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한 껍질 속 슬픈 현실을 담아
바삭한 껍질 속 슬픈 현실을 담아
  • 김상수 기자
  • 승인 2014.09.25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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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치킨, 통닭부터 시작된 대한민국의 ‘고유문화’
‘치킨’은 이미 문화가 된 지 오래다. 2013년 기준으로 치킨(42.4%)이 자장면 및 중화요리(21.5%)를 제치고 가장 많이 시켜 먹은 음식 1위에 등극했으며(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7년 이천에는 치킨을 주제로 한 치킨 테마파크 ‘꼬꼬랜드’가 완공될 예정이다. 대구에서는 치킨과 맥주로 ‘치맥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다.
치킨은 미국의 노예들이 주인이 버린 닭 날개나 목을 튀겨 먹은 데서 유래했다. 고열량인데다 뼈째 먹을 수도 있어서다. 치킨은 점점 남부 전체로 퍼졌고 밀가루 옷을 입힌 닭을 튀겨 더욱 바삭한 치킨을 만드는 조리법이 만들어졌다. 미국 남부지방의 가정음식이 된 치킨은 모두가 얼굴만 아는 남자, 커널 하랜드 샌더스의 도전으로 더 널리 퍼졌다. 이 남자는 9년의 연구 끝에 압력을 가해 튀기는 방식을 개발했다. 비록 야심차게 차린 식당은 그의 나이 65세에 완전히 망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흰색 양복을 차려입고, 닭고기 요리법과 함께 후원자를 찾았다. 결국, 1,009번째에 투자자를 찾아 세운 가맹점의 이름이 KFC. 우리는 포기하지 않은 그의 환한 미소를 가맹점마다 볼 수 있다. KFC의 성공으로 치킨은 미국 전체를 거쳐 세계로 퍼져나간다.
우리나라도 전통적으로 닭을 귀하게 여겨왔다. 귀한 손님이 왔을 때 ‘씨암탉을 잡는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의 치킨 문화는 예전과는 다르다. 미군을 통해 기름에 튀기는 요리법이 들어오고, 식용유가 대량생산 되었으며 육계의 생산이 급격히 늘어난 과정을 거쳐 닭을 통으로 튀긴 ‘통닭’이 탄생했다. 그 후 1977년 신세계 백화점 ‘안’에(당시만 해도 브랜드 치킨집은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개장한 최초의 치킨 프렌차이즈 림스치킨을 시작으로 대전에서 고추장과 딸기잼을 섞어 세계 최초로 양념치킨을 발명한 페리카나가 1982년, 양념한 두꺼운 밀가루를 씌운 치킨을 선보인 KFC가 1984년 문을 열며 치킨 문화의 급격한 발전을 이끈다. 이 밖에도 간장치킨을 선보인 교촌치킨이 1991년, 치킨 업계 1위를 오래 지킨 BBQ가 1996년 문을 열었다.
치킨 문화는 더욱 퍼져나갈 예정이다. 경기도 이천시에는 8만 평 규모의 닭을 소재로 한 테마파크 ‘꼬꼬랜드’가 건립 예정이다. 늦어도 내년 초는 닭 박물관, 체험학습장 등이 들어선다. 이곳에는 치킨대학도 있다. 지금은 신메뉴를 개발하는 R&D 센터지만 2017년을 기준으로 정규 4년제 대학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대학의 목표는 글로벌 치킨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다. 한 소셜커머스 업체는 치킨을 주제로 ‘치킨런’이라는 행사를 기획했다. 올해 4월 12일에 열렸던 이 행사에서 사람들은 치킨으로 분장한 뒤 잠실운동장 레이스 구간을 달리며 남녀가 닭장에서 서로의 마음을 맞추는 ‘러브닭장’, 쿠폰을 걸고 닭싸움을 하는 ‘치킨챔피언’ 등 다양한 게임을 했다. 대구는 올해 7월 17일부터 20일까지 ‘치맥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닭 위령제로 시작한 치맥 페스티벌은 60만 명이 참여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물론 치킨은 건강에 좋은 음식이 아니다. 후라이드 치킨은 한 조각에 최대 359kcal의 열량과 525mg의 나트륨을 가지고 있고, 양념치킨은 이보다 칼로리와 나트륨 함량이 더 높다. 그리고 많은 치킨이 야식으로 소비되는데, 밤에 먹은 기름진 음식은 위장에 부담이 크다.
더 큰 문제는 포화되어버린 치킨 시장이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전국 치킨 전문점 수는 31,139개다. 치킨이 안주인 호프집을 뺀 수치이다. 매년 7,400여 개 치킨집이 개업하고 기존에 있던 치킨집 5,000여 개가 사라진다(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국내 치킨 비즈니스 현황 분석>). 치킨집의 평균 생존 기간은 2.7년이다. 경제난에 몰린 사람들이  생각하기 가장 만만한 것으로 치킨집을 개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치킨展>이라는 책의 저자는 치킨산업에 스며든 대한민국을 조명한다. 사실 치킨은 대한민국이 가진 수많은 문제를 다 가지고 있다. 통큰치킨은 치킨의 가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역할을 했지만 결국 사라졌고, 대기업이 되어버린 프렌차이즈는 지역 상권, 그리고 점주들과 많은 마찰을 빚고 있다. ‘공대생의 끝은 치킨집’ 등의 농담을 듣는 우리에게도 치킨은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환상적 맛으로서의 치킨과 차가운 현실에서의 치킨은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의 다양한 문제까지 담고 있기에 치킨이 문화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