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 Zika 바이러스
학술 - Zika 바이러스
  • 이승철 / 기계 통합
  • 승인 2016.04.0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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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의 흡혈 유동 관찰하여 질병 전달 능력 예측
옛말에 견문발검(見蚊拔劍)이라는 말이 있다. 모기를 보고 칼을 뽑는다는 뜻으로, 사소한 일에 큰 대책을 세우거나 과하게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72만 명 이상이 모기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다고 하고, 중남미에서 나타난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성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과학의 발전으로 모기와 이들이 매개하는 질병들의 상관관계가 밝혀지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모기를 보고 칼을 뽑지는 않더라도 더 이상 모기를 사소한 것에 빗대기는 힘들 것 같다.
모기는 일본뇌염, 말라리아, 사상충, 뎅기열, 황열병 그리고 지카 바이러스 등과 같은 질병을 매개하는 곤충이다. 모기가 퍼뜨리는 질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모기가 병원균을 전달할 때 영향 주는 요인들을 상세하게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병원균의 전달은 모기가 피를 빨아먹는 과정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모기의 흡혈 현상과 병원균의 전달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모기의 흡혈을 정량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기존의 연구들은 모기가 병원균을 퍼뜨리는 데에 영향을 주는 생리학적인 요인들을 파악하는 데에 주로 집중하고 있으며, 모기의 혈액 흡입 능력과 질병 전달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다.
성충의 모기는 액체로 된 음식물을 빨아먹으며 살아가는데, 특히 암컷 모기의 경우 산란기에 알을 낳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위해 혈액을 빨아먹는다. 이를 위해 암모기는 빨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침(proboscis)과 머리 내부에 위치한 두 개의 직렬연결된 근육 펌프(cibarial pump, pharyngeal pump)를 가지고 있다 (그림 1a).
이들 펌프는 주기적으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면서 침을 통해 혈액을 빨아먹는다. 펌프가 팽창하면서 만들어지는 음압으로 인해 침을 따라 혈액이 펌프 내부로 빨려 들오며, 들어온 혈액의 대부분은 펌프가 수축할 때 모기 내부의 소화기관으로 보내지고, 소량은 다시 침을 거쳐 흡혈 대상 쪽으로 방출된다. 따라서 침의 내부에서는, 펌프가 팽창하는 동안은 펌프 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흡입 유동이 관찰되고 펌프가 수축하는 동안은 바깥쪽으로 방출되는 유동이 관찰된다(그림 1b).
한편 모기는 흡혈 과정에서 타액관을 통해 혈액의 응고를 막는 타액을 흡혈 대상에 주입하는데, 이 타액관은 혈액의 흡입이 일어나는 침 바로 옆에 있다(그림 1a). 이로 인해 흡혈 대상의 내부로 주입된 타액의 일부는 혈액과 함께 침 내부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감염된 모기의 경우 타액에 병원균이 들어 있기 때문에 흡혈은병원균의 전달에 영향을 준다.

최근 우리대학 이상준(기계) 교수 연구진은 마이크로 입자영상유속계 (micro-Particle Image Velocimetry) 기법을 이용하여 아과(subfamily)가 다른 토고숲모기(Aedes togoi)와 중국얼룩날개모기(Anopheles sinensis)의 암컷이 액체를 흡입하는 동안 침 내부에서 일어나는 유동 현상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이것이 병원균의 매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바 있다.

연구진의 결과에 따르면 두 암모기들은 액체를 섭취하는 동안 침 내부에서 주기적인 흡입과 방출을 반복하는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그림 1b). 그러나 한 주기 동안 섭취한 양과 방출한 양을 비교한 결과, 섭취량에 대한 방출량의 비는 토고숲모기가 중국얼룩날개모기에 비해 컸다(그림 2a). 병원균이 타액을 통해 흡혈 대상으로 주입되었다가 흡혈로 인해 다시 모기 쪽으로 돌아오는 병원균의 재섭취 현상은 병원균의 전달에 영향을 준다. 섭취량 대비 방출량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토고숲모기는 병원균을 재섭취하는 비율이 중국얼룩날개모기에 비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두 종의 암모기가 액체를 흡입하는 동안 측정한 침 내부의 벽 전단응력 (wall shear stress)을 분석한 결과, 토고숲모기의 벽 전단응력 값이 중국얼룩날개모기에 비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벽 전단응력이 높다는 것은 혈관에서 혈구들을 떼어내어 빨아먹기에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병원균에 감염된 혈구들은 감염되지 않은 정상 혈구들에 비해 점착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벽 전단응력 값이 높은 토고숲모기가 중국얼룩날개모기에 비해 감염된 혈구를 섭취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은 두 모기가 흡입한 말레이사상충 (B. malayi microfilariae) 의 개수와 감염률을 측정한 선행 연구결과와 부합하였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암모기의 액체 섭취 유동의 특성과 질병 매개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데에 그 의의가 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다룬 토고숲모기는 지카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이집트 숲모기 (Aedes aegypti)와 가까운 종에 속하고, 중국얼룩날개모기의 경우 사람에게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본 연구가 향후 이들 질병의 매개를 연구하고 막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