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 탐방]'투자’ 받기 힘든 순수학문 지원이 목표
[독일 대학 탐방]'투자’ 받기 힘든 순수학문 지원이 목표
  • 황희성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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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진 "Science Tunnel"의 편집장 Dr. Andreas Trepte.
-현대 과학사에서 록펠러 재단 등의 민간 단체가 과학 발전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MPS는 독일 최대의 민간 연구 단체라고 알고 있는데, 독일 과학계에서 MPS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

대부분의 국가에서 연구, 개발의 지원은 산업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일부분을 국가가 지원하게 된다. 독일도 마찬가지로, 전체 지원을 놓고 보면 MPS가 차지하는 부분은 그리 크지 않다.

보통 연구의 지원은 상업적으로는 ‘투자’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는 이 연구에 어느 정도의 자본을 투입했으므로 적당한 시간 안에 그 성과나 이익을 볼 수 있길 원한다. 이것은 산업계와 비 산업계-주로 정부-의 연구 지원 간에 차이를 나타내게 하는 원인이며, 역할 분담이 필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MPS는 상대적으로 ‘투자’를 받지 못하는 순수 학문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민간 단체이지만 예산의 95%를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받은 예산의 사용은 전적으로 MPS 본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

-MPS에서는 학제간 연구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MPS는 기본적으로 학제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MPS를 구성하는 연구소 중에는 학제간 연구를 위해 한 건물에 물리학자, 화학자, 생물학자가 뒤섞여 연구를 하고 있는 곳도 많다. 그리고 본부에서도 이들의 효과적인 교류를 위해 각종 세미나와 강연 등을 빈번히, 그리고 유연하게 열고 있다. 우리는 연구소들의 열린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의 연구기관은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면서 어떻게 변화하였는가? 연구 분위기와 연구 주제의 측면에서 알고 싶다

근대에 들어와서부터 과학은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므로 독일의 연구기관 역시 세계적인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후 미국에서 많이 연구되었던 거대 과학시설인 입자가속기, 대형 망원경 등은 CERN 등을 통해 알 수 있듯 유럽에서도 매우 관심 있게 다뤄졌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전후 독일의 연구 주제는 세계적인 추세와 비슷했지만, 연구 환경은 약간 달랐다. 전후 독일의 연구기관은 매우 전문화, 세분화되었는데 이를 통해 기초과학과 인문학을 담당하는 MPS, 60여 개의 연구소로 구성되어 응용과학을 담당하는 Fraunhofer Society, 50여 개의 정부 연구소 등으로 나뉘어졌다. 타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형태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줄기세포 복제 연구로 유명한 황우석 교수가 국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그의 연구실은 일주일에 금요일이 세 번 있다는 농담으로도 유명하다. MPS의 연구실이나 독일 대학의 연구실도 학생들에게 중노동을 요구하는 분위기인가

독일에서는 휴일이나 규정 외의 시간에 학생이나 연구원을 강제로 붙잡아두는 일은 잘 없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해진 시간 안에 학위를 빨리 취득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주말이나 휴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를 원한다.

게다가 MPS 내에서 학위를 수여하는 연구소들은 짧은 시간 안에 학위의 취득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학위를 따고 나가거나 학위를 따지 않고 중간에 나가거나. 어느 쪽을 선택하든 개인의 선택이 존중된다.

-MPS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78개의 연구소를 갖고 있다고 알고 있다. 다양한 연구분야의 관리나 지원에는 각기 다른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MPS의 본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를 관리(control)하는가

관리나 통제는 중요하지만, 과학에서 통제는 어떻게 보면 부정적 요소이다.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trust)’이다. 최고의 과학자들은 그들에게 충분한 자원을 주고, 연구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자유를 준 뒤 그들의 성과를 믿고 기다리는 것에 의해 탄생한다. 우리는 이런 원칙하에 MPS를 운영하고 있다.

MPS 산하의 78개의 연구소들은 각각의 예산을 따로 갖고 있다. 매년 정부에서 MPS로 예산이 들어오면 각 연구소들은 본부와 일종의 협상을 통해 각자 필요한 예산을 얻어낸다. 이 예산의 사용은 각 연구소들의 자유다.

한편 과학에서 믿음은 책임을 동반한다. 2년이나 3년 후, 연구의 성과가 무엇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므로 모든 연구소들은 정기적으로 그들의 연구에 대해 외부인사의 평가를 받는다. 이 외부인사들은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들의 평가는 어떻게 보면 통제의 일종일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최고의 과학자를 만드는데 통제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닌 매우 작은 요소이다. 요즘의 성공한 과학자들은 매우 능동적이고 개인적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통제’하려고 들면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없다. 물론 통제는 필요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자유와 믿음이 동반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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