. 개개인은 조직을 생계 수단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 동료와의 협력을 통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여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한 조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소통의 기회를 늘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 가는 것이 리젠티즘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