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인권] 대학원생 인권 문제를 파헤치다
[대학원생 인권] 대학원생 인권 문제를 파헤치다
  • 김건창 기자
  • 승인 2018.03.07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원에서는 구성원 간 수직적인 관계가 중시되고, 이는 대학원생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대학원생 인권 문제를 예방하거나 올바른 사후 대처를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힘든 실정이다. 포항공대신문은 국내 대학원 사회가 적절한 태도로 인권을 대하는 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번 ‘대학원생 인권’ 특집을 기획했다. 두 차례의 설문조사와 인터뷰는 우리대학 대학원생들이 겪는 인권 문제의 분명한 흔적을 남겼고, 타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은 우리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가해자는 대부분 교수, 신체적·금전적 피해보다는 정신적 피해가 잦아
포항공대신문이 지난해 9월에 실시한 대학원생 대상 설문조사, ‘공대 사회 속 부당한 대우’에는 총 91명이 참여했다. ‘대학원 재학 중 부당한 일을 겪은 경험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57명(62.6%)이 그렇다고 대답했고, 나머지 34명(37.4%)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앞선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이들 중에서, ‘누구에 의해서 부당한 일을 겪으셨습니까?(중복 응답 가능)’라는 질문에 각각 46명(80.7%)이 교수, 24명(42.1%)이 학생이라고 답했다. 이른바 인권 문제의 ‘가해자’로 대부분이 교수를 지목한 것이다. 이외 적은 수의 인원이 교수의 손님, 교직원 등으로 답했다.


역시 첫 답변에 그렇다고 대답한 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피해를 겪으셨습니까?(중복 응답 가능)’라고 질문한 결과 폭언, 조롱 등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고 응답한 사람이 46명(83.6%)으로 가장 많았다. 이외 인건비 부당 집행 등과 같은 금전적 피해를 보았다고 응답한 사람이 23명(41.8%)이었고, 구타, 업무량 과다 등 신체적 피해를 보았다고 응답한 사람이 9명(16.4%)이었다. 소수 응답으로는 연구 업적 관련 비리 등이 있었다. 피해를 겪은 학생 중 대다수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한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응답자가 구체적인 사례를 제보했다. 연구실 인원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개수 혹은 양의 연구과제를 수주해 학생들이 혹사당하고 있으며 교수가 학생에게 당연하게 지급해야 하는 인센티브 없이 과제를 수행하라고 지시하는 사례, 하루 대부분을 연구실에서 보내거나 주말 내내 출근을 강요하는 등 교수가 연구실 출퇴근 시간을 지나치게 설정하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결근한 학생에게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례가 있었다. 제보자들은 대학원생 인권이 발전해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대학원생이 근로자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재 상황이 부당하다는 것, 연구실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로 학생이 학업을 중단할 때 그 이유를 대학원의 구조적 문제가 아닌 해당 학생의 나약함 때문으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이 있었다.

 

학업을 볼모로 한 교수의 성 비위, 대응하기 힘든 학생

여러 대학에서 지도교수가 학생을 성희롱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대학에서도 수년 전 이런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대학원생 A 학우는 당시 우리대학에 파견교수로 부임했던 지도교수에게서 성추행 및 성폭력 시도를 당했다. A 학우는 이를 경찰에 신고해 1, 2, 3심 모두 승소하고 해당 교수는 해임됐다. 해당 교수는 A 학우뿐만 아니라 연구실에 소속된 다른 학생들도 성추행했고, 이로 인해 해당 연구실 소속의 대학원생들은 학업과 연구 활동에 지장을 겪었다.


A 학우는 대학원 입학 후 지도교수로부터 받은 지속적인 성희롱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교내 상담센터를 방문해 해당 상황에 대해 도움을 요청했다. 상담센터를 통해 심리적인 도움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지도교수를 경찰에 신고하고 법적 공방과정에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는 등의 과정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A 학우가 상담센터에서 상담한 일지가 법적 효력을 가지는 증거로 채택됐고, 상담센터는 A 학우에게 위계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요구에 거절하는 방법과 학생이 대학원을 자퇴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알려줬다. 이를 통해 A 학우는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아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고, 지도교수로부터 발생하는 여러 부당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A 학우는 교수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것뿐만 아니라, 사건 이후 교수의 주변 사람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았다. 또한, 약 3년에 걸친 법적 공방으로 인해 대학원생이 수행해야 하는 연구 활동에 지장을 받는 2차 피해도 함께 겪었다. 이뿐만 아니라, 지도교수의 법적 공방 및 징계로 인해 해당 연구실 소속의 다른 대학원생들이 소속 연구실을 옮기는 과정에서 연구 활동에 지장이 생기고 학위 취득 일정이 미뤄지기도 했다.


