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생체모방(biomimetics) - 곤충 눈 카메라
진화하는 생체모방(biomimetics) - 곤충 눈 카메라
  • 송영민 / 부산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 승인 2014.11.0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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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 생체모방기술
인간은 자연을 이해하고, 이를 모방해 왔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새의 날개를 모방해 부메랑을 만들었고, 고대 이집트와 중국에서는 물고기 비늘을 모방하여 비늘 갑옷을 만들었다. 야생 들장미로 엮은 울타리를 모방한 가시 철조망은 거친 동물들을 막아내거나 가두는데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인류는 나는 새를 관찰해 비행기를 만들었고, 사람의 눈을 관찰해 카메라를 만들었다. 새삼 놀라울 것이 없는 생체모방이 최근에 들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과학 기술의 발달을 통해 매우 작고 복잡한 구조의 구현이 가능하게 된 것이 아마 한 몫 하는 듯 하다. 여기에서는 최근 개발되어 Nature 지에 소개된 곤충 눈을 모방한 카메라를 소개하면서 생체모방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들을 풀어가고자 한다.
 왜 하필 곤충의 눈을 모방하면서까지 카메라를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자연계에 존재하는 눈의 종류는 생물학적으로 대략 10가지 정도로 구분이 되고, 이들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이 된다. 하나는 사람, 새, 물고기 등이 갖고 있는 ‘단일렌즈 눈(single lens eye)‘ 이고, 다른 하나는 벌, 개미 등의 곤충과 새우, 가재 등의 갑각류가 갖고 있는 ’겹눈(compound eye)’이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눈을 모방한 것인데, 이에 반해 생물종의 80% 정도는 모두 겹눈을 가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곤충의 눈과 유사한 카메라를 만든다는 것은 80%의 생물종이 바라보는 세상을 보다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단일렌즈 눈과 겹눈은 구조상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단일렌즈 눈은 빛을 모아주는 커다란 렌즈가 안구의 전면에 위치하고, 후면에는 망막(retina)이 존재하는 형태이다. 피사체에서 반사되어 각막(cornea) 및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은 망막에서 전기 신호로 전환되며 뇌로 보내지어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한편, 겹눈은 수백에서 수만 개의 홑눈(ommatidium)이 볼록한 형태로 모여 다발을 이루고 있는데, 각 홑눈은 겉에서부터 아주 작은 마이크로렌즈 형태의 각막, 수정추(crystalline cone), 감간(rhabdom) 순으로 구성되어 있고, 감간 내부에 광수용체가 존재하고 있어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한다. 겹눈은 볼록한 형태로 구성되기 때문에 사람 눈에 비해 매우 넓은 시야각(140~180도, 사람 눈은 50도)을 가지며, 그 밖에도 초점 거리가 매우 깊다는 점과 물체의 움직임을 매우 빠르게 인식한다는 점 등이 알려져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많은 부분이 밝혀져 있었지만 공학적으로 이러한 구조물의 모방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각막 한 개의 직경이 20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매우 작아서 기술적으로 구현해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공학자들이 곤충 눈에서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부분이 바로 이 각막의 분포에서 착안한 마이크로렌즈 배열이고 마이크로 가공기술이 발달하면서 곤충 눈의 크기와 유사한 유리 재질의 마이크로렌즈 배열의 제작에 성공하게 되었다. 지금은 파리 눈 렌즈(Fly Eye Lens, FEL)라고 불리는 중요한 광학 부품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파리 눈 렌즈의 구조를 응용하여 무안경 3D 기술에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마이크로 렌즈가 빛을 효과적으로 모으는 역할을 한다면 빛의 효과적인 전달 측면에서는 마이크로렌즈 각막 밑에 존재하는 수정추와 감간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깔때기 모양으로 생긴 수정추는 각막을 통해 들어온 빛이 좁은 관 형태로 생긴 감간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빛을 잘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감간은 빛이 외부로 새나가지 않고 광신경(optic nerve)으로 전달되어 최종 목적지인 뇌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내부의 광수용체(photoreceptor)에 의해 빛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된다. 각막-수정추-감간까지 매우 정교하게 구성된 이 홑눈은 2006년 미국 버클리 대학의 이평세 교수팀에 의해 구현되었다. 이는 마이크로 공정 기술에 고분자 공학을 접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그 크기, 구조 및 광학적 특성이 실제 일벌의 그것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어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마이크로렌즈, 수정추, 감간으로 구성된 겹눈 구조체만으로는 빛을 전기로 변환시켜 줄 수 있는 광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실제 물체의 이미지를 담아낼 수 없다.
 그렇다면 위의 연구에 광수용체까지 집적하여 곤충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양일까? 필자가 포함된 일리노이대의 로저스 교수팀은 실리콘 반도체를 이용하여 곤충눈에 존재하는 광수용체와 유사한 기능을 갖는 광검출기(photodetector)를 개발하였는데, 각막-수정체-감간에 광검출기까지 집적함으로써 곤충 눈과 보다 유사한 구조를 얻게 된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는 각 검출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신호연결체가 포함되어있고 이들은 컴퓨터로 연결되어 각 검출기에서 받아진 빛의 정보를 영상화하도록 하는데, 한 마디로 뇌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각 홑눈 사이에는 검정색으로 된 보호막 색소라는 것을 삽입하여 인접한 홑눈 간의 빛의 간섭을 차단하도록 하였는데, 이는 실제 곤충 눈에도 존재하는 것이며 이것이 없이는 선명한 영상을 얻기가 어렵다. 광검출기와 신호연결체 그리고 보호막 색소까지 보다 많은 객체들을 모방함으로써 카메라처럼 영상을 얻어낼 수 있게 되었고, 곤충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곤충 눈 모방 연구는 각막의 일부분을 모방하던 수준에서 진행되던 것이 점차 그 범위를 넓혀서 지금은 겹눈 전체 시스템을 모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후에 진행될 연구는 색상 또는 편광(polarization)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더욱 작은 형태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노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으며, 연구를 진행하면 할수록 실제 곤충 눈의 모양와 보다 유사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곤충눈 카메라는 초소형 무인 비행로봇, 전 방위 물체 감지 센서, 초 광각 내시경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
 생체 모방은 진화하고 있다. 자연의 구조에서는 버릴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오랜 세월을 통해 배워왔기 때문이다. 생물의 일부분을 모방하던 연구는 나노, 재료, 화학, 전자, 기계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점차 복합적이고 완성도 높은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생체 모방을 통해 구현된 기술/제품들은 오랜 세월을 거쳐 그 효용성을 검증 받아왔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보다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자연에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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