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정치활동 금지학칙 과연 올바를까?
[독자논단] 정치활동 금지학칙 과연 올바를까?
  • 최성철 / 산경 통합 06
  • 승인 2011.04.13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적 시각으로만 문제 보는 것은 옳지 않아
금지학칙 자체가 정치적 의미 있을 수도


 최근 포항의 H모 대학에서 재미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교수가 수업 중에 수업내용과 관련없이 현 정권에 대해 비판했고, 대학당국은 해당 교수를 징계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대학의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은 징계 반대 성명을 발표하며 대학당국을 비판하고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서울의 대학생들은 최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모여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시위를 가졌다. 연 1,000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과 연 2,000만 원에 이르는 교육비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시위는 많은 언론에서 주목을 받았다.

 어떤 사람들은 위의 두 사건을 상아탑에서 일어난 정치적 사건으로 판단한다. 정권을 비판했다는 교수에 대한 징계는 다분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고, ‘반값 등록금’ 공약이 포퓰리즘적이라며 반대하는 정치적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보는 사람도 존재한다. 교수의 징계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대학당국의 최후의 노력이라고 설명하는 집단이 존재하며, ‘반값 등록금’ 문제는 단지 교육과 관련된 경제적 문제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과연 위의 두 사건은 정치적 사건일까, 아닐까? 그 해답은 오직 개인의 가치관과 판단에 의해서만 결정될지도 모른다.

 포항공과대학교 학칙 제21장 73조는 학내에서의 정치활동과 학외에서의 대학명의의 정치적 활동을 징계할 수 있음을 공표하고 있다. 이 학칙대로라면 교내에서 한 학생이 4대강 반대를 위한 서명활동을 한다면 징계를 당할 위험이 있다. 만약 총학생회가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4대강 반대를 외친 학생은 환경보호를 위해 활동했다고 말할 수 있고, 총학생회는 한 개인의 죽음을 애도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위의 사건은 정치적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을 했다. 사회가 구성되면 그 안에 정치가 생기기 마련이며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들은 그 정치에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이 정치적이고 무엇이 아닌지 그 경계마저 모호하며 인간의 모든 활동이 어쩌면 정치와 연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 여러 논란 속에서도 해당 학칙은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굳이 인간이 정치적 동물이라는 표현을 빌려 해당 학칙의 불필요성을 주장하지 않아도, 해당 학칙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할 수 있으며, ‘정치적 자유’ 또한 침해하고 있다. 누군가 해당 교칙을 가지고 소송을 낸다면 십중팔구 교칙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포스텍이 개교한 지 20년이 넘었다. 최루탄 가스와 ‘꽃병’이 대학가를 수놓을 때 생긴 해당 학칙은 언제까지 우리가 안고 가야 할까? 언제까지 인간의 기본적인 사회활동인 정치활동을 포스텍 학생들은 포기해야 할까? 무엇이 정치적 활동인지도 명확하지 않는, 즉 법적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해당 교칙은 언제까지 유지되어야 할까? 해당 교칙이야 말로 가장 정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교칙이 아닐까? 해묵은 논쟁이지만 다시 한 번 구성원에게 묻고 싶다. 정치활동 금지학칙 과연 올바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