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만 해선 졸업 못 할 수도 있다 … 고교학점제 코앞으로
등교만 해선 졸업 못 할 수도 있다 … 고교학점제 코앞으로
  • 조민석 기자
  • 승인 2022.01.07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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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출처: 교육부)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출처: 교육부)

 

올해부터 고교학점제가 특성화고 및 일반고에 부분적으로 도입돼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한 학년에 204교시를 17회 이수하는 단위제를 대체해 192교시를 대학처럼 학점으로 16회 이수하는 제도로, 2020년부터 마이스터고를 시작으로 2025년에는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올해부터는 일반고 중 △연구학교 91개교 △선도학교 848개교 △특성화고 489개교에 도입돼 전체 고등학교 중 약 60%가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게 된다.
기존과 달라진 점으로는 우선 수업 시간이 일주일에 34교시에서 32교시로 2교시 줄어든다. 학생들은 줄어든 수업 시간만큼 진로 탐색이나 여가 생활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 학점을 저학년에 몰아 듣고 3학년 때 대입에 집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들은 한 학기에 최소 28학점을 수강해야 하며 조기 졸업 또한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학생들이 수강 과목을 직접 선택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대부분 학교에서 정해준 과목을 수강하고 일부 과목만을 선택해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1학년만 공통 과목을 수강하고 2·3학년부터는 모든 과목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과목별 수업 시간이 정해진 상태에서 수업을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신청하면 학교 측에서 종합해 시간표를 통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렇지만 올해부터 완전한 고교학점제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미이수제 △선택과목 성취평가제(이하 절대평가제)는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절대평가제는 내년에 도입되고, 대입 평가 제도는 2024년에 발표되기 때문에 2024년까지는 기존의 수능 체제로 학생을 평가한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은 이전보다 특색 있는 학교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된다. 고등학교부터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수강함으로써 일찍부터 적성과 소질을 발견할 수 있다. 연구학교 사례를 보면 25개 과목은 학교에서, 40개 과목은 학생이 선택해서 듣게 된다. 수강 인원이 적거나 교원이 부족한 과목은 대학·전문기관과 연계해 개설하거나 주변 고등학교와 온·오프라인으로 개설되는 공동 교육과정을 수강해 학생들은 걱정 없이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다. 학교 입장에서도 입시를 위한 교육이 아닌 학생을 위한 교육을 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기존의 전교 석차로 ‘한 줄로 세우기’가 아닌 ‘여러 줄로 세우기’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공교육이 강화돼 사교육 시장 과열 문제 또한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정 수준(2/3 이상 출석, 학업성취율 40% 이상)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에게 미이수(I, Incomplete)를 주는 미이수제 또한 학교 측에서 더 책임을 지고 학생을 교육하게 하기 위함이다. 미이수를 받은 학생은 보충 이수 수업을 받게 되며 만일 졸업 전까지 학점을 다 못 채우면 유급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교학점제에는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수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1년 기준 2,560시간으로 △캐나다(온타리오주) 2,475시간 △중국 1,944시간 △일본 2,158시간 △핀란드 2,137시간에 비해 여전히 긴 편이다. 또한 미이수제는 낙제 제도의 부활로 여겨질 수 있다. 기존에는 출석 일수만 채운다면 졸업할 수 있지만,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에는 모든 수업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를 해야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수업을 제대로 듣기 힘든 예체능 진로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고교학점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 또한 학생들에게 큰 혼란을 준다. 특히 2022~2024년 고교 입학생들의 경우 교육과정은 바뀌었는데 입시제도는 그대로 유지해 교육과 입시에 큰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선택과목에 절대평가가 적용되지 않는 올해 입학생들은 본인이 정말로 원하는 과목을 듣기보다는 인원수가 많거나 난이도가 낮아 입시에 유리한 과목의 선택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서 특목고(자사고·외고·국제고)를 폐지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교육부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에 상관없이 2025년 과학고를 제외한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고교학점제의 본질이 모든 학교를 자사고처럼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평가제 도입 이후 자사고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에 학부모와 학생들은 오히려 자사고 폐지 이후 ‘강남 8학군’ 등 특정 지역으로 학생들이 쏠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코앞으로 다가오며 실질적 운영을 위한 여러 제안이 나오고 있다. 이상적으로 고교학점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약 88,000명의 교사가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있다. 부족한 교원을 충원하기 위해 교육부는 △공동 교육과정 개발 △지역 대학과의 네트워크 형성 △교육 소외지역 여건 개선 △교과 순회 교사제 △중·고 교원 겸임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고교학점제에 걸맞은 입시 제도의 정착이다. 현실적으로 대입을 제외하고 고등학교 교육을 고려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고교학점제가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바꾸기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