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 40주년, 이모티콘을 돌아보자
이모티콘 40주년, 이모티콘을 돌아보자
  • 소예린, 조원준 기자
  • 승인 2022.11.13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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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서 선보인 AI 기반 아티스트 ‘틸다’(출처: 경향신문)
▲인종 다양성을 반영한 이모티콘(출처: THE JOONANG)

세계 최초의 이모티콘이 온라인에 등장한 지 40주년이 됐다. 지난 40년간 이모티콘은 온라인 대화에서 비언어적 표현과 감정을 나타내는 데 활발히 사용돼왔다. 이모티콘은 이제 현대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이모티콘은 1982년 9월 19일 미국 카네기멜런대 온라인 게시판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컴퓨터공학과 교수 스콧 팔먼은 “인터넷에서 텍스트만 사용하던 시대에서는 몸짓과 표정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농담 여부를 가려내기 어려웠다”라며 온라인 대화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그래서 팔먼 교수는 ‘:-)’와 같이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기네스북에서 인정된 최초의 디지털 이모티콘은 팔먼 교수의 이모티콘이지만, 100여 년 전부터 이모티콘이 존재했다는 주장도 있다. 링컨 대통령 연설문 중에 ‘laughter’ 단어 옆에 붙은 ‘;)’가 최초라는 설과 미국의 풍자 잡지인 ‘Puck’에서 모스 부호를 이용한 네 가지 표정을 나타낸 것이 최초라는 설이 있다.

이모티콘은 감정(Emotion)을 기호(Icon)로 표현한 것이 시초였다. 따라서 처음에는 글자와 부호를 조합해 사용했지만, 점차 그래픽을 활용한 2세대와 움직이는 그림의 3세대 방식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전체적인 이미지를 활용하는 이모지(Emoji)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림에 소리와 움직임이 더해진 형태이다. 이모지는 온라인상에서 표현할 수 없는 △바디랭귀지 △억양 △목소리 크기 △눈맞춤 등의 비언어적인 표현을 대신한다. 즉, 언어와 문자만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제공하며,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한 대학의 게시판에서 시작된 텍스트 몇 개가 이모지의 형태로까지 발전하면서 온라인에서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고, 현재 전 세계를 책임지는 디지털 의사소통의 핵심으로 확산했다.

이렇게 활용도가 높은 이모티콘은 세계로 퍼지고 있다. 이에 맞춰 세계적인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 이모티콘의 다양한 개선과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유니코드 컨소시엄은 한때 이모지 선정 과정에서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장애 여부 등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5가지 피부색으로 세분화한 이모티콘과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성별을 표시한 이모지를 발표했다. 지난 2019년에는 장애인과 관련된 이모지를 만드는 등 차별 없는 문화가 되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한국에서도 스마트폰과 SNS의 대중화로 이모티콘이 알려졌다. 특히 메신저 ‘카카오톡’의 등장을 시작으로 이모티콘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국내 이모티콘 시장은 지난 2017년 1,000억 원 규모에서 지난 2021년 약 7,000억 원으로 7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와 함께, ‘이모티콘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군도 등장했다. 이모티콘 작가의 수익 구조는 앱스토어 수수료를 제한 이모티콘 판매 수익을 일정 비율 카카오와 분배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10억 원 이상의 누적 거래액을 기록한 이모티콘 작가가 꾸준히 늘고 있다. 매달 5천여 건 이상의 이모티콘이 제안되고 있으며, 매일 3~5개의 이모티콘 상품이 새롭게 출시되고 있다. 카카오톡 외에도 OGQ마켓, LINE 등의 플랫폼 또한 이모티콘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에 처음 이모티콘이 들어왔을 때는 문자 내용이 주가 되고, 이모티콘은 말을 끝맺는 장식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카페나 게시판 댓글에서 문자 없이 특정 캐릭터의 이모티콘만으로 대화하는 놀이 문화가 확산할 정도로 이모티콘이 제2의 언어로서 기능하고 있다. 또한 이모티콘의 종류가 다양해짐에 따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이모티콘이 사용되기도 한다. 자신과 닮은 이모티콘, 혹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것이 그 예이다.

한국에서 이모티콘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문화와 언어적 특성에 있다. 한국 사회는 대화에 있어 분위기를 중시하며, 상대의 눈치를 살피거나 맥락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다. 특히 한국어는 직관적 성격이 강한 영어, 프랑스어와 달리 △의성어 △의태어 △감정 단어가 다수 존재한다. 따라서 비대면 문자로는 소통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른 언어보다 더 높은 편이다. 이모티콘은 문자에서 소통의 오류를 줄여주고, 분위기를 풀거나 넘겨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모티콘은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으며, 하나의 K-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어느덧 이모티콘은 감정 표현과 그림에서 나아가 소통의 중심이 됐다. 하지만 이모티콘 시장이 확대되고 이모티콘 작가의 수도 늘어나면서, 이모티콘의 사회적 윤리 규범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1월 ‘이모티콘 창작자 윤리 지침’에 증오 발언과 사회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을 금지하는 원칙을 추가했다. 이모티콘에 창작자 개인의 사상이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드러나지 않도록 경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