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한국 축구의 전설로 남아주길
부디 한국 축구의 전설로 남아주길
  • 김휘 기자
  • 승인 2017.11.01 15: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끝없는 축구협 폐단, 해결 위해서는 수뇌부의 책임감 필요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이하 대표팀)이 지난달 있었던 두 번의 경기에서 모두 완패했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 FIFA 랭킹은 중국보다 낮아졌다. 적지 않은 국내 축구팬(이하 팬)들은 분노하며, 신태용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이하 축구협) 김호곤 부회장의 퇴진을 연호하고 있다.


 ▲2012년 초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축구협의 투명함을 주장한 조중연 전 축구협 회장은, 해당
 시기에 배임을 저지른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출처: 월간조선)

엉망인 축구협 행정
축구협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낮아졌고, 최근에는 바닥을 기고 있다. 팬들이 대표팀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지만, 신뢰가 낮아진 주된 이유는 축구협이 공정치 않으며 부도덕한 행정으로 끊임없이 잡음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 9월부터 만 해도 조중연 전 회장 등 축구협 임직원 12명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됐으며, 김호곤 부회장이 히딩크 전 감독의 선임과 관련해 ‘말 바꾸기’를 했다. 지난달 말에는 축구협 전 관계자가 재직 당시인 작년에, 축구협에 불리한 기사의 위치를 재배열해달라고 네이버 임원에게 요청했음이 드러났다.

문제의 원인은 축구협 수뇌부의 책임감 없는 모습, 현재의 기만적인 태도로는 개선 여지없어
앞선 사건들에 대한 축구협의 진정성 없는 사과는 팬들에게 더욱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배임 사건 당시 축구협은 협회 홈페이지에 조그마한 팝업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는 꼼수를 부렸다. 지난달 19일에 정몽규 축구협 회장은 히딩크 전 감독의 선임 여부와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쇄신책 마련’ 등의 언급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의 상투적인 사과 기자회견보다 나은 것이 없었고, ‘감독 선임과 대표팀 선수 선발을 전담할 팀을 신설할 것’이라는 말은 오히려 해당 업무를 담당해야 할 기술위원회의 존재 의미에 의문을 던졌다.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사퇴하겠다던 이용수 축구협 부회장은 겸임이던 기술위원장직 자리만 내놓고 부회장 지위는 유지하며, 축구협의 ‘회전문 인사’를 꾸밈없이 드러냈다.
대책 없이 의사결정을 내린 뒤,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7월 초, 축구협은 U(Under)-22팀 국제 대회가 당시 2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감독이 공석인데도, 신태용 감독의 선임에 신경 쓴다는 이유로 이를 미뤘다. 결국, U-18 팀 정정용 감독을 임시로 사령탑에 세웠고, 부족한 준비로 인해 U-22 팀은 약체팀들을 상대로 졸전을 벌였다. 하지만, 예선을 통과했으니 축구협은 이를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듯 보인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으로 언론의 관심이 쏠려 있을 때 축구협 회장의 최대 임기 조항을 은근슬쩍 2선에서 3선으로 변경한 것에서도, 기술위원회 개최라는 공식 절차를 어기고 지난 2011년 조광래 감독을 경질했을 때도, 축구협의 날치기 행정은 여과 없이 드러난다. 조광래 감독이 축구협의 밀실 행정에 대해 용기 있게 비판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사례들은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팬들은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2002 월드컵으로 눈이 높아졌지만, 이후 10여 년 동안 팬들은 대표팀을 보는 성숙한 시선을 갖춰왔다. 현재 팬들은 대대적인 인프라 구축을 통해, 인구 30만 명으로 유로 2016에서 8강에 진출한 아이슬란드의 기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재정 건전성과, 탄탄한 유소년 육성 제도로 세계 축구 정상을 바라보는 독일의 완벽함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팬들은 다만, 연간 예산을 3,000억 원대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어기고, 유소년 축구 예산을 삭감한 정몽규 회장이 실업 축구와 여자 프로축구팀들에 최소한의 재정 지원을 하기를 바란다. 절도와 횡령을 저지른 직원을 엄정하게 처벌하지는 못할망정 협회 규정을 고쳐가면서 억대의 퇴직 위로금을 전달하는 ‘짓’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슬프게도, 현재 축구협의 수뇌부에 있는 이들은 이른바 명문 축구부와 명문대, 프로팀을 거쳐 코치, 감독직까지 역임한 ‘소싯적 엘리트’들이다. 이들이 권위를 내려놓고 비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절실하다. 팬들도, 축구를 업으로 삼는 많은 이들도 전설이 역적으로 변하는 모습에 마음 아플 것이다.
이달에 있을 두 번의 A매치에서, 더 나아가 월드컵에서 대표팀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축구협이 제멋대로인 자신들 행정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이를 이용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