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포츠의 즐거움을 말한다
[사설] 스포츠의 즐거움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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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1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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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eigler에 따르면 넓은 의미로서의 스포츠 활동은 경험에 의한 인간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여기서의 변화란 당연히 스포츠의 순기능적 효과에 다름 아닐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인간에게 이처럼 긍정적 효용을 가져다주는 스포츠의 낙(樂)은 어떤 것일까?

 먼저, 휴양 및 기분 전환의 즐거움이다. 현대인의 일상은 주지하다시피 스트레스의 연속선상에 있다. 스포츠는 이러한 유해한 환경적 자극에서 자유로워지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인자로부터 인간의 정신을 방어함으로써 강건하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한다.

 아울러 여러 스포츠 활동들을 통해 부수적으로 따라 오는 일상의 다양한 모습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경험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인간은 기분전환과 더불어 심적 여유와 풍요도 느끼게 된다. 윈드서핑을 하며 바라보는 탁 트인 바다 풍경은 모래밭에 앉아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축구장이나 골프장의 잔디가 주는 느낌이나 스킨 스쿠버를 할 때 보이는 바다 속 풍경, 스키장의 하얀 설원 등은 눈으로 보기만 할 때의 감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직접 스포츠 활동에 참여했을 때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색다른 느낌이며 풍경들이다. 일본에 가면 志賀高原(시가고원)이라는 곳이 있다. 21개의 스키장이 한 곳에 모여 있고, 모든 스키장이 스키코스로 연결이 되어 있는 곳으로 이들 스키장들을 스키를 타고 대충 둘러보려면 적어도 이틀 이상이 걸리는 곳이다. 그런데 각 스키장마다 가지고 있는 풍광은 전혀 다르다. 어떤 곳은 거대한 수빙(樹氷)숲에 입이 벌어지고, 어떤 곳은 반대쪽 산들의 경치가 아름다우며 어떤 곳은 거대한 스키코스가 주는 장엄함에 압도당한다. 최정상에서의 눈 속에 비춰지는 에메랄드 색 영롱한 빛 또한 아름답다. 새로운 세상의 경험을 통해 인간의 삶은 한층 고양(高揚)되기도 한다. 이처럼 스포츠는 인간의 정신 건강을 방어해 주는 본래적 기능과 함께 부수적으로 따라 오는 새로운 체험들이 휴식과 기분 전환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두 번째로 스포츠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인내도 배우고 고통 속의 희열(喜悅)도 경험할 수 있다.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스포츠는 자기가 자기에게 부과한 노동이기에 그로 인한 고통도 즐겁다고 하였다. 스포츠를 행하는 과정에서 인내도 배우고 노력의 과정에서 맺게 되는 결실의 희열도 느끼게 된다. 오래전 TV에서 사진촬영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 관한 방송이 있었다. 어떤 아마추어 사진작가는 자신은 늘 같은 장소만 찍는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같은 장소임에도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일이 즐거워서라고 답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도 연륜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은 경험처럼 스포츠도 지속적인 참여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흥미로운 예를 들면 검도를 배우고 3단 정도가 되면 겨루기를 할 때 상대 검의 움직임이 보인다고 한다. 6단 정도가 되면 상대 몸의 움직임을 볼 수 있게 되며, 최고수인 9단이 되면 상대의 마음이 보인다고들 한다. 상대의 마음을 보는 9단이 되려면 최소 45년이 걸린다는 것이 정설이다. 골프 역시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기능레벨에 따라 각기 다른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스포츠의 오랜 활동 과정을 통해 인내도 얻게 되고 단계별로 얻어지는 희열도 만끽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스포츠 활동의 지속적인 참여를 통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습득한 기능을 전수할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맹자의 <진심장>에는 군자삼락(君子三樂)이 나온다. 그중의 하나가 천하의 뛰어난 인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라 하였다. 어떤 스포츠 종목이든 기능이 좋은 사람에게는 갤러리들이 생기게 된다. 이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고 전수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큰 즐거움이라고 한다. 많은 프로 스키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다 아름다운 동작들을 선보이고 싶어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연마한다고 한다. 덤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능을 전해주는 즐거움 또한 누릴 수 있다. 우리 대학에서 스포츠 동아리에 열심히 참가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기능을 후배들에게 열심히 전해주고 있다. 이는 자신의 전공과 다른 분야의 지식을 타인에게 전해줄 수 있다는 자부심과 맹자처럼 타인을 지도하면서 얻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웰빙 바람으로 거의 모든 직장에는 각종 스포츠 모임이 있으며, 스포츠가 교양이 되었다. 즉 스포츠를 통해 다양한 커뮤니티에 소속될 수 있다. 자신의 전공에 매진함과 동시에 일상에서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서 지속적인 스포츠 활동에 참여한다면 대학을 졸업하고 장래 직업을 가졌을 때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스포츠 활동은 기본적으로 즐거워야 가능하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는 논어의 구절이 말해 주듯 운동을 시작하려면 먼저 그 운동이 자신에게 흥미롭고 즐거워야 한다. 스포츠를 시작하기에는 대학 시절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포스텍을 졸업한 학생들은 모두 한 가지 이상의 운동특기를 가지고 있더구먼”하는 말을 사회에서 들을 수 있도록 자신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운동 종목을 택해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