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스텍의 경쟁력
[사설] 포스텍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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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0.1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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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대학들은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 확보를 화두로 내걸고 우수한 외국인 교수와 외국인 학생의 유치, 융합 학문의 육성, 영어 강의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기 위하여 애쓰고 있다. 우리학교도 이러한 방향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제 이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하겠다. 그러나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 학생, 연구원, 직원 등 그 구성원에게서 나온다는 사실과 현재 구성원의 거의 대부분이 한국인이고 당분간 이러한 환경이 바뀌기는 어렵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결국 국내 우수 인재의 모집에 있어서 경쟁 대학과의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포스텍 경쟁력 강화의 관건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달리 우리대학은 재정적으로 상당히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재단 전입금의 상대적인 비율이 국내의 다른 사립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이 높아 좋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재단 전입금이 기금 운용 수입임을 생각한다면 대단히 불리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사립대학의 재정은 많은 수의 학생으로부터 나오는 등록금 수입에 대부분 의존하지만 우리는 실제 예산의 상당부분을 재단 전입금에 의지하는데 이는 달리 생각하면, 다른 대학들은 집안의 가장(부부)이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매달 수입이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으며 우리대학의 경우 이미 가장이 퇴직을 하여 퇴직금의 운용만으로 가계를 꾸려야 하는 경우와 유사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경기의 부침이나 외부 요인에 민감하고 장기적으로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대학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더 많은 기금의 확보와 함께 고정 수익사업의 확충에도 힘써야 함은 당연하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대학의 운영 방향은 지속 가능한 환경의 구축을 위하여 점진적으로 바뀌어 왔으며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등록금의 인상, 기숙사 사용료 징수, 최근 논의되고 있는 교수아파트의 혜택 축소 등과 같이 무료 혜택의 점진적인 축소와 함께 학교 시설의 사용자에게 혜택에 합당한 사용료를 징수함으로써 각각의 시설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우리대학은 설립초기부터 저렴한 등록금과 기숙사 및 시설의 무료제공 등의 방침을 유지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많은 반발과 불만을 야기하고 있으나, 미국의 유명 사립대학들의 경우 등록금은 물론 모든 사용료에 있어서도 학교 외부의 시설과 같은 수준의 액수를 부과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의 사용료 및 유지 보수를 위한 비용을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정책의 전환이 앞서 이야기한 인재의 유치로 결정되는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면 이는 빈대 잡으려다 오히려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이다. 따라서 대학의 모든 정책의 계획 및 시행에 있어서 대학의 경쟁력을 최우선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우리대학의 경쟁력은 우수한 교수와 학생으로부터 나옴을 상기하여야 한다. 우수 학생의 유치에서는 서울대학교와 KAIST, 우수 교수의 유치에서는 서울대학교와 KAIST뿐만 아니라 연고대 등과도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대학과의 상대적인 경쟁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내 대학의 연구여건은 이제 어느 정도 평준화되어 국내 10위권 정도의 대학이라면 연구 시설로 경쟁력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또한 거의 모든 우수 대학이 수도권에 있다는 사실과 인구의 반이 수도권에 몰려있어서, 수도권에 있지 않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경쟁력에 많은 불리함을 가지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에서 우리의 경쟁 대학들과 연구기자재나 보수만으로 경쟁할 수는 없다. 특히 주거 환경은 최상의 여건을 유지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기업의 지방 이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정주 여건으로 비록 직업 자체의 선호는 비교 우위에 있더라도 장소에 따라 생기는 경쟁력을 인정하고 이를 위하여 보상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대학의 구성원 수가 늘어나면서 기숙사와 교수아파트의 부족과 함께 건설한 지 오래되어 낙후된 시설도 적절히 시기에 뒤쳐지지 않도록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결국 대학에 만족하는 학생과 교수가 많은 대학은 장기적인 발전이 가능하지만 내부 구성원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장기적으로 우수한 학생이나 교수의 유치는 어려워지게 되는 평범한 사실로부터 한편으로는 사소해 보일지도 모르는 구성원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