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김연화 연구원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김연화 연구원
  • 김현호 기자
  • 승인 2014.04.0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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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는 익지만 머리로는 낯선, 연구원의 길

연구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우리대학에서 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기업 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과학기술 기획이나 정책 쪽 작업을 해보고 싶어서 다시 대학원에 입학하여 과학기술학을 공부했다. 공부를 하면서, 이 학문을 응용하면 더 나은 과학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동시에 과학기술학에서 나오는 논문들이 다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 둘을 연결해보겠다는 생각으로 과학기술정책을 수립하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입사하게 되었다.

기업이나 학교에 소속되어 연구를 하는 연구원들과 다른 정부 소속 연구원의 차이점은.
학생 때 외에 학교 소속으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없어서 학교와의 비교는 어렵지만 기업 연구소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기업과 정부 소속 연구소의 비교는 가능할 것 같다. 차이점은 목표와 업무 보고 대상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극대화로, 품질관리/공정개선 등의 작업을 진행하며, 업무성과는 최종적으로 기업의 소유주에게 보고한다. 현재 근무 중인 기관에서는 과학기술기본법 상에서 제시된 기관의 법정 임무를 수행하며 수행결과는 일차적으로 미래부이며, 필요시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또한, 법률상에 임무가 주어지긴 하지만 목표가 명확히 제시되지는 않는다. 다만, 업무를 수행할 때, 행정부가 정한 국정 운영 목표에 부합하도록 방향을 잡는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는가.
수행하는 업무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다. 국가 R&D 예산 배분 및 조정 업무에는 전문위원이나 미래부와 회의를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으나, 현재 참여하고 있는 과학기술예측조사나 기술영향평가 업무는 대체로 연구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데에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계획에 맞추어 전문가 위원회의를 개최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검토한다. 그러나 간혹 미래부나 국회의 자료 요청이 있을 경우 급하게 대응하기도 한다.

공무원으로서 일을 하는가.
산하기관은 공무원이 아니다. 공무원은 행정고시 등 국가 공무원 시험을 치르고 정부부처나 지역 청 등에 배속된 분들이다. 공공기관이나 정부출연연구소 직원은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무원 수준의 행동지침을 요구 받기 때문에 준공무원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들이 공무원과 가장 큰 차이점은 공무원 연금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연구소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가.
이직을 하시는 분들은 종종 있다. 그러나 기업으로 가는 경우는 비교적 적고 학교나 다른 공공기관으로 이직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기업으로 가지 않는 이유는 연구와 업무 환경 때문으로 생각된다. 공공기관의 연구 활동도 빡빡한 부분이 있지만 이윤창출의 요구가 기업보다 적기 때문에 아무래도 분위기가 좀 더 부드럽다는 인식이 있다. 또한 퇴근에 대한 부담이 기업보다 적다. 최근에는 기업에서도 퇴근 자율성이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연구 활동의 특성상 연구 계획에 맞추어 본인이 업무량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으로 이직은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학교로 옮기는 경우는 종종 있는데, 정부 산하 기관은 지속적으로 공무원과 만나면서 부처의 요구사항을 연구에 반영해야하는데, 그 정도가 연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경우가 가끔 있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로운 연구를 위해 학교로 옮기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연구원의 장/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내가 속한 기관의 경우 연구 업무라고는 하지만 다소 틀에 박힌 경향이 있다. 법에서 정한 임무들을 수행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부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의 의견에 따라야 하는 것은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해진 내에서 최대한 변형이 가능하고 연구 책임자가 연구의 세부 목표와 추진 체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연구 방식을 변형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며 개인의 역량에 맞춘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연구의 결과가 즉각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영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내가 속한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더 나아가 사회가 움직이는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보람이다. 이를 위해서 다시 미래부의 요구 사항을 잘 반영해야 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장점과 단점은 딱 나누어지기 보다는 연구자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