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11학번은 교육정책의 모르모트인가
[지곡골목소리] 11학번은 교육정책의 모르모트인가
  • 박형민 / 컴공 11
  • 승인 2011.10.1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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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 없는 목표는 한낱 꿈에 불과하다.” 이 말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프랑스의 위대한 작가인 생텍쥐페리의 명언이다. 목표에 계획이 부재하다면 이룰 수 없는 허구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보통 사람들은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세계 유수의 대학이며 국내 최고의 대학인 우리대학에서 일어났다면 믿겠는가? 하지만 그러한 일은 실제로 일어났고, 더욱이 대학 교육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교과과정에서 일어나게 되어 필자를 비롯한 11학번 신입생들이 받은 충격이 컸다.

 교과과정안, 그것은 학생이 앞으로 받을 교과과정을 확정하며 교육을 보다 능률적으로 받기 위한 필수적인 계획이다. 하지만 올해 우리대학은 이 당연한 사실을 두고도 당당하게 지난 10월 초에 11학번을 위한 교과과정 확정안을 발표했다. 얼마 전 필자는 한 통의 교과과정 확정 메일을 받고 적잖이 당황했다. 그 메일을 읽는 순간 필자는 지금이 2010년인지 2011년인지 조차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지금은 10월이다. 2학기 중간고사가 이미 코앞에 보이는데 이제 2011학년도 교과과정이 확정되다니 진정한 무책임 정책의 결정을 보여주는 것 같다. 국민이나 언론에 규탄을 받는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행태 중 하나가 일을 벌여놓고 끝마쳐야 할 시간보다 한참 뒤에 겨우겨우 끝마치는 유형이다. 지금 우리대학이 행하는 일이 이것과 얼마나 다른가? 교과과정 설명회를 실시한 후 74일이 지나면 한 학년이 끝난다. 즉 220여 일이나 뒤처져서 교과과정을 확정하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게 되면 필자를 포함한 이번 신입생들의 뇌리에서는 “우리는 우리대학이 버리는 카드인 건가, 아니면 12학번들을 위한 정책실험의 모르모트인가”라는 생각이 떠나지가 않는다. 실제로 필자가 교과과정 확정안 발표 자리에서 “이번 11학번들은 이대로 과정을 실행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폐해를 수집해 이후의 학번들을 위한 교과과정에서는 수정하겠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런 말로 미루어보아 학교는 11학번 학생들을 단지 모르모트로 여긴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대학에서 이번에 강행한 교과과정 개혁안에는 많은 무리수가 존재한다. 필자가 아무리 이 글에서 교과과정 개혁안에 대해 비판하여도 이미 실행되기로 한 계획을 물리는 것은 힘들지만, 아직 개정의 여지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학교는 잘못을 인정하고 학생들과의 논의에 의해 필요한 개정을 해야만 한다. 또한 앞으로는 이러한 미완성 개혁안을 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11학번들은 교과과정 개정안에 불만을 품고 반목하기보다는 학교를 포용하고 진정한 포스테키안으로서 패기를 발휘하여 현재에 대한 불만보다는 미래에 어떻게 적응하고 헤쳐나갈지를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