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을 아십니까
다보스 포럼을 아십니까
  • 박지용 / 산경 08
  • 승인 2012.05.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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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세계 경제 지형 등 사회, 정치, 경제 논의의 장
누군가 우리에게 이러한 논의를 한다면 어떠할까.
“에너지 고갈 문제, 고령화 문제, 사회 양극화 문제, 청년 실업 문제, 기후 변화,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만약 공자, 맹자와 같은 성인군자들의 얘기라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당장 우리에게 주어진 사안에 집중하는데도 벅차다고 조심스레 면죄부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설령 성인군자가 아니더라도 국제 평화 유지와 국제 협력을 위한 국제연합(UN)에서 다음과 같은 논의가 나왔다면, 에너지, 환경 문제 등이 중요하지만 국제연합의 국제 사회적 역할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그들의 역할이라고 조심스레 떠넘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이 시대의 경제인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들은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는 저명한 기업인ㆍ정치인ㆍ경제학자ㆍ저널리스트 등이 세계 경제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EF)이라는 국제 민간 회의에서 논의된 주제들이다. 매년 초 스위스 동부 휴양지 다보스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데이빗 카메론 영국 총리 등의 정치인들과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등의 기업인을 비롯한 세계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리더 2500여 명이 참여하여 세계와 인류가 직면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들 중에 중국과 인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중국과 인도의 성장, 그리고 이들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세계 경제 지형이 나머지 사회 지형, 정치 외교 지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논의는 몇 년 전부터 세계경제포럼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이다. 이러한 세계의 흐름은 우리나라도 결코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이다. 이는 현실의 삶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일자리, 경제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제들이다.
또한 올해 세계경제포럼의 주제는 <The Great Transformation: Shaping the New Model>이었다. 이는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죄를 지었다. 이제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개선할 때가 됐다”라는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의 발언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2012년 세계경제포럼 포럼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된 주제인 ‘자본주의’에 대해 블롬버그 통신이 참석자 1209명에게 설문 조사를 하였는데 ‘자본주의가 정말 위기에 빠졌다고 보는가?’ 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0%가 “그렇다”고 답했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회장은 “1930년대 대공황과 여러 모로 비교될 정도로 극도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2000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열린 자본주의를 주창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 ‘열린’이란 수식어 대신 ‘반성’이란 말이 지배적이었다.
그렇다고 세계경제포럼에서 논의된 의견이 무조건적으로 옳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계경제포럼은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값비싼 폐쇄적 사교 모임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며, 자유 무역과 미국식 세계화를 지지하고 있어 학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 예로 다보스포럼이 개최되는 매년 초 이에 반대하는 세계사회포럼(WSF)이 개최되고 있으며 ‘문명의 충돌’로 유명한 사뮤엘 헌팅턴은 세계경제포럼에 대해 국가의 이익에 앞서 본인의 비즈니스를 위해 다보스포럼을 이용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포럼에서 논의되는 주제들이 세계를 움직이는 커다란 조류, 메가트렌드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를 이끌어 가는 정치인, 경제인들이 그들의 핵심 과제로서 얘기하고 있는 소득 불균형, 청년 실업 등의 사회 문제, 에너지, 기후 변화 등의 환경 문제, 자본주의의 문제 등에 대해 우리나라의 정치인, 기업인들이 앞장서서 얘기하는 모습을 기대할 순 없는 걸까?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일까? 어느 국가도 세계의 흐름 속에 결코 자유로울 순 없다.
그렇다면 선진국들과 다르게 우리 사회가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고 치열하게 고민하지 못하는 것이 대학생 때부터 그러하지 않을까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리더들이 진정으로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해 미래의 지도자를 꿈꾸는 포스테키안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미국식 자본주의 이후에 새로운 모델은 어떠할지, 미래의 세계 경제 질서는 어떻게 재편될지, 인류와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한 케이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은 충분히 역경을 견뎌왔다. 이제 우린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상황도 훨씬 나아졌다. 그 시절의 희생을 감내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 이제는 우리의 책임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우리 세대의 책임은 달라야 한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어려운 문제들 뿐 아니라 세계의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다보스를 들여다보아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