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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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정은 기자
  • 승인 2013.03.0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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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dial 코스 이제는 ‘Remedy’해야 할 때
우리대학은 기초학업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입학예정자들을 위해 입학 전 2~3주간 학생들이 해당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레메디얼 코스’를 실시해오고 있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좋으나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는데 매번 반복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우선 레메디얼 코스 수강대상자가 불분명하다. 학교는 화학 수업의 경우 고등학교 화학Ⅱ 이수 여부로, 수학 수업은 학교에서 정한 일정 기준 충족 여부로 수강대상 여부를 통보한다. 하지만 생활기록부 상에서 화학Ⅱ를 이수한 학생이더라도 교과과정을 모두 충실히 이수한 것이 아닌 경우인 학생들도 레메디얼 코스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고 수학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아예 정확한 기준조차 알 수 없다. 또한 수강대상으로 선정되었다 하더라도 꼭 참여해야만 하는 필수사항은 아니어서 학생들의 혼란은 가중된다. 결국 정말 프로그램 목적에 맞게 기초학업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보다는 ‘남들이 하는데 나만 안하면 불안하지’, ‘꼭 학업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먼저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레메디얼 코스를 신청한다.
또한 매번 레메디얼 코스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특별히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프로그램에 잘 참여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수업에 빠지는 일이 잦다. 덕분에 레메디얼 코스는 학생들 사이에서 ‘술메디’라고 불리며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러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질서를 바로잡고자 올해부터 아침과 밤에 점호를 하고 학생들의 생활을 도와주는 생활조교를 배치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학생들은 술을 마시러 효자시장으로 향했고 시장 안에서 길을 잃는 작은 헤프닝이 일어났다. 이는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본다.
매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학생들의 의식 문제 때문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기자는 학생들의 의식 문제 이전에 레메디얼 코스 교육대상 선발에 문제가 있으며 이 문제가 ‘어차피 제대로 참여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안되니깐’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레메디얼 코스 수강대상자를 명확히 해서 목적의식을 뚜렷하게 가진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 막 고등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 할 학생들을 제대로 통제하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진정으로 학생들을 돕고자 한다면 레메디얼 코스에 대해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는 더 이상 ‘remedy’가 ‘술medy’로 불리는 일이 없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