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 그들의 이야기
수집, 그들의 이야기
  • 김충렬 / 한일장신대 심리치료대학원장
  • 승인 2013.03.2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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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행동의 심리학적 이해

특정한 물건을 즐거운 취미로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주변에도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을 보관하거나 가치 있는 물건을 수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래서 외국 주화나 기념우표를 수집하는 것, 또는 한 음악가의 앨범만을 끈기 있게 수집하는 것은 좋은 취미로 여겨지기에 자랑거리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한두 가지 정도는 수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사람들은 수집에 관심을 갖고 그렇게 열을 올리기도 하는 것일까? 이런 수집적인 행동을 우리는 심리적인 차원에서 다음의 몇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1. 소유본능의 발현으로서 수집
수집은 소유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건을 모으는 것은 유달리 소유본능이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소유는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소유라는 영역을 중요시하는 마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수집형이 책을 읽는다면, 여러 부분에 밑줄을 긋게 될 것이다. 이들은 책의 중요한 부분에도 줄을 긋지만, 중요하지 않은 모든 부분에도 줄을 긋는다. 그렇게 줄을 그어놓고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다시 기억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이 나중에 다시 그 부분을 들여다본다면 전혀 새로울 것이지만, 그들에게는 그 부분을 읽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런 현상을 두고 우리는 그들의 소유적 본능에서 이해해야 한다. 자신이 거쳐 간 것에는 모두 애정을 가지려는 특징이 드러난다는 점에서다. 이런 애정의 마음은 아마도 소유에 바탕을 두는 심리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들에게는 많이 가져보지 못한 물건에 대한 애착심이 그런 행동으로 발전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물건의 소유, 그리고 소유물의 애착심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그리고 소유욕은 인간에게 있는 본능 중에서도 가장 끈질긴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소유욕의 심리적 현상이 그들에게 수집하는 행동으로 발전되었을 것을 생각하게 된다.  

 2. 심리적 공허의 보상으로서 수집
수집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모은 물건을 보물을 다루듯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것은 가족의 누구라도 소용이 없다. 자신이 수집해 놓은 물건이 자신의 분신처럼 느껴져서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수집하는 것에 몰두하느라 정상적으로 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기가 수집한 물건이나 수집행위 자체에 대해서 그다지 심한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모으는 현상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그것은 심리적인 공허감의 보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들의 마음에 허전한 공간, 채워지지 않는 그 부분을 그들은 지금 물건으로 채우려는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마음에 허전한 것을 물건으로 채우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점에서는 쇼핑중독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들 역시 남다르게 물건을 소유하여 마음을 채우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물건을 수집하는 것이 허전한 심리, 공허한 마음에 조금은 충족의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마음은 마음으로 채우는 것이지, 물건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다.”라는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3. 병리적 현상으로서의 수집
수집도 그 정도가 지나치면 병리적인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수집 강박증’이다. 수집 강박증은 수집광(收集狂)을 예로 들 수 있다. 전형적인 수집광은 모아두고자 하는 마음에 저항하지 않는다. 수집광들의 흔한 양상에는 먼저 고통이나 의례적 행동을 야기하는 상황들이 있다. 그리고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생각, 상상, 충동들이 있다. 그리고 회피하거나 의식화 할 수 없는 공포스런 결과들이 있다. 고통이나 의례적 행동을 야기하는 상황들은 물건을 버린다, 누군가가 자신의 ‘수집품’을 재배치한다, 후에 필요할지 모를 물건을 잊어버리고 남겨두고 간다 등이다.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생각, 상상, 충동들은 어느 날 내가 물건이 필요할 때 찾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내가 이 물건이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그것을 버렸으면 어떻게 될까? 등이다. 회피하거나 의식화 할 수 없는 공포스런 결과들은 어떤 경우라고 해도 병리적인 특성과 관련되고 있다는 점에서 치료를 필요로 함을 명심해 두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상에서 수집에 대한 심리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수집은 심리적인 공허를 채우려는 시도, 소유본능의 발현이라는 점, 더욱이 수집이 취미적인 차원을 넘으면 병리적인 차원으로 이행한다는 점을 유념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