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지 않는 대학가 사교육 열풍
그치지 않는 대학가 사교육 열풍
  • 김희진 기자
  • 승인 2017.05.0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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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대학 신입생 학점 관리반’, ‘정통파 전문 선생님의 확실한 클리닉 수업’. 이 문구들은 서울 시내 주요 대학 합격자를 위해 올해 초, 신설된 대치동 한 학원의 광고 문자이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중ㆍ고등 학생들 사이에 불던 사교육 열풍이 최근 서울 시내 대학가에서도 심상찮게 불고 있다.
대학생이 사교육을 받는다는 말이 어색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전부터 온라인상에서 대학가 전공 사교육은 만연해있었다. 대학 전공학습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 업체들인 ‘유니와이즈’, ‘(주)권태원 큐스터디’, ‘(주)머스트두 탑그레이드’가 일찍이 온라인 대학가 사교육의 문을 열었다. 이를 이어 대학입시 전문 인강 업체인 ‘메가스터디교육(주)’의 자회사 ‘아이비김영’ 역시, 재작년 6월, 대학 전공학습 전문 브랜드 ‘유니스터디’를 새로 출시했다. 인강 업체들이 대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강의는 대부분 대학 수학과 공학 계열, 자연과학, 어문계열 등이다. 강의는 한 과정당 평균 20강으로 구성돼 있고, 많게는 150강으로 구성된다. 가격은 패키지에 따라 평균 20만 원에서 높게는 100만 원까지 다양하다. 더불어, 재학 중인 학교의 기출 문제 등을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면 강의를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곳까지 있다. 고등학교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대비 인강처럼, 대학 전공 내용을 주입식 교육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도, 대학가 전공 주입식 사교육이 생기는 추세다. 실제 서울 대치동에 있는 한 학원은 올해 대학 신입생을 위한 학점 관리반을 만들었고 수업은 한 과목에 50만 원씩, 5주 동안 주말마다 진행됐다. 학원 측은 전공과목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학생들을 도와준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단순히 학점을 잘 받기 위한 잘못된 수단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어 이 수업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이렇게 대학가 사교육 열풍이 부는 이유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있다. 먼저 점점 쉬워지는 수능으로 인해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떨어져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다음으로 많은 학생들이 초ㆍ중ㆍ고등 학교 재학 중 학원이나 과외,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에 의존하여 익숙해진다는 의견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공동 시행해 발표한 ‘2016년 초ㆍ중ㆍ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 참여율은 67.8%로 10명 중 7명은 사교육을 받았고, 작년 1인당(사교육 안 받은 사람 포함)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 6,000원으로, 정부가 2007년 사교육비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것보다 사교육에 익숙해져 있어 대학교에 진학해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전공 사교육뿐 아니라 졸업 후 취업 사교육 역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6년 (주)사랑방미디어가 20대 대학생 졸업 예정자 및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총 응답자 488명 가운데 52%(253명)가 취업을 위해 대학 정규 교육 이외에 취업 사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주로 받은 취업 사교육은 역시 ‘학과 전공’이 38%(96명)이었지만 그 밖에도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외국어, 회화’ 29%(73명), ‘공무원, 고시’ 16%(41명), ‘컴퓨터, OA(Office Automatic)’ 8%(20명), ‘면접 등 취업 컨설팅’ 7%(18명), ‘경제, 재무 자격증’ 2%(5명)까지 사교육을 받는다고 답했다.
이런 과도한 사교육으로 인해,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학문의 깊이를 가늠하고 지식의 향연을 펼치는 모습은 점차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부모님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을 계획해야 하는 시기에 끝없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면,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잃어버린 채 결국 자신의 진로까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다. 당장 남들보다 뒤처짐을 걱정하지 말고 스스로 고민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자세를 배우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