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불 구경’ 안전 불감증 위험수위
‘강 건너 불 구경’ 안전 불감증 위험수위
  • 임강훈 기자
  • 승인 2002.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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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연구성과를 내는데 손색없는 연구실험환경이지만 안전설비 확보나 의식 수준은 극히 낮다
연구효율성, 결과만큼 안전한 연구환경 조성 필요

지난 해 LG연구동 반도체 청정룸(Clean Room)에서 일어났던 연구원의 사망사고가 불러온 충격과 당혹감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대학의 안전문제는 사고당시보다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어 ‘안전 불감증’이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동안 사고가 생기면 그에 대한 임시방편적인 대처만 있었을 뿐 실제적으로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보완 노력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1999년에 일어났던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실험실 폭발사고 이후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우리대학에서도 실험실 안전문제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외부전문업체에 안전점검을 위탁하여 연구-실험실 중 위험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되는 480여 곳에 대해 정밀점검을 실시했다. 하지만 사망사고는 그러한 점검이 있은 후 불과 4개월 뒤에 일어났다. 더욱이 사고가 있기 두달 전 교내 전 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이 이루어진 뒤였다. 당시 교육 참가자는 94명에 그쳤다고 한다. 이는 우리대학의 안전문제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있었던 안전점검 결과 313개의 실험실에서 총 898건의 안전미비 사항이 지적되었고, 그 중 85% 정도는 보완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단기적으로 처리가 가능한 현상적인 문제들이고, 고액의 예산이 수반되는 시설구비에 있어서는 거의 손을 대지 않은 상태이다. 학교측에서는 예산이 수반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각 학과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학과에서는 그 반대로 거액의 예산이 수반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는한 시설 안전기자재 확보가 사실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다.

시설적인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연구원들의 안전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가에서 지정한 실험안전수칙이 있지만 대학에서 이뤄지는 실험에 대해서는 예외사항이 많아 연구원들이 그러한 사항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전의식 및 안전수칙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속적인 안전교육과정이 없을 뿐더러, 어쩌다 교육을 실시해도 일부 연구원들만이 형식적으로만 참여할 뿐이다. 연구의 능률을 중시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반강제적인 규정준수와 안전교육 참가 독려라도 있어야할 만큼 의식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원인은 우리대학에 안전문제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부서가 부재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지난해 시설운영팀에서 실험실 안전에 대한 방안 마련에 나서 위험 화학품 및 폐기물 정보에 대한 전산화 등을 진행시켜 놓았지만 실제 행정에 반영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그러한 방안들은 모두 보류되었다.

안전문제는 연구환경 조성에 있어서 어떤 문제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기본 전제 조건 중의 하나이다. 우리대학이 진정한 연구중심대학으로 우뚝서고자 한다면, 우수한 연구결과들을 양산하는 것과 함께, 연구인력의 안전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대학이 먼저 되는데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