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설립정신’ 되새기며 연구의 질로서 으뜸가는 대학 돼야
[신년특집] ‘설립정신’ 되새기며 연구의 질로서 으뜸가는 대학 돼야
  • 김영걸 / 화공 명예교수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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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20년을 맞으며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은 다시 한번 이 대학 초창기의 역사를 더듬으면서 현재까지 이룩한 대 과업에 자긍심을 느끼는 동시에 앞으로의 도약을 다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1986년 설립 당시 문교부는 신설대학은 후기로 시작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런 철칙에 부딪히자 당시 박태준 설립이사장은 건설 중인 대학건물을 폭파하고 그만 두지 절대로 후기대학을 만들지는 않겠다며 가능한 모든 영향력을 동원하여 오랜 관례를 깨고 전기로 제1회 학생 모집에 임한 것은 초창기의 신화 중 하나이다.

또한 신설대학에 과연 우수한 학생들이 대거 지원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세인의 큰 관심사이자 대학의 앞날을 좌우하는 중대사였다. 그때 대학은 학생수가 부족하더라도 최고수준의 학생들만 뽑겠다는 결심을 하고 예비고사성적 280점 이하의 학생들에게는 응시자격조차 주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말을 들은 포항제철의 한 부사장이 김호길 학장에게 “첫해에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마세요. U대학교 (경상남도의 큰 사립대학) 수준의 학생만 온다면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라고 권고하였다 한다. 그러나 결과는 세인을 깜작 놀라게 하며 서울대학교 전체 합격자의 평균 수준을 앞서는 우수한 신입생으로 개교를 하게 된 것이다.

개교 10년이 못되어 우리는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최고수준의 이공대학으로 인정을 받을 눈부신 발전을 하였고 또한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 중 김호길 학장이 발의하고, 이윽고 추진된 고등학생들의 대학 복수지원을 가능케 한 것은, 한국교육 발전의 커다란 원동력이 된 것으로 우리는 크나큰 긍지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조직이든 과거의 업적에 안주하면 침체되고 내리막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연구중심대학의 아이러니는 대학의 명성이 연구업적 못지 않게 학부 학생들의 질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이다. 우리들의 연구업적이 아무리 혁혁하여도 새해에 들어오는 학부학생들의 수준이 2류, 3류로 내려가면 포항공대의 명성은 곳 퇴색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명심하여 초창기에 학부학생들에게 부었던 열과 성을 되새겨 학부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포항공대야 말로 다른 곳에서 받기 어려운 우수한 학부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요사이 우리나라의 주요 대학에서 연구의 물량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는 그릇된 관행을 보면서 포항공대는 연구의 질로서 으뜸가는 대학이 되기를 바란다. 지나친 논문편수나 연구비 확보경쟁이 바로 연구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으며 최근 우리 과학계에 충격을 안겨준 연구결과 조작 사건도 교수가 자기 책임 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너무 많은 연구과제를 통제하지 못한데서도 그 원인의 일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대학은 배출된 졸업생들의 자질로 사회에 기여한다. 글로벌시대에 세계 어디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인재들만이 배출될 때에 비로서 우리는 주어진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단순한 과학자나 기술자가 아니라 세계인으로서의 사고와 행동규범을 지닌 인재를 키워야 하며 우리 사회의 문제와 국제사회의 흐름을 깊이 인식하도록 폭 넓은 이해와 성찰을 기르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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