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에서 나눔을 나누는 사람들
에티오피아에서 나눔을 나누는 사람들
  • 황지혜 / 정보전자융합공학부 박사과정
  • 승인 2013.03.0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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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으로 내디딘 행복한 걸음 그리고 적정기술
아름다운 시간 속에서 청춘을 보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서로 누르고 올라서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인간적 유대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을까? 아니다. 우리대학과 같이 훌륭한 인프라를 갖춘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은 너무도 감사한 일임이 분명하다. 이를 베풀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필요성 때문이었을까? 단원 모집 공고를 보고 어느새 지원서를 작성했고, 봉사단원이 되어 있었다.
11월부터 주 1회 회의를 통해 기본적인 윤곽을 잡아 나갔고, 방학이 시작된 12월 26일부터는 합숙을 통한 국내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적정기술과 태권도 팀장을 맡았고, 미술교육 준비와 대야초등학교의 3학년, 베라 스쿨의 6학년 선생님을 맡았다. 아침 8시에 체력 훈련 및 태권도 팀 연습으로 시작해서, 오후 1시에 교육 준비를 위한 전체 회의가 이어지고, 저녁을 먹은 후부터는 적정기술 팀을 위한 회의 또는 태권도 팀의 추가 연습으로 시간을 보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환대를 해주는 천사 같은 아이들을 만났다.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보다, 이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고 싶었다. 그들에게 어떻게 쉽게 전달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수업에 사용할 예제를 만들다 날이 새고, 풍력발전기 작업을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하니 날이 밝았다. 곡괭이질로 녹초가 된 몸으로 태권도 연습을 하고, 아다마 공대의 노천극장에서의 공연 영상을 보니 공연 중에는 느껴보지 못한 우리의 투박한 성의에 울컥해진다. 자발적 의지에 의한 움직임은 그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만족감과 생산성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번 봉사활동의 절반을 차지한 적정기술 이야기를 풀어 본다. 12월 10일 적정기술 팀을 만들고, 첫 회의에서 ‘풍차의 날개가 괜히 큰 것이 아닐 텐데, 어떻게 소형 풍력 발전이 가능하지?’ 라는 대화가 오갔다. 이론 공부 및 필요한 물품 준비가 우선이다. 풍력발전기 설치 작업 및 배선 작업을 해야 한다. 나도 처음인데, 나를 믿고 있는 팀원이 여덟이다. 인터넷, 문헌 그리고 전문가 등 다양한 방면으로 조사하고 준비했다.
그러나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만은 않았다. 세관에서 풍력발전기와 전선을 압수당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밤을 새우면서 준비해 온 일이 물거품이 되진 않을까’ 불안했지만, 내색 할 수가 없었다. 팀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무거운 짐을 옮겨야 하는데, 차는 없고, 콘크리트 작업을 해야 하는데 물이 없다. 코이카의 협조로 찾게 된 발전기, 조립에 중요한 부품을 발전기 사이사이 공간에 끼워 놨었다. 세관에 압수되면서 흘렸는지, 중요한 미세 부품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이런 우여곡절 이겨내고 배선 작업까지 마무리했다. 불이 켜진다. 대야 초등학교에서는 야간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셨다. 한국에서 준비해온 풍력발전기 매뉴얼과, 현지에서 손 글씨로 작성한 전기 배선 매뉴얼을 전달하고 적정기술 일은 마무리되었다. 팀장이라는 권한을 내세우기 전에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팀원들의 몰입이 없었다면 짧은 시간 안에 해낼 수 없었던 일이었다.
자유롭게 회의할 수 있는 회의실과 문화공연 연습을 위한 공간이 있는 호텔, 봉사지로 이동할 수 있는 차량과 드라이버, 문화공연을 할 수 있었던 스피커와 마이크 등 시스템 준비, 모든 활동 장소 사전 예약 등 우리가 활동에 만족하고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모든 사항을 코피온 간사님들께서 고생해 주셨다. 현지에서 민간 외교관으로 국제 개발 협력 사업을 하고 계신 선생님들과, 한국에서 함께 가신 선생님 그리고 코이카 단원 선생님께서 함께 만들어 주신 우리들의 무대다. 항상 뒤편에서 바라봐 주시고, 음지에서 응원해 주셔서 활동 내내 고마움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다. 본 필지를 빌어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봉사단을 준비하면서 ‘나눔’, ‘베품’을 언급했었던 것이 얼마나 용감한 생각이었는지 부끄럽다. 배움, 감사, 경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나눔에 대한 평가는 접어두고 싶다. 훌륭한 봉사단원, 훌륭한 선생님들과 함께 활동했던 것 자체가 큰 교육이었고, 넉넉하지 않아도 언제나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진 현지인들을 보면서도 많이 배웠다. 그곳에서 무엇이 진짜 사랑인지, 부정할 수 없는 미소와 친절이 무엇인지 뼛속 깊이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