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며
[사설]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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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4.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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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비영리단체의 경영’이라는 저서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내가 비영리단체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하면 (중략) ‘영리단체의 기업 경영에 대한 책을 쓰고 연구하며 자문을 받던 분이 비영리단체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다는 것입니까?’로 시작하여 ‘그들이 기금조성 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입니까?’라고 묻는 것이 고작이다. 그때마다 나는 ‘아닙니다. 나는 그들의 목적과 사명을 구현하고 그러한 목적과 사명을 완수할 수 있는 지도력이나 경영에 관한 것을 함께 연구하며 개발합니다’라고 설명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막무가내로 ‘그것은 기업경영과 같은 것 아닙니까?’하면서 대들기 일쑤였다.” 경영학의 대가였던 그도 대학의 학장을 맡았을 때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백한다. 영리단체와 비영리단체의 경영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많은 기업들이 경영 활동을 함에 있어 고객만족이 최우선이라는 말을 한다. 자연스러운 질문은 그렇다면 누가 우리의 고객인가라는 것이 되고, 이에 대한 답으로 흔히들 기업 구성원의 급여가 누구의 지갑에서 나왔는가로 고객을 정의한다. 이러한 고객의 정의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있어서는 적절하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언젠가 어느 회의 중에 우리대학의 고객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관, 과제를 주는 기업이 우리대학의 고객이다’라는 답이 나왔다고 한다. 물론 연구 기관으로서 우리대학의 고객이 우리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관과 기업이 될 수 있겠으나, 교육 기관으로서 우리대학의 고객은 학생과 우리 사회 그리고 국가이며, 이러한 연구와 교육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하는 직원의 고객은 교원과 학생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고객이 어느 한 부류의 사람들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은 영리단체와 비영리단체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이며 특히 우리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의 경우 구성원들이 또한 동시에 고객이 된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소통’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의 정치ㆍ사회ㆍ문화 전반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우리대학과 같은 비영리 단체는 리더들과 구성원들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그 구성원들이 단체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조건이 된다. 예를 들어 확정된 학교의 정책들을 정상적인 내부 경로가 아닌 외부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되는 일이 발생하면 구성원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자신이 소외되었음을 깨닫게 되고 그런 일이 빈번히 발생하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단체의 리더들에게 분노하게 되고 그들에 대한 분노가 잦아지면 결국 자신과 단체의 미래에 대해 절망하게 될 터인데, 만족감이 아닌 절망감을 주는 단체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통’을, 정책 결정 및 집행권을 가진 리더들이 구성원의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듣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잠시 일어났던 소통에 대한 희망은 곧 더 큰 절망으로 변할 것이다. 경영이란, 제한된 자원을 우선순위에 따라 집행하는 냉정한 최적화 과정이기 때문에 많은 구성원의 소리를 들어봤자 어차피 다 대학의 정책으로 집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통은 대학의 여러 가능한 정책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많은 구성원들로부터 듣는 과정뿐만 아니라 그렇게 모은 소원 목록에 우선순위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더욱 필요하다. 구성원들의 선호도를 물어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갱신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로 많은 자원이 소비되며 이렇게 파악된 우선순위와 리더들이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서로 다를 경우 소통은 더욱 더 요구되며 이를 위해 더 많은 자원이 소비된다. 이러한 많은 자원의 소비는 일견 낭비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리더들의 구성원들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통해서만 우선순위가 왜 그렇게 결정되었는지에 대한 이해와 승복이 있을 수 있고, 이해와 승복에서 오는 공감대의 형성을 통해서만 성공적인 정책 실현을 위해 구성원들이 헌신적으로 나서기를 리더들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평교수ㆍ직원ㆍ학생들도 소통을 리더들의 책임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대학의 발전을 위해 능동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우선순위의 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결정과정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책임감을 가지고 주위에 전파하며, 우선순위가 결정된 후에는 어떤 이유로 그렇게 결정되었는지에 대해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우리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원활한 소통을 통해, 우리나라와 인류사회 발전에 공헌한다는 건학이념의 구현을 향해 매진하는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