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 UX 디자인의 시대
나는 네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 UX 디자인의 시대
  • 김종서 / 산경 박사 08
  • 승인 2013.11.06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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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분기마다 애플, 삼성, 구글은 신제품 발표회를 연다. 수많은 사람이 이들의 발표내용을 사전에 예측하고 기다리며, 정식 공개일에는 그들의 발표내용에 환호하고, 새로운 제품을 가장 먼저 구입하기 위해 밤을 새우며 매장 앞에 줄을 선다. 비단 앞서 언급한 세 회사뿐만 아니라, 소비자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Top IT 회사들 모두 유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는 신제품에 대한 마케팅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방안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럴까?

UI의 시대를 넘어서 UX의 시대가 오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서 생각해보자. 10여 년 전의 애플, 삼성의 이미지는 PC, 휴대폰, TV 등의 소비자 전자제품 제조회사였고, 그들이 속한 제품군에서 절대 강자라고 부를 수 없었을 뿐더러 지배적 시장 1위의 상태는 더더욱 아니었다.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용하기 편리하고 심미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즉 쓰기 쉽고 예쁜 디자인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당시의 통념이었다. 기존의 제품으로 할 수 있었던 기능들을 사용자들이 더욱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버튼과 화면 레이아웃을 디자인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화려한 그래픽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당시를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UI)의 시대로 정의할 수 있다. 각 기업은 정보 구조(Information Architecture), 상호작용(Interaction), 그래픽 인터페이스(Graphic User Interface)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인재를 채용하여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네트워크, 디스플레이, 센싱 등 기술의 지속적인 발달에 힘입어 한 손으로 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크기의 휴대폰 개발이 가능해졌고, TV는 40인치 이상의 대화면을 이용하여 향상된 콘텐츠 몰입감을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UI 디자이너들은 과거보다 예쁜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있고, 동일한 기능도 과거보다 편리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UI 디자이너들이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제품 개발단계에서 사용자들의 참여를 향상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결과이다.
지금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의 시대, 가장 화두가 되는 스마트폰을 살펴보자. 2007년 애플이 자사의 iOS를 채택한 아이폰을 발표했고, 2010년 삼성이 구글의 Android를 채택한 갤럭시를 시장에 출시했다. 기존의 휴대폰, MP3, 개인 미디어플레이어(PMP), 심지어 개인 컴퓨터에서 개별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전화, 음악, 사진, 동영상, 이메일, 소셜, 게임 등의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이제 사용자가 손에 움켜쥔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휴대폰을 통해 이용하고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은 종래 각 기기가 가지고 있던 사용자 인터페이스들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 기능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그리고 상호작용 방식의 유기적인 결합이 이루어져야만 단순한 모바일폰이 아닌 스마트폰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이를 위해 제조사와 서비스 회사들은 사용자 인터페이스/경험 가이드라인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이 편리하고 일관적인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용자 경험시대의 기술혁신과 전략
스마트폰의 성공 이후, TV 제조사들은 너도나도 스마트TV라고 불리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기껏해야 방송사로부터 단방향으로 제공되는 TV 프로그램과 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하던 TV가,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주문형 동영상(Video on Demand)를 볼 수 있고 가족과 영상채팅을 할 수 있는 기기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왠지 아쉽다. 무엇 때문일까?
우선 스마트폰과 스마트TV는 사용 정황(Usage context)이 다르다. 대표적인 사용 정황의 차이를 보면, 스마트폰과 사용자 눈의 거리는 대부분 50 cm 이내로 매우 밀접하다. 반면에 스마트TV는 거실의 중앙에 설치되어 있고, 사용자는 2~3 m 가량 떨어져서 스마트TV 화면을 바라본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의 스크린을 본인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터치하며 상호작용을 하지만, 스마트TV는 리모컨의 버튼을 눌러 조작하게 된다. 음성, 터치, 모션 등의 다양한 상호작용 기술이 제품에 적용되고 있지만, 편의성 측면에서 아직 종래의 리모컨에 비해 미흡하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정황적 특징 하에서, 스마트폰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적용하는 것만으로 TV가 스마트하다고 부를 수 있을까?
두 번째로 사용자의 기대(User wants)가 다르다. 아이폰 이전에 애플은 아이팟(iPod)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제품(휠 버튼을 채택한 하드웨어)과 사용자 인터페이스(iTunes), 그리고 음악 콘텐츠 제작사(Content provider)를 아우르는 에코시스템을 매우 높은 완성도로 구성하였다. 그리고 이 기능은 사진, 동영상, 메일 등의 다른 기능들과 함께 다음 단계 제품인 아이폰에서 자연스럽게 통합되었다. 아이패드의 후속 제품들도 아이폰에서의 경험을 보다 다양한 폼팩터에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이다. 사용자들은 이와 같은 변화를 경험하며, 스마트폰은 본인이 원하는 바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만드는 기기로 이해하게 되었다.
한편 TV에 대한 가장 큰 사용자 기대는 단언컨대 대화면 영상에 의한 콘텐츠 몰입감 극대화이다. 이에 근거하여, TV 제조사와 서비스 제공자들에 의해 주문형 동영상, 영상 녹화(Digital video recording) 등에 관련된 기능과 서비스는 발전하였다. 하지만, 아직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가지는 서비스 에코시스템의 부재, 리모컨을 이용한 문자 입력 과정의 비효율, 다수의 구성원이 사용하는 기기로써 계정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인하여, 아직 스마트한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기기라기보다, 스마트하고 참을성 있는 사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기에 머무르는 것처럼 보인다.
사용자 경험의 시대에서 기기나 서비스가 진정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용 정황과 사용자 기대에 대한 분석에 기반하여, 기존의 경험에서 사용자가 겪고 있는 불편함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사용자들이 원하는 근원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각각의 이슈들을 개별적으로 해소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근원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고 이를 위한 에코 시스템의 구성을 병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애플이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도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사용자들이 스마트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아직 시장에 존재하지도 않는 애플의 스마트워치와 스마트TV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애플이 또다시 어떠한 모습으로 사용자 경험에 혁신을 가져올지 기대를 모으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블루칩,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
저명한 UX 에이전시인 IDEO의 팀 브라운은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을 통해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를 변화시킬 수 있고, 나아가 전략도 디자인적 사고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디자인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 △여러 이슈들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관점 △문제점 해결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 △적극적이고 꾸준한 실험 정신 △사용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이 다섯 가지 역량을 갖춘 디자이너라면 그들이 해결해야 하는 대상이 어떤 것일지라도 창조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디자인적 사고의 활용은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다. 인터페이스 디자인, 상호작용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모션 디자인, 사용성 평가, 사용자 리서치, UX 전략수립 등 사용자 경험 디자인 분야에서 맡은 바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적 사고의 실천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가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가치를 최대화하여 경험할 수 있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디자인 결과물이 정말로 사용자에게 의미있는 가치를 전달하는지를 탐구하는 사용자 가치 중심의 디자인적 사고가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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