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마라톤에서 이제는 잠시 쉴 때
기나긴 마라톤에서 이제는 잠시 쉴 때
  • 최태선 기자
  • 승인 2017.01.0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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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이하고 며칠이 지났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2주나 지나갔다. 새로운 해를 곧 맞이할 것을 기대하며 방학을 돌이켜보니 정말 한 일이 없다. 주 중에는 학점교류 계절학기 수업을 듣고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침대에 들어가고, 주말에는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가 약속 시각이 되면 친구들을 만나 집 근처 술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따금 나 자신이 지나치게 잉여인 건 아닌지 방학을 이렇게 지내도 될지 자책이 들 정도이다.
방학이면 국내든 국외든 여행을 떠나 견문을 넓히고, 학기 중에는 바빠서 못 했던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거나 원하는 몸을 만들어가고, 전공 공부를 우선시하느라 소홀했던 외국어 공부도 하고, 다양한 도서를 읽으면서 이공계가 아닌 다른 세상을 접해보는 등 나 자신에게 도움 되는 활동들을 해야 할 것 같다. 다른 친구들이 이러한 일들을 할 예정이라며 방학 계획을 말하면 왠지 부럽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하는데 나만 안 하게 되니 시간을 헛되이 보낸다는 생각이 든다.
생산적인 활동들이 재미있고 유익하고 내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안다. 그래도 여행보다는 집에서 낮잠이 더 좋고, 책 읽는 것보다 TV 드라마나 만화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 만약 지금 이대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들만 하고 살면 아마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 다음 학기를 맞이할 것 같다. 그래도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드는 내게 또 지난 학기 고생한 학우들에게 우리는 충분히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대학 동기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리대학의 학사과정이 정말 하는 것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많은 학우들이 이에 공감할 것이다. 지난 학기만 돌아봐도 15주라는 기간 동안 매 주 과제와 조 모임을 하고, 시험과 퀴즈를 준비하며 계속 달려왔다. 학기 중에는 주말이면 오히려 주 중보다 더욱 바빠지곤 했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은 각 구간별로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고 한다. 조금 더 속도를 늦출 부분에서는 늦춰 달리는 것이 성공적인 완주의 비결인 것이다. 마라톤도 이러한데 하물며 긴 우리 인생은 더욱더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미래의 성공과 행복은 중요하다. 그런데 미래의 성공을 위해서 현재를 저당 잡혀 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침대에 드러누워 쉬고 싶은데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일어나는 것은 지난 학기 중까지 계속해왔다. 또 내년 3월에 새 학기가 시작하면 계속할 예정이다. 대학 생활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방학이란 빠르게 달리는 페이스 사이, 지금은 잠시 느린, 조금은 쉬는 페이스이다. 물론 점점 느리게 가다 아예 멈춰서는 안 되겠지만, 여전히 빠른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몸에 과부하가 오게 되고 결국에는 더 달릴 수 없을 것이다. 오늘 하루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쉬고 싶다면 그냥 쉬어라. 방학일 때 쉬지 않으면 점점 마음 속 여유를 잃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