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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수상하게 되어 굉장히 기쁘고, 바쁜 학기 초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소설을 완성한 나 자신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자기 이름을 훔치는 것(!)을 허락한 이들과 원고를 읽고 감상을 말해줬던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덕분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고, 상과 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소설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사실 제목은 신동집 시인의 시 ‘오렌지’를 패러디한 것이다. 이 시에는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고등학생 때 처음 접하고 매우 인상 깊었다. 그래서 그때 의미에 대해 고민한 기억이 있다. 대체 오렌지는 왜 오렌지이고, 무엇이 오렌지를 오렌지로 만들어주고, 이 오렌지와 저 오렌지가 다른 이유는 무엇인지였다. 이 의문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내 머릿속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가 나를 소설을 쓰게끔 만들었고, 그 구절은 제목자리까지 꿰차게 되었다. 소설에서는 오렌지가 생쥐로 바뀌고 실험실이란 환경만 추가되었다. 나랑 같은 기억을 가진 생쥐가 있다면, 무엇이 ‘나’이고, 왜 내가 ‘나’일까, 그러면 생쥐는 무슨 생각을 할까 등이 글을 쓰며 계속해서 생각했던 것이었다. 사실 작품을 다시 읽어보니, 이러한 것들이

기획 | 송욱 (화학 13) | 2015-11-04 21:34

2. 머리가 터질 듯이 아프다. 마치 뇌가 팽창해 두개골 밖으로 뛰쳐나갈 것 같은 통증이다. 고통은 멈추지 않았고, 눈앞이 캄캄했다. 여기가 어디지? 만취한 다음날처럼 기억이 끊어져 어리둥절한 기분이다. 내가 어제 술을 먹었던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러다 문득 지금 벌거벗은 채 엎드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지금 왜 이런 자세로 있는 거지? 그런데 지금 이상태가 너무나 완벽하게 자연스러워서 움직이기 꺼려질 정도였다. 왠지 모를 두려움에 한껏 긴장되었다. 두통이 차츰 가시자 눈을 떴다. 흑백영화를 보는 것처럼 온통 주위가 회색빛이었다. 아파트 2층 높이정도 되어 보이는 유리벽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었고, 천장은 철조망으로 막혀있었다. 바닥엔 나무장작을 슬라이스 햄처럼 얇게 썬 것들로 덮여있고 저편으로 통나무 하나가 눕혀있었다.난생 처음 보는 장소였다. 나는 누군가에게 납치당한 것이 분명했다.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어떻게 여기에 있는 것인가,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눈을 감았다 다시 떠봐도, 보이는 건 색깔을 도둑맞은 것 같은 회색조의 광경이었다. 조금 적응이 되니 알싸한 나무톱밥냄새와

기획 | 송욱 (화학 13) | 2015-11-04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