특히 A 학우는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는 가해자가 한없이 강력해보입니다. 또한 가해자에게 저항하거나 신고하면 더욱 심한 2차 피해를 입을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상담센터와 주변의 도움으로 상황으로부터 한 발짝 빠져나와 내가 겪은 일들을 되돌아보니, 왜 진작에 신고하지 않고 내 스스로를 더 많은 피해에 노출시켰나 아쉬움이 듭니다. 가해자의 ‘이 바닥 좁다’라는 말이 이전에는 나에게 하는 협박처럼 들렸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말은 가해자 본인에게 적용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혹시 고통받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한시라도 빨리 신고하여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고 행복해지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연구실 선배라는 힘, 당할 수 밖에 없는 후배

학위 취득 과정에서 같은 연구실에서 몇 년간 함께 생활하는 대학원생의 특성상 선-후배 간의 인간관계도 대학원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과정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고 이로 인해 고통을 겪는 대학원생들의 사례도 존재한다. 하지만 학위와 자신의 향후 진로가 걸려있는 대학원 생활에서 대학원생들이 스스로 연구실 내부의 부당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쉽지 않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업과 관련된 2차 피해를 걱정하기 때문에 많은 대학원생들이 소극적으로 대처하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실에서는 교수를 대신하여 학생 내부의 연구 활동과 학생 생활, 교수-학생 간의 의사소통을 조율하는 대학원생을 랩장이라는 직책에 임명하여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대학 ㄱ 연구실에서는 연구실의 랩장 B 학우로부터 학생들이 지속해서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뿐만 아니라 B 학우로 인해 ㄱ 연구실의 특정 학생은 연구실의 다른 구성원에게 인사를 받지 못하거나 노골적인 무시를 당하는 상황을 겪었다.


ㄱ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은 B 학우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사소한 잘못으로 인해 지속해서 욕설을 듣거나 과격한 행동으로 인해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상황을 겪었다. 이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고 자퇴를 결정한 학생도 있었으며, 연구실에 나와 연구를 진행해야 하나 출근하지 못하고 지도교수와의 정기 연구 미팅을 제외한 다른 연구실 활동을 전혀 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또한, 해외 학회 참석에서도 B 학우는 자신이 친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대학원생에게 우선적으로 학회 참석을 권하기도 했다. 결국 ㄱ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은 학업 지속과 더불어 계속되는 폭언을 피하고, 연구실 내부의 불미스러운 상황을 해결하고자 여러 시도를 했으나 B 학우는 랩장과 높은 연차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지속해서 연구실 구성원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다.

 

교수가 학생에 폭언과 부당한 요구를 일삼기도

이미 학업과 실험 등으로 인해 육체적으로 많이 지친 대학원생들이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받게 된다면 그들의 남은 대학원 생활은 녹록지 못할 것이다. 교수가 학생에게 폭언을 일삼고 터무니없는 부당한 요구를 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아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게 된다. 우리대학 ㄴ 연구실의 C 교수가 해당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에게 자주 폭언을 일삼고, 금전적 피해를 가하고 논문의 저자를 임의로 바꿔 작성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제보자에 따르면, C 교수는 대학원생의 발표가 미흡하거나 제출한 데이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것밖에 못 하냐’, ‘왜 더 열심히 하지 않느냐’라며 짜증을 냈다. 해당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주로 폭언을 했는데, 해당 학생에게 부모님에 대한 폭언을 하거나 학생을 장애인에 비유하며 인신공격을 하는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을 했다. 심지어는 연구비 지원을 못 받은 것을 대학원생들의 실력 부족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습관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폭언은 해당 연구실 대학원생 모두에게 미팅 때마다 지속해서 자행됐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폭언 외에도 학생들에게는 부당한 요구가 잇따랐다고도 전했다. 교수 본인의 수업 시간에 대학원생에게 무보수로 대리 수업을 맡겼으며, 대학원생들의 출장비나 학회에서 받은 상금의 일부를 반납토록 했다고 말했다. 또한, 교수가 전혀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논문 저자 목록에 추가하거나 실제 실험을 수행한 사람을 저자 목록에서 제외했다는 저자권 훼손에 관한 증언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연구실 구성원이 괴로워했고 몇몇은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보자에 따르면, 해당 대학원생들은 불이익이 있을 것을 우려해 많은 경우에 불만을 표출하지 못했고, 불만 사항을 말해도 전혀 수용되지 않았을뿐더러 후에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했다. 심지어 해당 연구실 대학원생 중 절반 이상이 학위를 포기하고 그만뒀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대학원생들의 진로와 미래가 지도교수 한 분의 지도와 승인에 달려있어 불합리한 상황에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라며, “도움을 요청하고 문제를 해결해줄 기관도 없어 참고 견디거나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라고 말했다.


위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세계 일류의 연구자를 키워내는 요람이 되어야 할 우리대학 대학원에 구시대적 관념이 잔재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연구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나, 소수라도 실제 피해가 있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