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각자의 본분에 충실하자
[사설] 각자의 본분에 충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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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3.0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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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이나 조직이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대학에는 다른 일반 조직에 비해 많은 자율성이 주어지기 때문에 각자에게 주어진 책무를 철저하게 수행해야 한다.

 대학을 구성하는 4대 축은 재단, 교수, 직원 그리고 학생이다. 재단은 실제적인 대학의 최고 정책 의결 기관으로 대학의 주요 정책에 대한 심의를 하고 결정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재단은 대학에 대해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고 간섭을 하여 대학의 징표인 자율성을 훼손하기도 한다. 일부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단과 교수 학생의 대립이 우리 대학에서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재단은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결정하여야 한다. 재단에게 주어진 또 다른 책무는 기금을 확보하고 확충하는 것이다. 최근 외부 보도에 의하면, 우리대학 재단이 투자한 금융 기관의 부실로 인하여 상당액의 기금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이는 보다 많은 기금을 확충하려는 과정에서 생겨난 일이지만, 차후 기금 운영은 보다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투자 리스크를 판단하는 구조적이며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교수의 본분은 연구와 교육이다.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는 우리대학은 연구의 질적인 측면과 양적인 측면 모두에서 국내 최정상이다. 그러나 교수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정성은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교수 평가에 있어서 교육보다 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또한 교수들은 연구 관련 회의, 연구비 신청 및 보고서 작성, 외부 위원회 활동 등으로 교육에 투자할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여러 가지 일로 바쁘겠지만 교수들은 교육도 연구 성과만큼 중요한 것임을 기억하고 매 시간 열과 성을 다해 수업에 임하여야 한다. 특히 최근 학부 졸업생들의 본교 대학원 진학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사실은 학부 교육에 대한 교수진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학부 교육의 부실이 우리 대학 졸업생들을 타 대학 대학원이나 외국 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한편 교수들은 학생들이 닮고 싶어 하는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 이는 높은 연구 업적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인성적인 측면에서 학생들이 본받고 싶어 하는 스승이 되어야 한다.

 대학을 구성하는 또 다른 중심축은 직원이다. 직원들에게는 교수들의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고 학생들을 돌보아주는 막중한 역할이 주어졌다. 직원은 대학의 핵심적인 임무를 담당하면서도 그 역할이 잘 드러나지 않는 주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칫 냉소적이 되거나 업무에 대한 열정이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직원들이야 말로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교수들은 대개 길어야 2년 정도 보직을 맡기 때문에 자기가 맡고 있는 직무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 직원들의 풍부한 업무 경험과 전문성은 교수들의 업무 미숙과 전문성 부족을 메워줄 수 있다. 직원들은 이를 명심하고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한편, 대학은 직원들이 자기 업무 분야의 전문가가 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여야 하고 우수한 직원들에게는 파격적인 대우와 적절한 보상을 실시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자신의 본분인 학업에 매진하여야 한다. 학업은 등한시 하면서, 과외 활동이나 다른 일에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학생의 본분을 망각한 행동이다. 특히 우리 대학 학생들은 자기들이 받는 다양한 혜택이 국민의 세금에서 온 것임을 명심하고 이를 감사하고 사회에 돌려 줄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또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소외된 계층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도와야 한다.

 대학을 구성하는 각 주체들이 각자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할 때 우리 대학은 진정한 세계 일류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새 학기를 맞아 각자의 본분을 가슴에 새기고 심기일전의 자세로 앞으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