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신드롬
반값 등록금 신드롬
  • 허선영 기자
  • 승인 2012.03.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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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값의 등록금이 두 배의 희망으로
작년 말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에서 전국 2,000여 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2011년 20대 핫이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 33.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것은 단연 ‘반값등록금’이다. 반값등록금이 작년에 얼마나 대학 사회를 달구었는지 잘 알 수 있는 결과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2008년 대선 당시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분개한 대학생들이 한나라당을 대상으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눈물의 삭발식을 거행하고 단식 투쟁에 나섰다. 정부는 그들에게 물대포를 겨누고 경찰을 동원해 그들을 강제로 연행시킬 뿐이었다. 하지만 거대한 공권력에 맞서는 학생들의 촛불은 뜨거웠다. 3만여 명이 모인 2011년 6월 10일 반값등록금 촛불집회에서 학생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세상에 퍼뜨렸다. 이를 계기로 여론은 그들에게 더욱 주목했고 정부도 그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20대의 힘은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운 무소속 박원순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은 박원순에게 70%의 지지율을 보여준 20대 유권자들이 한몫해낸 것이라 볼 수 있다. 결국,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공약대로 서울시 예산 182억 원을 서울시립대에 지원하여 올해부터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로 했다. 이 결과 서울시립대의 2011년 기준 등록금은 한 학기당 289만 원(공학계열)이었으나, 올해부터는 144만 원(공학계열)으로 인하해 인하율 50%를 기록했다. 설마 했던 ‘진짜’ 반값등록금이 실현된 것이다. 서울시립대는 반값등록금에 힘입어 올해 수시 입시 경쟁률이 작년보다 2배 이상 상승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 기세를 몰아 전국 여러 대학에서도 등록금을 인하하는 추세가 보이고 있다. 올해는 전국 344개 대학 중 한국과학기술원(KAIST)만이 등록금 인상을 택했고, 우리대학을 포함한 나머지 343개 대학은 등록금 인하 혹은 동결을 택했다. 작년에는 대학정보공시에 등록된 232개 대학 중 42개 대학만이 등록금 인하 혹은 동결을 택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실로 반값등록금 신드롬이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등록금 인하 추세와 더불어 정부가 내놓은 것이 바로 국가장학금 정책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한나라당과의 당정협의를 거쳐 2011년 9월 8일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국가장학금으로 1.5조 원과 대학 자구노력으로 7,500억 원을 지원키로 했으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통하여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교과부는 이러한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대를 통해 결과적으로 “올해 대학생 등록금 부담이 19.1% 줄었다”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수치상으로 줄어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아직 실질적인 복지의 실현은 멀었다는 의견도 많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고려대를 비롯한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등록금 인하율이 2~3%에 그쳐 명목상의 등록금 인하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일부 대학은 학부 등록금을 인하하는 반면 특수대학원 혹은 전문대학원 등록금은 인상하는 ‘꼼수’를 보이기도 했다. 국가장학금 제도 역시 정부가 반값등록금을 회피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며, 관리조차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값등록금 시위를 주도해 온 한국대학생연합 의장 정용필(경희대 국제캠퍼스 기계공학과 4학년)씨는 “현재 대학생들의 평균 부채가 1,353만 원이다. 교과부는 한시적인 국가장학금 지원으로 19%가량 인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올해 등록금고지서를 보면 8만에서 10만 원 정도 인하되었을 뿐이다. 지금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반값등록금이다”라며 실질적인 반값등록금을 요구하고 있다. (최종학 기자, 「등록금 여전히 큰 부담걖?청춘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국민일보, 2012년 2월 19일 자)
반값등록금 시위에 참가하는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은 그들의 삶의 질과 직접 연관된다. 취업전문 포털사이트 잡코리아에서 올해 2월 4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774명을 대상으로 부채현황을 조사한 결과 67.7%의 졸업생이 ‘갚아야 할 빚이 있다’고 답했고, 이 중 84.4%가 학교 등록금 때문에 빚을 지게 되었다고 답했다. 그들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 학기 내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돈 때문에 일정 부분 학업을 포기하기도 아니 박탈당하기도 한다. 반값등록금의 실현은 그들에게 소중한 청춘을 즐길 기회를 줄 수 있기에, 반값의 등록금은 그들에게 두 배의 희망으로 다가온다.
반값등록금의 미래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듯이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실현을 시작으로 차츰 대학생들이 숨을 트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해본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결과를 대학생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냈다는 점이다. 요즘 세상은 ‘P세대’가 이끌어나간다고도 한다. P세대는 선거겷克努쳄㎰?같은 사회 전반에 걸친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열정과 힘을 바탕으로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는 세대를 일컫는다. 이번 반값등록금 시위와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P세대의 잠재적인 힘을 톡톡히 보여준 셈이다.
우리대학 학우들은 다른 대학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값등록금에 열광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포항공대신문 제313호에 실린 ‘2011 대구·경북권 대학생 의식 설문조사’의 사회·경제 부문에서 올해의 사회이슈를 물었을 때 대구·경북권 전체에서는 ‘반값등록금’이, 우리대학에서는 ‘안철수 열풍’이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우리대학 학우들은 대부분 등록금이 반값이 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이는 우리대학이 다른 대학에 비해 장학금 수혜 비율이 높고, 이공계 대학임에도 사립대 등록금 순위가 202개 대학 중 172위(2011년 기준)를 차지할 만큼 등록금이 낮은 축에 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대학은 작년 ‘학생생활만족지표’에서 등록금 대비 수업만족도에서도 30개 대학 중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렇게 우리는 학자금 걱정이 그다지 필요치 않은 우수한 교육환경 속에 있다. 혹자는 반값등록금 시위를 보며 약간의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반값등록금이 우리에게 아무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참여(Partic- ipation)를 통해 스스로 패러다임의 변화(Paradigm-shifter)를 일으키고자 하는 열정(Passion)을 가진 자들이 진정 사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반값등록금 신드롬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 혹은 충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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