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칼럼리스트가 바라본 포스텍
섹스칼럼리스트가 바라본 포스텍
  • 정문정 / <대학내일> 에디터
  • 승인 2014.04.3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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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는,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디서 사람을 만나서 연애하는 거야?”라는 거지. 특히 공대생들은 학교 안에서 여자를 만날 기회 자체가 적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연애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미팅을 주선해주겠다는 사람도 별로 없고, 포항 안에서 연인을 찾아 나서기도 어려워. 학교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학교 공부와 과제에 시달리기 때문에 연애를 꼭 해야겠단 절박함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포스텍 재학생들의 특징. 그렇기 때문에 연애를 하지 않는 학생들이 ‘자의적 의지로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비율이 높은 걸로 보여. 한 재학생은 “다들 말로는 연애를 하고 싶다고 하지만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어.
왜 그럴까? 아무래도 포스텍의 경우, 대학이 많은 서울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있는 것이 연애에 불리하게 작용해. 학생 자체가 적고 남성 비율이 높기 때문에, 남자는 이성을 만날 기회 자체가 적기도 하지. 또 거의 기숙사 생활을 하고 대외활동이나 아르바이트 등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포스텍 학생들의 라이프 스타일이어서 생활의 범위 자체가 좁아. 그 때문에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로 9%의 학생이 “주변의 눈치가 보이거나, 소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대답하기도 했어.
‘공대여신’이라는 말이 있듯 외부에서는 포스텍에 재학 중인 여자들이 끊임없이 연애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 물론 아무래도 남자가 주변에 많으니 연애를 할 가능성이 높긴 해. 하지만 포스텍에 다니는 여대생들은 구설수에 대한 고민이 아주 많아. 연애를 할 때 공개적으로 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 비율이 26%(불륜도 아닌데!)나 나온 것이 그 증거. 포스텍 여대생 사이에선 “캠퍼스 커플은 두 번까진 괜찮지만 세 번부턴 욕 먹는다”는 말이 농담처럼 오가. 학생들이 적기 때문에 한 다리만 건너도 아는 친구들이 많아서 연애가 끝난 후엔 후유증이 크다고. 특히 가장 악질적인 소문은 “걔와 걔가 잤다더라” 같은 류의 소문이야. 특히 이런 소문에선 아직까지도 여자만 일방적인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연애가 끝난 뒤 남자가 떠벌리듯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여자친구와의 성경험에 대해 말하는 경우도 있지. 그렇게 되면 앞서도 말했듯이 여긴 서로 다 아는 스머프 마을…. 그런 소문은 곧 돌고 돌아 본인 귀에도 들어가게 돼. 그럼 비밀리에 사귀면 되지 않냐고? 데이트를 할 때마다 다른 지역으로 갈 수도 없고, 어차피 학교와 기숙사 근처를 다니게 될텐데 들키는 건 시간문제인 게 문제….
연애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난 안 될 거야 아마, 라고 말하는 이유로는 자신감 부족이나 외모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것도 있어. 패션이나 뷰티에 잘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포스텍 재학생들의 특징. 요즘 여대생들은 풀메이크업에 하이힐을 신고 스커트를 자주 입는 것이 일반적이고, 남대생들도 비비크림에 깔창 삼센치 정도는 신는 데 비해 포스텍 학생들은 수수한 편이지. 기숙사에 있다가 학교를 가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에 신경써서 외모를 가꾸기가 어색한 거야. 집 앞에서 마트 가는 데 꾸미고 가지 않는 것과 비슷한 거지. 여자라면 스커트만 입어도, 남자라면 머리 스타일만 조금만 힘을 줘도 “어디 가냐” “무슨 일이냐”고 묻는 분위기기 때문에 더더욱 fail.
이처럼 포스텍의 특수성이 있다보니 섹스를 하는 공간에 대한 답도 주의깊게 볼 만한 것이 있었어. 섹스를 주로 어디서 하느냐는 질문에 14%가 ‘교내’라고 답한 거지. 으슥해지면 포스텍 연구실 뒤쪽 벤치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기도 하고, 늦은 밤 기숙사 안이나 강의실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들도 꽤 있지. 헐, 이거야말로 들키면 fail 아닙니까(정색)?
섹스 장소 선정은 꽤 대범한 포스텍 학생들이지만, 섹스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비중은 20대의 평균 섹스 시기 설문 조사 결과에 비해 포스텍 재학생들이 낮았어. 연애를 1번 이상 해본 적이 있다고 한 사람은 61%였는데, 섹스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31%였거든. 특목고 출신 학생들이 많고, 아무래도 중고교 시절에도 연애보다는 공부에 집중했던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순수한 친구들이 많다고 재학생들은 생각하고 있었어.
여기까지, 포스텍 재학생들의 연애 경험과 섹스에 대한 생각들을 추려보았어. 지리적인 요건, 성비의 조건, 라이프 스타일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또래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포스텍 재학생들만의 특수성도 엿볼 수 있었어. 연애나 섹스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한다고 해서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방식이 일반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정답인 것도 아니야. 누군가는 만남부터 섹스까지 이르는 시간이 최소 한 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사귀는 즉시 오케이일 수 있는 것이지. 이런 주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여기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흥미롭게 받아들이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다른 사람에 휘둘리지 않고 생각하는 것이 좋지. ‘모태솔로’ 같은 말이 유행하면서 연애를 권유하고 연애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20대 때에는 스스로조차 그런 남들의 시선에 맞춰 처리해버리지 말고 자기부터 사랑하는 것이 먼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