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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에서 스티브 잡스를 키우려면
[322호] 2012년 09월 05일 (수) . .
스티브 잡스는 어디서 어떻게 아이폰의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한 인터뷰를 보면, 손가락으로 화면 이동이 가능한(‘핑거 스크롤’) 터치패드 컴퓨터를 개발하던 어느 날, 한 엔지니어가 핑거 스크롤로 러버밴드 효과(화면이 끝부분에 이르면 튕김으로써 더 이상의 화면이 없음을 보여주는 효과)를 시연하는 순간, ‘아, 이것으로 휴대폰을 만들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즉시 잡스는 프로젝트 전환을 지시했고 2년 뒤에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 엔지니어의 시연을 본 순간 그에게는 ‘재미있는 작동 + 모바일 폰’이라는 새로운 커넥션이 영감처럼 떠오른 것이다.
이러한 놀라운 영감은 과연 어떻게 가능해진 것일까? 창의성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딘 키쓰 사이먼턴 교수의 관찰에 따르면, 창의적인 사람들이 지능이나, 학력, 경험, 유전 면에서 더 우월한 것은 아니다. 그들 고유의 장점은 새로운 커넥션(novel connections) 즉 새로운 융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에 있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러한 능력이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한 사물과 개념, 아이디어들을 지속적으로 결합시키고 관련짓는 일을 해온 데서 생겨난다는 사실이다. 결국 창의성은 꾸준한 습관과 지속적인 과정에서 온 ‘후천적 삶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2011년 정부와 기업 등의 후원으로 우리대학에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기 위한 교육과 연구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제 1년이 지났으니, 그 기회를 우리대학이 얼마나 잘 활용하고 키워가고 있는가를 평가하기보다는, 이러한 기회를 통해서 우리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얻을 수 있고 얻어야만 할 리턴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세 가지를 말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과거에 할 수 없었던 또는 해보려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다. 전통적인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는 이미 모든 대학들의 숙원 사업이 되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시도를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경험과 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작은 규모의 실험을 해보면서 터득해 나가는 방식뿐이다. 우리대학에 주어진 기회가 바로 이러한 실험을 가능케 할 ‘아이랩(i-Lab)’의 설립이다.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듯이, 불확실성이 있는 실험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하나하나 터득하고 노하우를 쌓아가야 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실험이 당장 어떠한 성과를 내느냐가 아니다. 실험이 시험이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서, 어떤 경우가 성공적인 결과를 낳고 어떤 경우에 실패나 오류가 생기는지 배워가야 한다. 한국의 대학에서 스티브 잡스를 키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이유의 하나는, 학생 스스로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따라 창의적 아이디어를 산출하고 연구하게 할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만드는 최적의 방법을, 리스크를 동반한 실험을 통해서 터득해 나가야 한다.
둘째는, 이제까지 누구도 시도해 보지 않은 문제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이렇게 최소한의 조건과 제약으로 지원을 한 적은 거의 없다. 그들의 바람은 한 가지이다. 더 큰 문제, 더 새로운 분야, 더 먼 미래를 위해 도전해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창의적인 주제로 자유롭게 연구하고 잘 준비된 미래의 ‘명품’ 인재들을 육성해달라는 주문이 담겨있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기득권의 포기’이다. 이제까지 잘하던, 잘되던, 잘 인정받던 연구를 과감하게 포기하더라도,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연구와 길을 찾아 나서는 개척자적 마인드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최근에, 삼성종합기술원 내에 신설된 프론티어연구소(Frontier Research Lab) 소장을 만나 무얼 연구하는지 물은 적이 있다. 그 답은 재미있게도 ‘뭘 연구할까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러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가 우리대학에 주어졌다. 누가 뭘 할지를 미리 결정해서 거기에 매달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어떤 사람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어떤 주제를 찾아서, 어떤 융합된 기술과 프로세스로 어떤 결과를 얻고자 할 것인가를 발견하려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융합형 연구를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끝으로 우리 모두가 리턴으로 얻고자 할 가치 있는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는 용감한 도전정신의 회복이다. 우리대학이 탄생했던 시점에는 그 누구도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소규모의 사립대학이 이렇게 놀라운 성장과 성공을 거두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소수의 ‘용감한 사람들’이 우리대학의 가능성과 미래를 그리고, 믿고, 투자한 것이다.
세월이 흘러 어느새 초기의 도전정신보다는 현재를 지키고 이어가려는 관성(inertia)이 더 크게 자리한 지금, 우리대학에 더욱 절실한 것은 새로운 도전정신이다. 아이랩이 이러한 도전정신을 회복시키는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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