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내수차별
문화 - 내수차별
  • 박정민 기자
  • 승인 2016.04.0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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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품의 배반: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비싼 국산품
1920년대 일제강점기 물산장려운동이 있었다. 민족 지도자들은 민족운동의 부흥을 위해 우리 힘의 배양이 절실하다며 물산(국산품)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1960~1980년대 산업화 시기에는 더 그랬다. 뒤늦게 경쟁을 시작한 우리 기업의 상품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때까지’국민이 우리 상품을 사서 도와야 한다, 그래야 기업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도 득이 된다고들 했다. 국민들은 품질이 떨어져도 국산품을 썼다. 국산품은 애국, 외제는 매국이었다. 21세기, 국산품 애용에 힘입어 비실비실했던 국내 기업들은 ‘국제경쟁력을 가진’대기업으로 버젓이 성장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국내 소비자를 고객이 아니라 ‘호갱’으로 보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기준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이며, 시가 총액 기준으로 코스피 2위의 대기업이다. 충분히 자랑스러울 만도 하다. 그러나 2014년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그래프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4%는 현대자동차를 미워한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가 흥미롭다. 절반에 가까운 45%가 현대자동차를 미워하는 이유에 대해, '국내 시장을 차별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품질 문제 19%, 안전 문제 11%,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이 9%로 뒤를 이었다. 설마 정말로 그럴까?
2010년 말 미국 시장에 진출한 에쿠스는 우리나라보다 4,000만 원 가까이 싸게 팔렸다. 그 뿐 아니라 쏘나타, 엑센트, 산타페, 그랜저, 제네시스 등 대부분의 차가 우리나라에서 비싸게 팔렸다. 작년 미국에서 소나타와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2만 7,700대를 리콜할 때도 한국 소비자는 리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차량에는 에어백이 6개씩 기본 장착되어 있지만 내수용은 사이드, 커튼 에어백이 옵션이다. NF 쏘나타의 경우 국내에서는 추가 비용 579만 원을 들여야 6개의 에어백을 달 수 있다. ESC(차량자세제어장치)나 TPMS(타이어공기압 감지시스템) 같은 안전장치도 미국에서는 기본 사양이지만 국내에서는 추가 비용을 들여야 장착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특이한 경우인가 하면,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다. 작년 삼성과 LG, 한국을 대표하는 두 가전 브랜드의 최신형 대형 TV는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에 한국에서 팔리는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값에 팔렸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끝난 후 20% 정도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보다 월등히 싼 가격이다. 또한, 소비자 시민모임이 15개국 주요 도시에서 32개 품목 60개 제품에 대해 수행한 국제물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브랜드 스마트폰 삼성(갤럭시 노트3), LG(G2), 삼성 노트북 아티브 북4의 한국 판매 가격이 15개 국가 중 가장 비쌌다. 이 조사에서 다른 수입 가전제품은 대체로 브랜드 제조 국가의 현지 가격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한국의 경우는 그 반대였다. 한때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국산 과자도 유명한 사례다. 미국 맛동산은 420g에 1.99 USD(2,048원)이지만 두 배에 달하는 가격인 3,840원짜리 한국 맛동산은 325g에 불과하고, 한국 마트에서는 만 원으로 과자 4개를 살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11개를 구매할 수 있는 등, 내수 차별은 자동차, 전자기기, 식료품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내수 시장도 이제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제과의 2013년 영업이익은 917억 800만 원, 순이익은 547억 9천만 원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20.5%, 순이익은 39.0% 감소했다. 현대차의 점유율도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3년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68.5%로 5년 만에 70% 밑으로 내려왔다. 이제 국산품 애용은 어색한 말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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