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조직화된 나노입자를 통한 고신축성 전도체
자기 조직화된 나노입자를 통한 고신축성 전도체
  • 김윤섭 / 미시간대 화공 박사과정
  • 승인 2013.09.25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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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 휘어지는 전도체
지금까지 세상을 발전시켜온 실리콘 웨이퍼 기반의 모든 전자장비는 평면기반이고 잘 부러지는 특성을 가졌다. 이것은 전자장비에 요구되는 전자적 물성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발전되어온 방향이었다. 하지만 사실 자연 상태의 모든 물질은 근본적으로 부드럽고 유연하다는 특성을 가졌고, 이러한 상태를 뛰어난 전기겚璲窩?물성과 함께 구현한다면 과학기술 분야의 새로운 한 장을 여는 좋은 시도가 될 것이다.

신축성과 전도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부드럽고 유연한 전자장비들을 만들기 위한 첫 시작은 신축성이 좋으면서 전도도까지 높은 물질들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신축성 전도체는 휘어지는 전자장비, 디스플레이, 배터리 및 인체 이식용 바이오 장비 등 많은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신축성과 전도도는 물질의 근본적인 특성상 양립하기 어렵다. 보통 좋은 전도체는 잘 늘어나지 않고, 잘 늘어나는 물질들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10여 년 간 정말 많은 근본적인 연구들이 매우 활발히 진행됐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신축성 전도체는 탄소 나노튜브(CNT) 같은 높은 종횡비(high aspect-ratio)를 가지며 전도도가 높은 나노 물질들을 폴리머 매트릭스에 분산시켜서 구현한다. 폴리머 매트릭스 안에서 탄소 나노튜브 같은 전기가 통하는 물질(conducting filler)들이 침투 네트워크(percolating network)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초점이다. 그러나 적절한 길이의 탄소 나노튜브로 구성된 신축성 전도체는 우선 전도도에 한계가 있고, (금속성과 반도체적 성질의 탄소 나노튜브의 교차점에서는 쇼트키 배리어(schottky barrier)가 존재해서 전도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늘릴 때 침투 통로(percolating path)가 쉽게 끊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많은 연구자는 적절한 길이의 탄소 나노튜브를 랜덤하게 폴리머 매트릭스에 분산시키는 방법을 조금 더 개선하기 위해서, 종횡비가 최대한 늘어난 CNT를 사용해보기도 하고, 전부 금속으로만 된 전도성 물질들을 사용해서 신축성 전도체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높은 종횡비의 물질을 만드는 방법은 사실 매우 어려우며, 전기가 통하는 물질들의 양을 늘리면 합성물의 강성도(stiffness)가 증가했고 이방성(anisotropy) 또한 증가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추가적으로 전기가 잘 통하는 박막 필름을 미리 늘려진 토대(Pre-strained substrates) 위에 올리는 방법, 휘어진 구조의 금속으로 전자 회로의 주요 부분들을 잇는 방법, 액체 금속을 탄성이 있는 3D 구조에 삽입하는 방법 등을 물성을 개성하기 위해서 사용해왔다.

LBLㆍAF 필름의 개발과 새로운 발견
우리 연구진은 본 <Stretchable Nanoparticle Conductors with Self-organized Conductive Pathways> 연구에서 금속 나노입자를 전기가 통하는 물질로 사용해서 고신축성과 고전도도를 가지는 물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나노입자로 만든 신축성 전도체가 신축성과 전자의 밀도 측면에서 다른 물질들을 능가한다는 점도 밝혀냈다.
나노입자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장점을 보인다. 폴리머 매트릭스 안에서 가역적인 재구조화를 하는 데 있어서 탄소 나노튜브나 나노선보다 매우 높은 자유도를 가진다. 따라서 외부 변형에 대해서 잃어버린 전기가 통하는 통로(conduction pathways)는 다른 통로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입자 사이의 전도도는 상호 간의 배열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 등방성(isotropic)의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같은 기본 재료들을 사용해서 두 종류의 다른 합성물을 만들었다. 첫 번째, 폴리머와 금속 나노입자를 상호 교차적인 층으로 만드는 방법(layer-by-layer assembly, LBL). 두 번째, 랜덤하게 덩어리진 폴리머와 금속 나노입자를 필터링하는 방법(vac-uum-assisted flocculation, VAF)이다. [그림 1]
물성을 비교하자면, LBL 필름이 전기 전도도가 높았고, VAF 필름은 신축성이 좋았다.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LBL은 금속과 같은 수준인 11,000 S/cm까지 전도도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VAF는 적당히 유연한 전도체 정도인 1,800 S/cm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약 100% 스트레칭 하에서 LBL 필름은 여전히 높은 전도도인 2,400 S/cm를 나타내었고, VAF는 480%까지 늘려졌을 때 35 S/cm를 나타내었다. 35 S/cm는 보통의 전자 장비들에게 있어서 충분히 유용한 정도의 전도도이다.
이렇게 좋은 전도도와 신축성을 구현할 수 있었던 비결은 구형 모양의 금속 나노입자들이 폴리우레탄이라는 매트릭스에 분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침투 이론(percolation theory)에 따르면 스트레칭을 하면 입자 간 거리가 멀어져서 전도도가 떨어지게 마련인데, LBL와 VAF 물질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 이유를 밝혀보니, 금속 입자들이 인장 변형(tensile deformation)에 따라서 서로 사슬(chain) 모양으로 정렬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림 2a] 나노입자들은 서로 자기 조직화(self-organized) 되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인장변형이 생겼을 때 축 방향으로 사슬 모양 정렬이 되는 특성을 통해서 원래 길이의 두 배 이상, 다섯 배까지 늘어났을 때에도 좋은 전도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높은 변형(high strain) 구간에서는 혼합물 내부의 구조가 세포 구조(cellular structure)로 재구성되는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림 2b] 그리고 이러한 독특한 사슬, 세포 구조의 네트워크는 LBL과 VAF 두 가지 물질 모두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재구성, 재배열은 가역적인 특성을 보였다.
나노입자들이 액체 상태에서 입자 모양으로 정렬된다는 것은 많은 연구에서 밝혀왔다. 하지만 고체 상태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이번 연구를 통해서 새롭게 밝힌 물질의 근본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이렇게 고체 상태에서 나노 입자들이 자기 조직화되는 현상은 금속과 폴리우레탄뿐만 아니라 다른 물질들의 조합에서도 밝혀질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성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개발된 물질들은 우선 가까운 시일 안에 늘어나고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휴대폰 또는 생체(뇌, 심장) 이식 가능한 바이오 장비의 핵심 전극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뇌의 신호를 읽기 위한 전극(probe)에의 적용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유는 유연하고 늘어나면서도 높은 전도도를 가진 물질은 고르지 못한 뇌의 표면과 밀착된 접촉을 할 수 있고, 뇌와 거부 반응이 적을 것이며, 높은 전도도를 통해서 향상된 성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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