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가 아닌 다지선다형 문제를 원한다
OX가 아닌 다지선다형 문제를 원한다
  • 하홍민 기자
  • 승인 2013.12.0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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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학부총학생회장단 선거후보로 모두 단일후보가 출마하였다. 후보의 단독출마는 투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떨어뜨린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역대 투표율에서 드러난다. 지난 학부총학생회장단 선거 중 3파전이었던 제22대의 투표율은 70.2%, 두 후보가 경선을 벌인 제23대 총학생회장단 경선의 투표율은 각각 65.3%로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최근 5년의 비경선에서는 모바일 투표가 가능했던 제24대의 선거가 72.0%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25대 56.3% △26대 59.9% △27대 53.8% △28대 56.3%를 기록해 모두 60%가 넘지 않았다. 총여학생회장단과 기숙사자치회장 선거 역시 최근 5년 간 모두 단선이었다.
수도권이나 지방의 타 종합대학과는 달리 우리대학은 소수정예 이공계중심대학이라는 점이 단선의 원인이라 말할 수 있을까? 최근 KAIST 총학생회 선거는 우리대학과 상황이 다르다. 올해 학부총학생회와 대학원총학생회 선거 모두 경선으로 진행되었으며, 학부총학생회의 경우 5년간 3번의 경선을 치렀다. UNIST 역시 총학생회가 생긴 이래로 4번의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2번의 경선을 치렀다. 공과대학인 KAIST와 UNIST 사례를 봤을 때 우리대학의 단선문제가 공과대학의 한계라고 설명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의 학업부담이 크다는 것이 단선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 우리대학과 KAIST만을 비교해본다면, 우리대학의 졸업이수 학점기준은 △기초필수 27학점 △교양필수 14학점 △교양선택 15학점, 그리고 전공필수ㆍ선택과 자유선택을 합친 것이 학과마다 73~78학점(창공과는 64학점)으로 평균 133학점(창공과는 120학점) 정도이다. KAIST의 경우 교양과목이 27학점 이상, △기초과목 32학점 이상 △전공과목과 자유과목을 합쳐 약 65학점 △연구과목 약 4학점으로 졸업을 위해 최소한 130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11학번 이후부터 적용된 실천교양교육과정(ABC, 졸업요건 7 unit)에 대응하는 KAIST의 봉사활동( 졸업요건 9 AU)도, 1 AU당 평균 16시간 정도의 봉사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KAIST와 이수 학점을 보았을 때 우리대학 학생들의 학업부담이 KAIST보다 과하다는 표현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
투표율만 보자면 우리대학이 KAIST에 비해 높다. 이는 학생들의 참여의지는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대표자를 뽑는 문제에서 경선이 아닌 비경선이 지속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일 중 하나는 우리대학 학생들의 참여정신이 결여되어 자질이 없는 대표자가 뽑히는 것이다. 현행 총학생회 선거운영세칙상, 선거기간에는 선거 관련 언론활동에 제약이 많아 후보 자질이나 공약에 대해 언론활동을 자유롭게 펼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므로 특히 비경선에서는 공약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과 검증이 부족하기 쉽다.
한편 수도권 지역 대학뿐만 아니라 지방 일부 대학에서도 총학생회장 후보단 간의 과열된 경쟁으로 파행선거가 일어나고 있다. 올해 목포대의 부정선거 의혹, 동아대 후보자격 박탈 문제, 공주대 파행선거 문제, 경상대 파행선거 문제 등 전국 각기 각지의 대학에서 총학생회 선거 문제로 매년 대학계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러나 우리학교는 이상하다고 느껴질 만큼 조용하다. 단일 후보만 지속되는 선거는 경쟁력이 없으며 경쟁력이 없는 총학생회에 발전을 위해 지지와 동시에 감시까지 해줄 학우들이 얼마나 많을까에 대한 의문이 든다.
가장 근본적인 개선책은 학생 개개인의 의식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는 무관심하게 OX 문제를 푸는 포스테키안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문제의 보기를 만들 줄 아는 포스테키안이 되길 바란다.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겁쟁이 정신이 우리대학을 겁쟁이 대학으로 전락시킨다는 것을 학생들 스스로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