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3건)

과학기술은 인류가 처한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게 해주었다. 이 사실을 묘사할 때, 우리는 ‘싸움’, ‘정복’ 등의 단어를 사용한다. 이 단어들은 기아와 질병 같은 역경들과 인간이 싸워 승리했다는 표현인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 표현은 조금 어색하다.싸움엔 서로 의지를 거스르는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과학기술의 경우 그 과학기술이 적용되는 대상은 ‘자연(自然)’이고, 그 자연은 문자 그대로 그냥 거기에, 자기(自)의 원리에 따라 그렇게(然) 있는 것이지 어떤 의지를 갖추고 인간과 싸움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생각해보면, 과학기술과 그 과학기술이 적용되는 자연 간에는 어떤 대립도 싸움도 없다. 특정 물질에 생명체는 이렇게 저렇게 반응할 뿐이고, 힘을 가하면 물질은 이렇게 저렇게 변형될 뿐이지, 그 생명체나 물질이 자신의 의지를 고집하거나 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은 결코 아니다.다만, 과학기술을 소유한 사람이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그 과학기술의 사용을 제한할 수는 있다. 이 경우, 그 과학기술을 가진 자는 못 가진 자가 그 과학기술을 사용할 것인지 말지를 결정할 권리, 곧 힘을 갖게 된다. 이런 경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있을 수 있는 의지의 충

노벨동산 | 장수영 / 산경 교수 | 2018-03-28 13:21

수학적 사고는 우리에게 매우 유용하다. 수학적 사고 덕분에 현대 과학기술 문명이 꽃피웠고, 우리는 그 문명의 열매를 향유한다. 그런데 그 열매의 향유가 공짜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사실 깊은 생각 없이 수학을 생각하면, 수학은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과 같은 ‘조용한’ 명제들의 집합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조용하다’는 형용사를 사용한 것은 그 명제들이 어떤 주장도 담고 있지 않으며, 어떤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려 하지도 않는 듯 하다는 뜻에서 선택한 말이다. 도대체 수학이 무슨 주장과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수단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습긴 하지만 따끔한 진실을 담고 있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현대 기술과 오늘날의 대중문화에 대한 까칠한 비평으로 유명한 닐 포스트만(Neil Postman)은 “미국인들이 현대 기술에 대한 사랑에 빠져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라고 탄식한 적이 있다. 사실 매우 유용한 도구나 연장은 그 주인의 사랑을 받는다. 그것을 어찌 나무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모든 사랑이 그렇듯

여론 | 장수영 / 산경 교수 | 2010-05-05 00:03

짝퉁 액세서리, 짝퉁 티셔츠, 짝퉁 헨드폰, 이젠 짝퉁 자동차까지 있는 세상이다. 거의 모든 명품은 십중팔구 어디엔가 짝퉁이 있다. 그러다 보니 “짝퉁이 있어야 명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 그런지 삼성 헨드폰, 현대 자동차의 짝퉁들이 유통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해당 한국 기업들이 입게 될 피해가 적잖이 걱정이 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뿌듯하다. 이제는 우리도 명품을 만드는 나라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가 보다. 그런 정서 때문일까? 한국 대표 상품을 모방하는 중차대한 사기 사건을 보도할 때 ‘불량 유사품’, ‘위조품’이라는 ‘무거운’ 단어보다 ‘짝퉁’이라는 ‘깜찍한’ 느낌의 단어가 월등히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을 본다. 사실 짝퉁은 애초부터 짝퉁이라 드러내놓고 있거나 숨기고 있더라도, 너무 늦지만 않게 짝퉁임이 드러난다면 그리 걱정할 만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한국의 수출산업 발전 초기에 ‘Made in Korea’를 달고 세계로 처음 수출된 제품들은 사실 “모양과 질에서 진품과 거의 같지만, 가격은 월등히 저렴한 짝퉁입니다”라고 처음부터 알리고 나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경우는 크게 문제삼을 것도 없다. 또한 짝퉁임을 숨겼더라

여론 | 장수영 / 산경 교수 | 2006-04-1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