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학발벤쳐 -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위하여
[종합] 대학발벤쳐 -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위하여
  • 박재현 기자
  • 승인 2011.09.28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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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의 대학발 벤처 창업, 어디까지 왔나?

1. 창업 활성화 위해 무엇을 했나

 2010년 두 명의 스탠포드 재학생이 펄스(Pulse)라는 아이패드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감성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출처로부터 다양한 뉴스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유료 어플리케이션은 제작자인 학생들을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게 해 주었다. 뉴욕타임즈, CNN, NBC 등 미국 내 유명 언론사에서 소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애플사에서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개발자 컨퍼런스(WWDC2010)에서 스티브 잡스가 기조연설에서 성공적인 어플리케이션으로 언급하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중요한 일은 그 이후에 일어났다. 펄스를 개발한 두 명의 학생은 스탠포드 졸업 후 실리콘밸리 내 팔로알토에 알폰소랩(Alphonso Labs)이라는 벤처 회사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실리콘밸리 내외 유수의 벤처캐피탈로부터 천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우리대학이라고 해서 대학발 벤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대학이 출자해서 2006년에 설립한 NSB포스텍은 유리 슬라이드에 각종 DNA 및 단백질을 코딩할 수 있게 해주는 나노콘(Nanocone) 기술을 상용화했다. 우리대학과 포스코에서 100억여 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지원했고, 2008년 2월 학교기업에서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된 이후 공격적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미국 프레드 허치슨 암 연구센터와 공동연구를 시작으로 미국 바이오칩 전문기업인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s)사를 인수했으며, 보스턴 투자창업회사를 통해 50억 원 이상의 미국계 민간자금을 유치했다. 최근에는 국내기업인 동아제약과 양해각서를 체결하였고, 한독약품으로부터 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와 같은 벤처기업의 성공사례는 너무나도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우선 벤처기업과 대학발 벤처에 대한 개념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벤처기업협회에서는 벤처기업을 ‘개인 또는 소수의 창업인이 위험성은 크지만 성공할 경우 높은 기대수익이 예상되는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독자적인 기반 위에서 사업화하려는 신생중소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대학발 벤처란 일반적으로 벤처기업 중에서 창업인이 대학 소속에서 출발했거나 대학의 중요한 원천기술을 이전받은 경우, 대학의 창업보육시설에 입주한 경우, 대학이 직접 출자해서 설립한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즉,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사례는 모두 대학발 벤처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에서는 대학발 벤처, 좁은 의미로는 교직원과 학생들의 창업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우리대학이 관련된 대표적인 창업지원 기관으로는 창업보육센터, 포항테크노파크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에는 창업보육센터에 대한 조항이 마련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창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창업자에게 시설, 장소를 제공하고 경영, 기술 분야에 대하여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대학도 98년에 설립된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직접 지원을 받거나 각종 세금 혜택을 받고 있다. 얼마 전 합병 건으로 다른 회사의 우회상장을 도와준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빚었지만, 코스닥 상장으로 유명해진 포스텍 실험실 벤처 1호 사이버다임이 창업보육센터 1기 기업이다.

 포항테크노파크는 연일지구에 87만평, 3천억 규모로 세운다는 거창한 계획으로 시작되었다가 IMF와 현실성 문제로 약 5백억 규모로 축소되어 현재의 모습으로 세워졌다. 2002년에 본부동 및 제1벤처동을 시작으로 현재 제4벤처동까지 준공되었다. 산학연 기술혁신 주체들의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거점으로 마련되었으며 우리대학 뿐만이 아니라 주변 지역대학, 포항시, 포스코가 주관하는 사업의 형태로 시작되었다. 엄밀히 따지면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영국의 사이언스파크를 모델로 하여 정부와 지자체의 주도로 세워진 전국에 산재한 18개 테크노파크 중 하나이다. 하지만 다른 17개 테크노파크가 모두 광역시와 도 단위에서 설립된 데에 비해서 포항테크노파크는 유일하게 지방 군소 시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그만큼 우리대학의 역량과 가능성을 믿고 추진된 것이다. 숙취해소 음료로 유명한 푸드사이언스가 현재 포항테크노파크에 입주해 있는 대표 벤처 중 하나이다.

2. 포스텍 대학발 벤처, 무엇이 필요한가

 과연 우리대학의 대학발 벤처에 대한 노력이 그에 상응한 결과물을 내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2008년 벤처경영연구학술지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대학의 대학발 벤처 순위는 규모 면에서 10위권 밖에 있다. 물론 종합대가 아니고 소수정예이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연구중심대학으로서 벤처 창업에 필수적인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는 면을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대학 구성원들의 활발한 창업을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문제는 금전적인 측면이다. 이는 비단 우리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발 벤처 전체의 문제점이다. 창업보육센터와 테크노파크도 결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주는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지만 민간 지원의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실리콘밸리하면 창업도우미로서 벤처캐피탈이 대명사처럼 떠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기능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우리대학과 관련한 벤처캐피탈로 97년에 포스텍기술투자가 설립되었다. 당시에는 벤처 붐이 일기 전이었지만 창업보육센터뿐만이 아니라 벤처캐피탈까지 운용하는 기염으로 우리대학이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2004년에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로서의 등록을 말소하고 신기술사업금융회사로 등록하면서 같은 벤처캐피탈이지만 새로 창업하는 벤처보다는 좋은 기술을 보유하여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현재 포스텍기술투자의 투자기업을 보면 십여 개의 코스닥 등록기업이 포함되어 있다.

 구성원들의 열정 부족과 이를 부추기는 사회적 배경도 문제가 된다. 벤처는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위험을 안고 가는 사업이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안정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배경 때문에 대학발 벤처가 많이 생기지 못하는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의 하나도 안정적이지 못한 사회적 지위 때문인데, 같은 원리가 여기에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기본적인 인프라의 부족을 탓해도 여기저기 찾아보면 구원의 손길을 찾을 수 있다.

 모든 졸업생들이 창업한다고 나서면 문제가 생기겠지만, 산학연 협동의 구체적인 실현을 통하여 연구결과를 사회에 전파한다는 우리대학의 건학이념을 보고서라도 대학 구성원의 진취성과 창업 욕망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 이미 국내에서 손꼽히는 연구중심대학이 되었지만, 우리대학의 입학원서를 뽑아든 순간부터 그리고 교수 임용에 지원한 순간부터 우리대학 구성원의 벤처 정신은 인정받은 것이다. 대학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러한 정신을 고양시켜야할 것이다. 우리대학 학부 벤처창업동아리(ENP) 전 회장 전영환(산경 08) 학우는 “서울대나 카이스트 등 국내 타대학에는 창업휴학이라고 해서 학사과정 학생이 3년 정도 기간 창업을 추진해볼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우리대학에도 이러한 제도가 마련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대학 차원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구성원의 자체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학기에 개설되었던 강의인 ‘벤처창업: 이론과 실제’는 모처럼 좋은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이 과목에서는 기계공학과 박성진 교수의 개인적인 벤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벤처를 운영하고 있는 많은 동문들이 연사로 참여했다. 그밖에 동문 혹은 타 대학 출신 벤처 사업가들이 세미나를 통해 우리대학의 학사과정생, 대학원생들에게 그들만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벤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기회를 통해, 10년 아니 5년 안에 우리대학에서도 스타 벤처 기업가가 나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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