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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화학자의 서로 다른 이야기
[388호] 2017년 09월 20일 (수) 이은성 / 화학 부교수 .
필자는 박사 지도교수, 박사 후 과정 지도교수와 우연히도 나이가 같다. 물론 학부, 석사, 군대를 다녀오느라고 늦은 것도 있지만, 지도교수들이 훌륭하여 조교수를 일찍 한 탓도 있겠다. 그리고 두 교수의 박사 후 과정 지도교수들은 2005년에 노벨상을 받은 리차드 슈락 (Richard Schrock) 교수와 로버트 그럽스(Robert H. Grubbs) 교수이다. 두 분은 올레핀 복분해(olefin metathesis)라는 방법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두 분의 연구 분야는 필자의 지도교수들의 연구 및 교육 철학에도 영향을 미쳤으니, 이 글을 통해서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민감한 화학 vs 실용적인 화학
노벨상을 받은 두 교수님의 연구에 대해 필자가 왈가왈부할 생각은 전혀 없고, 평가를 할 만한 위치도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노벨상을 받은 교수님 중 한 분의 교수님이 만든 올레핀 복분해 촉매의 활성도는 매우 좋지만, 촉매가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질소 환경으로 이루어진 글러브박스라는 특별한 장치와 물이나 산소가 없는 용매를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그러한 촉매를 다루기 위해서는 트레이닝을 정말 잘 받아야 하며, 그런 실험실에서 박사 후 과정을 한 필자의 박사 지도교수도 해당 부분을 매우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화합물과 용매는 새로 구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정제해야 했고, 박사과정의 1/3을 정제만 하며 보냈다. 노벨상을 받은 또 다른 교수님도 올레핀 복분해를 위한 촉매를 합성했지만, 그 촉매는 활성 및 성능이 매우 우수함과 동시에 일반 환경에서 사용해도 될 정도로 활용성이 좋았다. 그러한 환경에서, 필자의 박사 후 과정 지도교수는 처음에는 모든 것을 정제하는 필자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러한 시간을 아까워했었다. 그러면서 모든 연구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을 매우 강조했다. 5년의 박사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웠지만, 항상 지도교수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일찍 파악할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선배들의 조언을 받아서, 새로 구매한 시약들을 정제 없이 그냥 사용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반응들이 정제 없이도 매우 잘 진행됐다. 그리하여 필자의 박사 후 과정은 박사과정 동안에 배웠던 수많은 정제 과정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만족할만한 결실을 보았다. 물론 가끔 박사과정 동안 배운 정제 과정을 통해서 해결한 문제점들도 많았지만, 적절한 타협을 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했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연구 환경 또한 연구자들의 철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필자는 그 두 연구자의 장점들만 모아서 지금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개성을 가진 연구
연구라는 것은 개성이 있어야 한다. 그 개성은 창의성으로도 표현될 수 있겠다. 위의 노벨상을 받은 두 분의 연구가 그러하다. 한 분은 새로운 반응을 개발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고, 모든 세세한 결과들까지 살펴보는 꼼꼼한(detail-oriented) 연구를 했다. 다른 한 분은 새로운 반응을 개발하는 데 모든 노력을 하면서, 동시에 모든 연구자가 할 수 있는 실용적인(practical) 연구를 했다. 물론 많은 다른 분들도 이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겠지만, 이 두 분의 연구는 그러한 면에서 개성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독창적인 연구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박사 및 박사 후 과정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4년 전 필자 또한 어떻게 하면 독창적인 연구를 할 수 있을지 매일같이 고민했다. 지금도 필자가 하는 연구가 과연 다른 연구자들이 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독창적인 것인가로 고민하긴 하지만, 뛰어난 학생들과 같이 고민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필자의 연구 또한 개성적일 수 있다고 믿는다.   

새로운 발상을 위한 노력
필자가 소개한 둘 중 한 화학자는 제자들의 모든 데이터를 확인하고, 그것들을 분석하고, 토의하여 앞으로의 연구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좋아했다. 다른 한 화학자는 제자들이 분석한 데이터 결과에 대해서 토론하고, 제자들이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 듣는 것을 좋아하고, 혹시라도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끔 충고하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기 때문에, 필자의 경우 학생들에 대해서 위 두 가지 기본 방향을 가지고 지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것은 학생들과의 진솔한 연구 관련 대화인 것 같다. 학생들이 어떠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들에게 부담되지 않는 분위기가 가꾸어진다면, 새로운 발상 또한 쉽게 나올 수가 있을 것 같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생들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두 분의 지도교수가 필자에게 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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