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그동안 막혔던 코를 뚫자
[독자논단] 그동안 막혔던 코를 뚫자
  • 정해성 / 기계 09
  • 승인 2011.03.0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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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의 다양한 경험은 중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가장 열심히 하길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졸업했던 비염 증세가 얼마 전 필자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비염 증세는 보통 코막힘과 잦은 콧물 흐름을 동반한다. 어릴 적 이 비염에 시달리며 가장 궁금했던 것은 ‘왜 두 개의 콧구멍이 번갈아 가며 막히는 것인가?’였다. 한 쪽이 막혀 갑갑해지면 다른 방향으로 몸을 뉘어보지만 이내 다른 쪽이 막혀버린다. ‘죽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하면 간단한 답이 되겠지만, 마음에 품었던 상념에 사로잡히게 되는 밤에 이런 현상을 자주 겪다보니 인생을 살아가며 한쪽 방향으로만 치우치면, 막혀버리는 코처럼 사람도 답답함을 느낀다는 점이 인생과 코는 어쩌면 닮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에 다다른다.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은 보통 대학입시라는 하나의 관심사만을 가지도록 사회, 교사, 부모로부터 요구받는다. 우수한 우리대학 학생들은 대부분 이 요구를 만족시키면서 바람직한 아들, 딸로 자라왔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입학의 문턱을 넘어서면, 부모님과 함께 살며 대학입시라는 큰 벽 앞에 숱한 제약을 받아왔던 시절과 달리 비교적 생활의 자유로움이 보장된다. 동아리 활동, 자치단체 활동 등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나갈 수 있게 되며, 때로는 자신이 미처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곳에도 관심을 갖고 경험을 쌓는다. 이에 신입생들이 느낄만한 ‘다양한 경험’에서 오는 고민에 대한 조언을 하고자 한다.

 대학에서의 다양한 경험은 배움만큼이나 중요하다. 다양한 경험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자양분이 되고, 더 성숙한 자아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더 나아가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인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많은 대학생들이 하는 것처럼 필자는 대학생활을 하는데 ‘다양한 경험’을 좌우명으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답을 얻을 수 없었던 ‘다양한 경험’에 회의를 느끼며 고민하던 중 ‘포스텍 멘토십 프로그램’을 통해 양명승 원자력연구원 원장님을 멘토로 뵐 기회가 있었다.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고 있지만, 경험을 통해서 정작 제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라는 고민에 원장님은 “지금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가장 열심히 하세요. 학생이면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고, 그 시절에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야죠. 연애도 열심히 하고”라는 답을 주셨다. 어쩌면 구체적이지 않고 애매한 답변이지만 필자의 고민해결을 위한 최고의 정답이었다. 무조건 많은 경험을 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는 오랜 고민을 털어주며 필자에게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정문일침이 되었으며 신입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기도 하다.

 대학생활에 대한 조언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흔해빠진 이야기이기 마련이다. 대학에 입학한 지 이제 2년을 갓 넘긴 필자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고민해왔기에 신입생들에게 고민의 결과를 전해주고 싶다.

 대학에 입학하며, 입시라는 문제로 오랜 시간동안 막혀있었던 코를 시원하게 뚫어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비염으로 고생할 때 코가 막힌다고 코를 마구잡이로 풀면 어떻게 되는가. 코 주변이 헐어 따갑게 된다. 다양한 경험을 하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선택한 일에 자강불식하자! 방황하고 있다면 교수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라. 포스텍의 구성원은 그 누구보다 친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