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업 부담 극복하기
[사설] 학업 부담 극복하기
  • .
  • 승인 2011.05.04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중요한 인생의 전환기를 몇 번 맞는다. 그 중의 하나가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 시기가 아닌가 싶다. 학생의 신분이 계속되기는 하지만 대학교는 초ㆍ중ㆍ고등학교 때와는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다른 세상에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많은 기회가 주어짐과 동시에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치게 된다. 대학 신입생으로서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은 아마 학업과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매우 치열한 경쟁을 경험하고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특히 명문대 신입생들은 고등학생 시절에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여 우수한 성적을 얻은 수재들이기에 학업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많은 신입생들이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수재들만이 모여 경쟁하다보면 여기서도 학업능력의 우열이 갈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수재 소리만 듣는데 익숙한 학생들이 때로는 최선을 다해도 중간 그룹에도 들기 힘들다는 현실을 직면할 때 좌절감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카이스트 사태를 지켜보면서 학교의 특성이 매우 유사한 우리대학 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대학에서의 학업은 고등학교에서의 그것과 여러 가지 차원에서 다르다. 우리대학에서와 같이 이공계 전공을 공부하려면 교재가 모두 영문이고, 강의가 대부분 영어로 진행되니 이에 적응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일반고 졸업생들에게는 수학, 과학 분야에서 대학과정의 상당 부분을 이미 교육받고 입학한 과학고 졸업생들과의 격차도 극복해야 할 부담이다. 대학교 지도교수님들은 고등학교 담임선생님들과는 상당히 다르고 자주 교류하고 지도를 얻기도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부족한 부분을 고등학교 때와 같이 과외나 학원을 따로 다녀 보충할 수도 없으니 모든 것을 기본적으로 자력으로 극복해야 하는데 모든 학생들이 이러한 난관들을 극복하는데 능숙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부담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쉬운 해결법은 없다. 꾸준히 학업에 매진하며 점진적으로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밖에 왕도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학생들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모든 것을 단기간에 성취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학생활을 설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대학이 목표로 하는 과학기술분야의 지도자적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공부할 기간이 매우 길다는 것이다. 인생을 길게 보면 대학 입학하고 당장 1-2학년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크게 실망할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 분야의 인정받는 뛰어난 전문가ㆍ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 신입생부터 족히 20년 이상 부단히 공부해야 된다. 학부에서 학업이 좀 부실했으면 대학원에 진학해서 만회할 기회가 있다. 대학성적이 그리 뛰어나지 못했음에도 세계적인 석학이 된 과학기술자들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일반적으로 과학기술자들의 연구업적 성취도와 대학학부 성적과는 상관성이 높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학 학업에서 높은 성적을 성취하는 것은 분명히 과학기술자로서의 경력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한 학생들이 인생에 극복할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학생들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많은 기회들이 존재한다. 당장의 학업 부진을 절망적으로 받아들이고 자포자기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학업 부담이 주는 다른 부작용은 학생들이 너무 학점 취득과 전공 공부에만 집착하게 하는 것이다. 대학생이 재학 중 해야 될 일이 전공 공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 4년은 전문지식 습득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반적인 역량을 키우는 소중한 시기이다. 인문사회적 소양ㆍ어학 실력ㆍ인간 관계ㆍ취미 활동 등도 대학 때 익혀두지 않으면 나중에 성취하기 힘든 인생의 소중한 부분들이다. 이러한 것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당장의 학점에 반영되지 않기에 전공 공부를 따라가기도 벅찬 우리학교 학생들에게는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일이 되기가 쉽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앞으로의 인생에 전문지식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학업의 부담에 짓눌려 균형 잡힌 실력 연마와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놓친다면 후회가 남는 대학생활이 될 것이다.

 대학생활에서 학업에 대한 부담은 누구에게나 있고 또한 필요하다. 학업에 부담을 느끼지 못하고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 있다면 그는 다만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학업의 부담이 자신을 억누르게 하지 말고 이를 생산적으로 활용하라. 이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동기를 유발시키고, 더욱 부지런하게 생활하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자극제이다. 학업의 부담 때문에 단기적인 학점 올리기에만 매달리지 말고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간과 노력을 분배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 학업의 부담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학생이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성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