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고등학교의 연장이 아닌 대학의 시작이 되자
[지곡골목소리] 고등학교의 연장이 아닌 대학의 시작이 되자
  • 이현 / 컴공 10
  • 승인 2011.09.0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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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어른이 되나 하고 기다리던 어릴 적 시절이 기억나는가. 매년 설날마다 떡국을 한 그릇씩 더 먹으면 나이를 빨리 먹을 수 있을까 하고 떡국을 몇 그릇이나 먹기도 하였고, 조금 더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어른들이 하는 옷차림이나 화장 등을 해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느덧 필자가 대학에 입학한 지도 2년이란 시간이 다 되어간다. 힘든 과제와 수업, 그리고 동아리 활동이나 준비위원회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금세 2년 차 후반이란 시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아직 사회에 나갈 준비도 안 되었는데 벌써 대학생활의 반이 지나간 것 같아서 후회도 들고, 앞으로 나갈 생각을 하니 두려움도 드는 게 현실이다.

 포스텍에서 2년 동안 살면서 많은 것이 제공되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많은 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 중 가장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이 대외활동이다. 포항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공과대학이라는 특수성, 대학원 진학의 보편성 때문에 포스텍에서는 다른 대학에서 대외활동이라 불리는 것에 대하여 학생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느낌이 든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이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낭만적인 캠퍼스 생활을 꿈꾸었을 것이다. 대외활동도 이러한 캠퍼스 생활의 일부일 것인데, 이렇게 낭만에 넘쳤던 포스테키안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너무 수동적인 삶을 사는 기계로 바뀌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 본다.

 다른 학교에 있는 필자의 친구들 이야기를 잠시 해 보자. 한 친구는 ROTC를 신청해 놓고 이제부터 취업 준비를 하겠다고 여러 가지 자격증을 따며, 공인영어시험 공부를 하고, 여러 가지 대외활동과 같은 소위 말하는 ‘스펙’이란 것을 쌓고 있다. 그 친구의 학교는 포스텍보다 지원, 사회적 인지도나 교육 수준에서도 부족함을 알고 있으나, 벌써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고 대외활동을 통한 사회경험을 쌓고 있는 그 친구가 매우 부러웠다. 또한, 나 자신의 대학생활에 대해서 회의를 느꼈다. 필자는 많은 동아리활동 등의 교내활동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해 보았다고 자부하고 있었으나, 그것은 우물 안 개구리의 생각이었을 뿐이며, 사회생활에는 아직 풋내기였고, 학교가 제공해 주는 것에 너무 안주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밖으로 나가보자. 온실 속의 화초보다는 야생의 잡초가 되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무균실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는 무균돼지보다 가속기 뒷산을 자기 구역 삼아 뛰어다니는 멧돼지와 같은 삶이 더욱더 인간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는 만큼 술과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 계획을 세워서 보람찬 대외활동을 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