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임 총장에게 바란다.
[사설] 신임 총장에게 바란다.
  • .
  • 승인 2011.06.08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1년 9월부터 4년간 우리학교를 이끌 제6대 총장으로 미국 시애틀 소재 워싱턴대학교의 김용민 교수가 선임되었다. 초대 김호길 총장 이래 처음으로 외부 출신 즉 현재 우리학교 교수가 아닌 총장이 탄생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미국 대학에서의 행정 경험이 있는 총장이 부임한다는 점에서 이번 총장 선임은 구성원들 사이에 이전과는 다른 큰 기대와 함께 적지 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국내 모 대학에 부임한 미국 대학에서의 행정 경험이 있는 외부 출신의 신임 총장이 내부 출신의 총장들은 시도하지 못했던 혁신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변화를 단기간에 몰고 오는 것을 보아왔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가 국가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해당 대학의 인지도가 크게 상승하고 거액의 정부 지원금 및 기부금이 연이어 쾌척되는 것을 보아왔고, 한편으로 그러한 변화의 결과 그 대학에서 일어나는 여러현상 또한 보아왔다. 따라서 유사한 배경을 가진 외부 출신의 신임 총장을 맞이하는 우리대학의 구성원이 큰 기대와 함께 적지 않은 우려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겠다.

 미국 대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우리대학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제도들을 찾아내어 이를 시행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마도 김 신임 총장이 오랜 미국 대학에서의 경험을 잘 살리는 가장 쉽고도 빠른 길일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제도 중, 작게는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지고 있는 주차 공간의 확보겫龜?및 유료화,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주거시설 신축 및 그에 따른 가격의 차등화에서부터, 크게는 수업의 일부임에도 공식적으로 교수들에게 요구되지 않고 있는 오피스 아우어(office hour)제도의 엄격한 시행 및 강의 평가, 그리고 보다 밀도 있는 연구 및 과제 수행을 위해 학교에 연구비의 일부를 추가로 내고 강의시수를 줄여 받는 바이 아웃(buyout)제도의 시행 등은 심도 있게 검토될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잘 시행되고 있는 미국 대학의 여러 제도들도 우리나라의 기후와 토양에 맞지 않으면 그 성공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김 신임 총장에게 바라는 첫 번째는, 한국적 현실에 두 발을 굳건히 딛고서 변화를 추구해 달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러한 변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소위 언론 플레이의 유혹을 이겨내 달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유수 학회의 펠로우로 선임된 교수를 정년 보장 심사에서 탈락시키고 심사에서 탈락한 교수들은 대부분 곧 대학을 떠나야 할 것처럼 알리거나, 명백히 수학 능력이 부족한 학생임에도 전형 다각화라는 이름하에 그런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알리기 위해 기자들을 불러 모은다면, 김 신임총장과 우리 학교의 이름은 단기간에 어렵지 않게 언론에 크게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러 제도의 검토 과정에서부터 또는 필요한 후속 조치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저런 제도의 시행이 언론에 오르내린다면 우리 구성원들은 그러한 변화의 진정성에 대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변화인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의미 있는 조용한 변화만이 장기적으로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됨을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어떤 리더도 성공한 리더로 기억되고 싶어 하지 실패한 리더로 기억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류의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만 보더라도 어떤 조직이든 성공한 리더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자는 어리석은 자라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김 신임 총장에게는 유사한 배경을 가진 외부 출신의 총장이 국내 대학에 부임하여 이끌어낸 성공과 실패의 기록이 가까이 있다. 김 신임 총장이 이런 기록을 면밀히 분석하고 연구하여 한편으로는 귀감으로 한편으로는 타산지석으로 삼으며 우리학교를 이끌어 성공적인 총장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