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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리를 잃어가는 우리말 더빙
[383호] 2017년 03월 15일 (수) 명수한 기자 mingsu@
   
나이를 먹으면서 놀라는 사실 중 하나는, 어릴 적 우리의 우상이었던 만화 속 친구들이 알고 보니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환상적인 ‘독수리 슛’으로 매번 통쾌한 골을 넣던 ‘축구왕 슛돌이’가 사실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 만화라는 것을 알았던 순간의 충격은 아직도 아련하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그만큼 슛돌이의 더빙이 완벽해서 만화를 보면서도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방송계에서 우리말 더빙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외국영화(이하 외화)의 경우 MBC와 KBS에서 방영되던 '주말의 명화'와 '토요명화'가 종영됐고, 2014년에 명화극장까지 종영되면서 마지막 외화 더빙 프로그램까지 공영방송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또한 △‘탑블레이드’ △‘슛돌이’ △‘짱구’ 등 많은 더빙 히트작을 낳았던 애니메이션 방송계도 최근 고연령층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이 수익성의 문제로 자막방송으로 진행되고, 아동용 애니메이션 위주로만 더빙이 이루어지면서 더빙작품이 감소하고 있다.
이와 같은 더빙 시장 약세의 원인으로 크게 2가지 요소가 있는데, 첫째는 앞서 언급한 더빙 시장 수익성의 악화이다. 외화의 경우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VOD가 보편화되면서 시청자들이 더빙판 이전에 원판을 먼저 접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TV보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청자가 더 증가했다. 이로 인해 더빙보다 제작비용이 적은 자막판을 방송하는 일이 늘었다.
애니메이션 더빙계도 2000년대에 비해 원작 판권을 가진 회사가 선호하는 성우의 리스트를 보내거나 주제곡을 마음대로 개사 및 우리말화하지 못하게 하는 등 간섭이 심해지면서 기조가 바뀌었다. 제작비가 많이 들고 수익성은 낮은 더빙보다는 차라리 성우 캐스팅 비용을 절감하고 원판을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는 동시 자막 방영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어는 영어, 중국어를 비롯한 타 언어보다 절대적인 사용자의 수가 적기 때문에 잠재적인 소비자의 수 또한 적어 근본적으로 수익성이 적은 문제를 안고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더빙 자체의 특성, 그리고 비(非) 성우 더빙으로 인해 악화한 인식을 들 수 있다. 더빙은 원판 영상을 보고 △입 모양 △뉘앙스 △화자의 성격 등을 모두 살려 녹음을 해야 하는 만큼 다소 시간이 소모되는 작업이다. 따라서 원판을 바로 볼 수 있는 자막방송에 비해 어느 정도의 제작 기간이 필요하여 해당 작품을 빨리 시청하려는 팬의 입장에선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아무리 느낌을 잘 살린다고 해도 원판을 100% 따라할 수는 없는데 이로 인해 원판의 성우 팬들이 더빙판을 비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작품의 홍보를 위해 전문 성우 대신 개그맨이나 연예인을 채용하여 더빙을 진행한 경우가 있었는데, 일부 작품에서 더빙의 품질과 관련해 많은 논란이 발생하면서 더빙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켰다.
이러한 더빙의 몰락은 사회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입장도 있지만, 더빙의 고유 역할이 있는 만큼 더빙 시장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더빙은 자막방송과 달리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말이 들리기 때문에 말을 배우는 어린이나 자막이 잘 보이지 않는 노인, 시각 장애인들 또한 영상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2014년, KBS의 명화극장이 폐지되자 당시 황덕경 한국시각장애인협회 부장이 “이번 결정은 소외계층을 방송에서마저 배제한 것”이라고 반발한 것은 이러한 더빙의 역할을 강조한 셈이다. 
이처럼 더빙 시장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들은 수입한 외화의 일정 비율을 더빙하도록 하는 더빙 법제화의 추진과 한국 성우의 목소리를 대중들이 들을 수 있는 미디어 믹스 및 한국산 고연령층 애니메이션의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나라 성우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늘려서 더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한국성우협회가 더빙 법제화와 관련하여 목소리를 내는 등 노력했음에도 아직 별다른 변화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더빙에는 여러가지 순기능이 있음에도, 여러 문제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원판이 주는 느낌도 좋지만, 우리말로써 작품들을 접할 기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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