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급증, 방 안으로 숨어든 청년들
은둔형 외톨이 급증, 방 안으로 숨어든 청년들
  • 소예린 기자
  • 승인 2023.03.0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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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조사 결과, 국내 고립 및 은둔 청년 추산 규모는 약 61만 명으로 나타났다(출처: 연합뉴스)
▲서울시 조사 결과, 국내 고립 및 은둔 청년 추산 규모는 약 61만 명으로 나타났다(출처: 연합뉴스)

일본 사회만의 문제라고 여겨져 왔던 은둔형 외톨이가 최근 국내에서도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는 장기간 자신의 집이나 방에 틀어박혀 사회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다. 지난 1월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취업난과 심리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서울 청년 100명 중 4.5명이 자신의 집이나 방에서 나오지 않고 사회와 단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실직 △취업의 어려움 △인간관계 등 심리적·정서적 원인에 의해 많은 청년이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의 특성상,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되는 은둔형 외톨이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에서 유래한 용어로, 1990년대 일본 버블경제 붕괴를 기점으로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며 그 수가 급증했다. 현재 일본의 은둔형 외톨이는 중장년층까지 이어지며 80세 부모가 50세 자녀를 먹여 살린다는 ‘8050문제’로 확대됐다. 이처럼 한 번 은둔하게 되면 다시 사회로 진출하기 어려워, 청년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 활동이 활발한 시기를 통째로 은둔하며 보내버리기 쉽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진행한 ‘고립, 은둔 청년 실태 조사’ 결과, 서울에 거주 중인 만 19~39세 청년 표본 중 고립 및 은둔 비율은 약 4.5%로 나타났다. 해당 비율로 추정한 서울 은둔형 외톨이 수는 13만 명, 전국으로 확장하면 약 61만 명에 달한다. 또한, 재작년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일할 의지 없이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는 이들을 의미하는 ‘니트족’의 수가 8.4%에 달했다. 니트족은 구직 활동을 거부하지만, 사회 활동이나 대인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은둔형 외톨이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니트족이 사회 활동을 끊게 되면 은둔형 외톨이로 쉽게 발전하는 등 은둔형 외톨이와 니트족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된다. 따라서 니트족의 수만큼 은둔형 외톨이가 계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들이 고립·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계기는 실직 또는 취업난이 45%로 1위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심리적 갈등을 겪거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도 많았다. 또한, 이들은 성인기 전후에서 경제적·정서적으로 불안한 시간을 보낸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락중 행복 코디네이터 책임교수는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에서 소외된 이들의 경제적 지원과 일상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치유 프로그램과 지원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며 은둔형 외톨이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및 지자체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은둔 당사자는 은둔을 개인적 문제라고 생각하며 자책해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됐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중년 은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데, 한국은 일본과 달리 1인 가구 수가 많아 더욱 심각하다. 서울에서 △취업 실패 △사업 실패 △실직 △이혼 등을 겪더라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1인 가구로 살며 은둔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는 혼자 사는 사람이 사고나 질병 등으로 사망한 뒤 일정 시간 후 시신이 발견되는 ‘고독사’의 증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독사의 52.1%가 중·장년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과 노년층 사이에 낀 이들의 은둔 문제는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은둔형 외톨이는 고독사나 극단적 선택을 비롯한 여러 파생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이들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은둔 청년의 자립 지원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 7월 ‘광주광역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를 전국 최초로 개설했다. 은둔형 외톨이 △전문 교육과정 운영 △지원 네트워크 구축 △수용성 확대 등 은둔형 외톨이의 회복력 강화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목표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은둔 청년들을 위한 소통 플랫폼인 ‘두더지땅굴’도 주목받고 있다. △두두아파트 △두두앙케이트 △두두자립생활 △두두테스트 △상담 및 자조 모임의 5개 카테고리로 이뤄진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 중이며, 많은 청년이 이곳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등 도움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안 무서운 회사 등 다양한 단체가 은둔형 외톨이를 돕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 체계는 부족한 실정이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지난 1월 서울시 조사 이전까지 없었으며, 중년 은둔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아직 부실하다. 방치돼왔던 은둔형 외톨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펼치는 등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은둔형 외톨이 자신도 사회와 소통하고 연결되고자 노력해야 하며, 우리 사회는 언제든지 이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