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지역 명주로 여행을 적시다
한 잔의 지역 명주로 여행을 적시다
  • 김상수 기자
  • 승인 2015.03.0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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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로망은 물론 여행이다. 여행의 취향은 다양하지만, 먹거나 마시는 일은 언제나 중요하다. 특히 ‘마시는’ 일은 오직 그것만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중요시되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여러 전통주 열풍으로 지역마다 다양한 술을 문헌에서 새롭게 부활시키거나  재조명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우리나라 각 지역의 전통주는 어떤 것이 있을까.
막걸리의 흥행과 더불어 새로운 한국 전통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최고의 지역 술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계속 있어 왔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를 개최했다. 이 품평회에서는 생막걸리, 살균막걸리, 약주·청주, 과실주, 증류식 소주, 일반 증류주, 리큐르, 기타 술의 8개 주종 별로 평가를 해왔다. 심사방법으로 각 지역 지자체가 지역 예선을 거쳐 대표 술을 추천한 뒤, 맛과 향은 물론 위생을 검사하기 위한 제조 현장 검사와 우리농산물 사용 실적까지 꼼꼼하게 평가했다. 작년 품평회의 우수 수상작을 소개한다.

막걸리의 부활 - 하얀연꽃 백련막걸리, 지리산 허브 쌀막걸리    
막걸리만큼 오랜 시간 전국 각지에서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은 술도 없다. 막걸리가 다시 각광 받으면서 새로운 막걸리도 각광받고 있다. 충남지역의 신평양조장에서 만들어낸 백련막걸리는 막걸리의 숙성 과정에서 연꽃잎을 첨가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2009년 충남 농특산물 우수 디자인 컨테스트에서 상을 받은 용기 역시 세련미를 뽐낸다. 2009년 청와대 만찬장의 막걸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북의 지리산 허브쌀막걸리는 지리산 그린영농조합 운봉주조가 만드는 술이다. 특이하게도 지역 특산물인 지리산 허브를 막걸리에 추가했다. 맛이 부드럽고 순해 남원을 여행하는 막걸리 마니아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술, 삼을 품다 - 만품산삼가득酒, 수삼단본720
예로부터 산삼으로 유명한 우리나라여서인지 수상작들 중 인삼을 통째로 넣어 만든 술이 많다. 먼저 만품산삼가득酒는 경기도가 출품한 술로 건강에 좋은 산양산삼으로 만들었다. 산양산삼의 효과가 산삼에 버금간다고 전해지는 만큼 술의 맛과 기능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충남의 수삼단본720은 외국인 관광객이나 바이어에게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수삼 하나가 통째로 들어가 있어 가장 한국적인 선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에서 지정한 식품명인인 김창수 명인(제2호)이 만든 술로, 투명한 빛깔에 은은한 인삼향이 나며,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고 한다. 지난 2000년 아셈(ASEM) 정상회의 공식 건배주이기도 하다.

다양한 원료로 만드는 술 - 다래와인, 산내울 오미자주
참다래는 키위의 우리말로, 경남 사천의 특산물이다. 다래와인은 참다래를 원료로 저온 숙성을 해 만들어진 투명한 황금빛 술이다. 생선회와 특히 어울린다고 한다. 또한, 다래와인이 있는 사천 와인갤러리는 와인과 커피, 음료수를 즐기면서 편하게 예술품을 감상할수 있는 문화공간이라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잦다.
경남 거창의 산내울 오미자주는 오미자의 청량한 향과 함께 오미자 특유의 5가지 맛이 느껴지는 특성을 가진다고 한다. 적색의 고운 빛을 띄지만 빛과 열에 약해 갈색으로 변하거나 품질에 변화가 생기기도 하니, 근처를 여행하고 있다면 완전품을 맛볼 가능성이 더 늘어난다 하겠다.

눈물 한 방울에 술 한 방울 - 제주 고소리주
고소리술은 쌀이 귀한 제주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해 좁쌀이나 보리, 수수 등의 잡곡으로 만들었다. 한번 발효 시킨 술인 오메기술을 다시증발시켜 얻은 소주다. 60ℓ가량을 증류해야 1병이 나와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귀하게 얻은 술이라 고소리술은 ‘신성함’ 그 자체로 여겨졌다고 한다.
40도 내외의 독주지만 달콤한 향으로 부담이 적다.
물론 우리지역 역시 토속주가 있다. 포항시 북구 전통도가 청슬전통도가의 대표 막걸리 옹해야는 천연암반수에 솔잎을 첨가한 술이다. 이름과 병에서 효능을 짐작할 수 있다는 ‘벌떡주’ 역시 내연산 초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속주로, 15가지 한약재를 달여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각 지역은 자기만의 아름다움과 한 병의 술을 자랑하고 있다. 학기 중 죽자고 마신 술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게 될 술 여행은 어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