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SF- 내가 보는 생쥐가 나를 보고 있다
[대상] SF- 내가 보는 생쥐가 나를 보고 있다
  • 송욱 (화학 13)
  • 승인 2015.11.0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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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머리가 터질 듯이 아프다. 마치 뇌가 팽창해 두개골 밖으로 뛰쳐나갈 것 같은 통증이다. 고통은 멈추지 않았고, 눈앞이 캄캄했다. 여기가 어디지? 만취한 다음날처럼 기억이 끊어져 어리둥절한 기분이다. 내가 어제 술을 먹었던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러다 문득 지금 벌거벗은 채 엎드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지금 왜 이런 자세로 있는 거지? 그런데 지금 이상태가 너무나 완벽하게 자연스러워서 움직이기 꺼려질 정도였다. 왠지 모를 두려움에 한껏 긴장되었다.
두통이 차츰 가시자 눈을 떴다. 흑백영화를 보는 것처럼 온통 주위가 회색빛이었다. 아파트 2층 높이정도 되어 보이는 유리벽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었고, 천장은 철조망으로 막혀있었다. 바닥엔 나무장작을 슬라이스 햄처럼 얇게 썬 것들로 덮여있고 저편으로 통나무 하나가 눕혀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장소였다. 나는 누군가에게 납치당한 것이 분명했다.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어떻
게 여기에 있는 것인가,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눈을 감았다 다시 떠봐도, 보이는 건 색깔을 도둑맞은 것 같은 회색조의 광경이었다. 조금 적응이 되니 알싸한 나무톱밥냄새와 선명한 구린내가 코를 찔렀다.
그리고 원인을 모를 위화감이 온몸을 엄습했다. 내가 묶여있는지, 내 몸이 성한지 확인해야한다는 생각이 뒤따랐다. 고개를 움직이니 뒷목이 따가워 숙이기 어려웠다. 분명 나를 제압하기 위해 납치범이 한 짓이리라. 기어코 일어나서 고개를 숙이고 내 팔을 본 순간, 위화감은 공포로 바뀌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운전대를 움켜쥐었던 내 두 팔은, 발표 중에 세련된 제스처를 취했던 두 손은 이제 없었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