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법 개정안으로 확률형 아이템 막는다
게임법 개정안으로 확률형 아이템 막는다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04.1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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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감미료를 이용해 설탕을 대체한 제로 식음료(출처: 이미지투데이)
▲해외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출처: 이데일리)

지난 2월 27일,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골자로 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게임법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게임사가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를 법으로까지 규제해야 했을까. 

 

논란이 된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되는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가 미리 정해둔 확률에 따라 구할 수 있는 게임 아이템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아이템은 게임 내에서 유료로 판매되기 때문에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따라다녔다. 게임 이용자는 아이템을 구매하기 전까지는 내용물을 미리 확인할 수 없고, 무작위로 아이템을 받게 된다. 모든 아이템 획득 확률의 합이 100%만 되면 되기 때문에, 가장 낮은 등급의 아이템 획득 확률을 약 15%, 가장 높은 등급의 아이템 획득 확률을 약 0.0003%까지 설정해 놓는 극단적인 경우도 생겼다. 이용자가 원하는 아이템의 획득 확률은 매우 낮게 설정해둬,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구매하도록 만들었다. 

지나친 결제 유도로 도박성 콘텐츠와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과 동시에, 게임사가 이용자를 기만하는 사례도 생겼다. 넷마블의 ‘몬스터 길들이기’는 일부 아이템의 뽑기 확률이 1% 미만이라고 표시했지만, 실제 확률은 0.0005~0.008%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500만 원, 과태료 1,500만 원을 부과했다. 

 

일찌감치 칼을 빼든 다른 국가들

다른 국가에서는 이미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에 심각한 문제를 느끼고 규제 법안이 만들어졌다. 먼저, 유럽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노르웨이 소비자위원회(NCC)는 △왜곡되고 불분명한 확률 △소비자를 기만하는 게임 구조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과금 유도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NCC는 게임사들이 아이템의 확률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도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법 규제 대상’이라 규정하기로 했다. 각국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보고서를 내놓으며 규제에 들어선 것이다. 이미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 각국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금지하거나,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규제가 이뤄진다. 일본은 게임사의 자율적 규제에 이어 지난 2020년부터 법적 규제를 통해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해왔다. 컴플리트 가챠는 여러 확률형 아이템을 빠짐없이 모두 모아야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뽑기 시스템을 의미한다. 중국은 확률형 아이템 판매는 허용하나, 엄격한 정보 공개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확률형 아이템

우리나라에서 관련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5년부터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사들이 스스로 아이템 획득 확률을 공개하도록 자율규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데다가, 편법적 확률 공개로 소비자들을 속일 수 있다는 허점이 있었다. 유료 아이템에 대해서만 확률 공개를 하도록 해, 유·무료 아이템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방식이 사용됐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 2021년 일어난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사건’이다.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에는 아이템에 다양한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추가 옵션이 존재한다. 과거부터 추가 옵션 간 확률이 동일하지 않다는 말이 있었지만, 메이플스토리 측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여론이 생기자 이를 의식한 듯 운영진 측은 앞으로 추가 옵션을 동일한 확률로 설정한다는 공지를 발표했다. 이용자들은 지금껏 확률이 동일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개하며 트럭 시위를 진행했고, 이 사건을 시작으로 다른 게임사들의 확률 공개 논란까지 불거지자 정치권에서도 이를 주목했다. 지난 20대 대선 여야 후보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공약을 내세우는 등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에 힘이 실리게 됐다.

 

게임법 개정안의 미래

곧 시행되는 게임법 개정안은 게임 홈페이지 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표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는 하위법령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국내 게임사는 최근 ‘탈 확률형 아이템’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을 원천적으로 도입하지 않으며 이용자들의 마음을 잡으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곧 시행될 게임법 개정안에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개정안이 국내 게임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해외 게임사들은 규제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해외 게임사의 확률 공개를 끌어내기 어려우며, 게임사가 확률 정보를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주기적으로 검증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단순한 정보 공개를 넘어 확률형 아이템에 얽힌 실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법 개정안 시행 후 보완책을 착실히 마련해, 이용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