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표면 기반의 차세대 초박막 광학기기
메타 표면 기반의 차세대 초박막 광학기기
  • 노준석 / 기계공학과, 화학공학과 부교수
  • 승인 2022.06.20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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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우리대학은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를 제공하고, 가상현실을 이용해 다양한 실험·실습 과목을 제공함으로써 교육 효과를 높이고 있다. 또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강의실을 구축해 수업의 질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수많은 대기업도 AR·VR 시장에 뛰어들면서 생동감 있는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AR·VR 기기들에 대한 관심도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AR·VR 기기는 디스플레이, 광도파로, 렌즈, 거리 센서와 같은 광학 소자들이 종합적으로 융합된 기기다. 수많은 광학 소자들이 포함돼있어 AR·VR 기기들은 모두 실제로 착용하기에 부피가 크다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기존의 광학 소자들은 시야각과 색수차와 같은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이런 기존 광학 소자들이 가진 여러 문제점은 AR·VR의 본격적인 상용화에 대한 걸림돌로 평가되고 있다. 본 연구팀은 자연에서 발견되지 않은 광학적 특성을 가지도록 설계된 나노 단위의 메타 표면을 이용해 기존 광학 소자들의 시야각, 색수차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최종적으로 부피가 큰 기존 광학 소자들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타 표면이란 자연에서 발견되지 않은 광학적 특성을 가지도록 인공적으로 설계된 물질로, 작동 파장보다 훨씬 작은 메타 원자(Metaatom)로 구성돼 있다. 메타 원자들의 구조와 크기, 주기적 배열 등에 따라 독특한 물성을 구현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빛을 제어하는 새로운 메커니즘들이 발견되고 있다. 메타물질을 이용해 빛을 심하게 휘게 하는 음의 굴절률이 그 예시 중 하나인데, 이는 흐르는 물이 단단한 돌을 만나면 굽이 돌아가듯 빛이 물체의 가장자리를 따라 전파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이 경우 빛이 반사되지 않고 물체의 배경만 보이기 때문에 물체를 인식할 수 없어 완전한 클로킹, 즉 공상과학에서만 존재하던 투명망토를 가능케 한다. 본 연구실에서는 이런 메타 표면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중 기존 광학 소자를 소형화할 수 있는 메타 렌즈,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는 메타 홀로그램, 그리고 메타 표면을 이용한 초소형 라이다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노 단위의 메타 원자들을 표면에 배열한 후, 메타 원자들의 위치마다 위상을 조절하면 빛의 파면을 제어할 수 있다. 메타 표면의 위상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면 렌즈, 홀로그램, 포인트 클라우드와 같은 광특성을 가진 소자를 설계할 수 있다. 기존 광학 소자는 렌즈의 초점을 바꿀 때 유리 기반의 광학 장치를 기계적으로 움직여 시스템이 무겁고 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본 연구팀은 가볍고 투과율이 좋은 실리콘을 메타 원자로 이용하고, 액정과 결합해 경량화된 다초점 메타 렌즈를 구현했다. 얇은 액정층을 이용해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을 특정 방향으로 진동하도록 조정할 수 있었고, 따라서 0.001~0.01초 만에 초점을 연속적으로 변환했다. 향후 렌즈의 크기를 키우거나, 두 초점 간 거리를 크게 설정해 초점의 조절범위를 센티미터 단위까지 키워 카메라는 물론, 움직임을 쫓아야 하는 정밀 센서나 빠른 초점 변환이 필요한 AR·VR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광학 기기들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인공지능을 이용한 역설계(Inverse Design)를 통해 색수차를 보정하는 메타 렌즈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다초점 메타렌즈 개략도 / 실험 결과

 

▲다초점 메타렌즈 개략도 / 실험 결과
▲최근 관심도가 급증하고 있는 AR/VR 기기

본 연구팀은 메타 표면의 위상을 조절해 공간상에 다양한 홀로그램 이미지를 재생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자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메타 표면에 입사하는 편광 상태 및 각운동량에 따라 다른 홀로그램 이미지를 재생할 수 있도록 메타 표면을 설계했다. 이를 통해 메타 표면에 입사하는 빛의 각운동량을 조절하며 홀로그램 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을 만큼 홀로그램 다중화 단계를 향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홀로그램의 시각적 특성에 착안해 유해가스 유무에 따라 가스에 반응한 메타표면이 현재 상태를 알려주는 메타 홀로그램을 개발했다. 뿐만 아니라 메타 원자들의 구조색을 이용해 가시광 내에서 색을 띠며 자외선 및 적외선의 입사에 대해서는 홀로그램을 나타낼 수 있는 암호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각운동량 다중화 홀로그램 개략도 / 유해가스 반응형 홀로그램 개략도

메타 표면을 이용하면 아주 작은 소자를 이용해 고 시야각까지 점을 한 번에 흩뿌리는 초소형 포인트 클라우드 라이다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 점을 한 번에 흩뿌리는 포인트 클라우드 방식은 애플 아이폰에서 얼굴을 인식할 때 쓰는 방식과 같다. 균일하게 점을 흩뿌리고, 점이 분포된 이미지를 저장해 얼굴을 인식하는 것이다. 점들을 180도의 고 시야각까지 흩뿌리면 소형화된 소자를 이용해 더욱 높은 성능의 포인트 클라우드 센서를 구현할 수 있다. 향후 이를 라이다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메타표면 기반 초소형 포인트 클라우드 소자 

이런 메타 표면들의 제작에는 지금까지 ‘전자빔 리소그래피’가 주로 활용돼왔다. 하지만 공정 속도가 매우 느리고, 공정 단가가 비싸 넓은 면적의 메타 표면을 만들거나 상용화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본 연구팀은 메타 표면의 상용화를 위한 새로운 나노 성형 소재와 대면적 나노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 유리 등으로 제작되는 메타 렌즈 1개당 생산비용을 기존의 1/100배로 줄일 수 있고, 간소한 공정으로 1/10000배 얇은 박막형 메타 렌즈를 제작할 수 있다. 해당 연구는 기존 연구의 제약이었던 기기 크기와 높은 제작 단가를 동시에 해결해 메타 표면의 상용화를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팀은 위와 같은 나노 단위의 메타 표면을 이용한 나노 광학 기술들이 AR·VR 기기, 차세대 디스플레이, 라이다를 포함한 미래 다양한 광특성을 활용하는 산업 분야의 원천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타 표면의 성능 향상과 기능의 다중화, 그리고 메타 표면이 접목될 수 있는 분야를 연구 중이다. 또한, 메타 표면의 상용화 단계를 앞당기기 위해 메타 표면을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기술이 필수적이므로 임프린트, 포토리소그래피 등 다양한 공정 기술을 꾸준하게 연구 개발하고 있다. 본 연구팀이 연구하는 나노 광학 분야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므로 기계공학, 화학공학, 전자공학, 물리학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연구원들이 긴밀히 협력해 메타 표면이 미래의 핵심기술이 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으며, 이 글을 읽은 포스테키안들도 메타 표면이 상용화된 미래를 그려나가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