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숙고가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숙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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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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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부터 거세게 몰아친 코로나19의 기운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 2022학년도 2학기부터는 마침내 전면적으로 대면 수업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가져온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단 대학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비대면 문화와 초연결·초지능을 강조하는 스마트 환경에 확연히 익숙해졌다.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의 무인 단말기, Zoom을 포함한 LMS 고도화, VR로 진행되는 실험 수업 등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대학 생활이 가능해졌다. 지난 2년 우리가 경험한 디지털 혁신은 정말 놀랍다. 어떻게 보면 대학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미디어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코 편리함, 효율성, 안전성 등일 것이다. 가상, 증강, 혼합 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이 가져다주는 동시성, 가역성, 초지역성, 초시간성 등은 분명 매력적이며, 특히 가상적 근접성이나 물리적 거리감의 약화는 우리 대학에 큰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그리고 낙관적인 ‘솔루션’ 기술에만 초점을 둬서는 안 된다. 이러한 기술은 마치 물고기가 자신이 헤엄치는 물을 의식하지 못하듯 우리도 기술의 영향력을 크게 의식하지 못할 수 있다. 기존에 있었던 문제들이 새로운 맥락 속에서 악화될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사람들의 관계를 들여다보자. 비대면 수업이 지속하면서 적지 않은 학생들이 고립감을 호소했다. MIT의 셰리 터클(Sherry Tuckle) 교수는 젊은 세대들의 공감 능력 상실을 지적했다. 가속화되는 디지털 환경 속에 사회적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충만함이 유지되는지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처음 대학을 찾은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에 대해 그때그때 필요한 사회적 지지를 채워주기에만 급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동체 의식을 갖출 수 있는 소통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속에서 학내 문제에 대해 구성원들의 적극적 참여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좋아요’ 버튼 누르기처럼 소극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제공되는 정량화된 데이터의 형태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의식적인 참여와 행동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디지털 네트워크를 채울 사회의 질에 대한 고민과 맞닿는다. 촘촘한 사회 연결망을 통해 구성원들 간의 높은 응집성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집단적 수준에서 규명하고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집합적 효능감을 키워야 할 것이다. 

디지털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개인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음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접속하면서, 행동하면서, 상호작용하면서 우리는 방대한 데이터 흔적을 남겨둔다.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성은 높으나, 역설적으로 디지털 감시의 문제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디지털 환경에서 감시는 편리, 효율, 안전이라는 명분이 강하다. 나아가 다양한 유형의 위험에 대처하고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나 프랜시스 하우겐의 ‘페이스북 내부고발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 그 자체가 새로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디지털 가속화로 등장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고, 이에 대해 발화하고 공론화하며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 주변에 소외된 사람은 없는지, 나의 자율성은 보장되고 있는지, 내가 흘려놓은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되는지 질문하고 숙고해 보는 것이 중요한 첫걸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