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날고 싶은 갈매기, 그리고 게으른 타조
[사설] 날고 싶은 갈매기, 그리고 게으른 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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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2.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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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시 2월이 왔다. 2월이 되면 우리대학만이 아니라 많은 학교에서 졸업식이 거행된다. 요즘 일부 학생들이 졸업식을 마치고 교복을 찢거나 밀가루를 뿌리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는 알몸 뒤풀이를 한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지만, 사실 졸업은 우리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하고 엄숙한 과정 중의 하나이다. 졸업식의 영어 표현은 ‘commencement’로 이 단어는 본래 ‘시작’을 의미한다. 졸업식이란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하나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매듭짓게 된 것에 대해 축하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 다음의 과정을 도전하는 시작점이기에 그런 단어가 사용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꽃다발로 그 동안의 노고를 축하하며 새로 시작할 또 하나의 과정에서의 성공을 빌어주는 것이리라.

 우리의 인생은 중간에 있는 여러 개의 작은 산들을 오르고 넘으며 정복해 나아가는 태산에 비유할 수 있다. 그 태산은 우리의 이상이며 삶의 목표이고, 그 높이는 이상의 높이에 비례한다. 따라서 우리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간에 있는 작은 산을 하나씩 정복해 나가야 하고, 작은 산 하나를 정복한 것을 기념하는 것이 바로 졸업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졸업을 하는 시점에서 산 하나를 정복한 것을 기뻐함과 동시에 새로이 정복할 대상인 다음의 산을 오르기 위해 신발끈을 다시 고쳐 묶어야 한다. 그러나 그 작은 산을 오를 때는 선생님이나 교수님이라는 가이드들이 안내와 지도를 해주었지만 작은 산들을 정복하고 주봉인 태산을 오를 때는 그 동안 가이드에게 배운 것들을 기반으로 가이드 없이 혼자서 산을 올라야만 한다. 오늘 졸업을 하는 우리 자랑스러운 졸업생들은 바로 이 위치에 서 있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이다. 우리 졸업생들이 지금부터 가지는 마음의 자세에 따라 커다란 산을 오를 수도 있고 그러지 못하고 산에서 헤매다 끝날 수도 있다.

 필자는 오늘 두 가지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하나는, Richard Bach의 그 유명한 소설인 “Jonathan Livingston Seagull”의 내용이다. 이 책에서 먹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다른 보통 갈매기들과는 달리 갈매기 조나단에게는 먹는 것보다 나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무리로부터 추방을 당하면서도 피나는 노력과 인내로 비행술을 연마하여 가장 높이 날 수 있고 최고의 비행술을 가진 갈매기가 된다. 위의 책은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명언을 남기며,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한 삶 속에서도 자신이 진정으로 이루고자 하는 꿈을 설정하고, 엄청난 인고의 노력으로 그 꿈을 이루어 가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가르쳐 준다. 다른 하나의 이야기는 필자가 알고 있는 (정설은 아님) 타조의 설화에 관한 것이다. 타조는 머리 높이가 약 2.5m, 몸무게가 약 150kg까지 나가는 큰 덩치의 조류로 날지는 못하지만 시속 90km까지 달릴 수 있다. 하지만 타조는 원래 먹이를 찾아 하늘을 자유롭게 날던 새였다. 그런데 이 녀석은 식탐이 많고 나는 것을 싫어했던 게으른 새였는데 어느 날 비행 중에 먹을 것이 너무도 많은 어느 섬을 방문하게 된다. 타조는 그 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먹이를 마음껏 먹게 되어 굳이 먹이를 찾아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날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되고 그곳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러는 사이 풍족한 먹이를 마음껏 배부르게 먹은 그의 몸은 뚱뚱해져만 갔고 전혀 사용하지 않게 된 그의 날개는 급속히 퇴화가 진행되어 갔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그 섬에 먹을 것이 떨어져서 먹이를 찾아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날개 짓을 한 타조는 비만으로 커져버린 그의 몸과 퇴화해 버린 날개 때문에 더 이상 날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필자는 주위에서 타조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하늘을 높이 날 수 있는 커다란 날개를 가지고 있는 우리대학 학생들이 자신이 스스로 만든 작은 섬에 안주하여 날려고 하지 않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힘들지만 정도(正道)인 언덕길은 외면한 채 쉬운 평지길이나 내리막 길을 따라 멀고도 먼 길로 돌아가려 한다. 그들은 새롭고 가능성 있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 도전하려고 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안전한 삶에 순응하려 한다. 그들은 먼 미래의 행복보다는 당장 눈앞에 있는 이익을 쫓으려 한다. 그들은 꿈꿀 생각은 하지 않고 꿈이 꼭 필요한 것이냐고 되묻는다. 마치 타조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대학의 졸업생과 재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자신의 이상과 목표를 세우고 인내와 노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여 가장 높이 날게 된 갈매기 조나단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아니면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 안주하여 도전하려고 하지 않고 쉬운 길로만 가려 하는 타조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날아오르려 하지 않아 날개가 퇴화된 타조는 결코 다시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수 없다는 것을. 

 여러 해 동안 이곳 포스텍에서 묵묵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학문을 익히고, 연구에서 좋은 결실을 맺어 졸업하는 우리의 자랑인 졸업생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이제 여러분들은 인생의 새로운 출발선에 서있다. 졸업 후 그대들의 등에 있는 그 커다랗고 건강한 날개로 마음껏 날아서 높이 그리고 멀리 볼 수 있는 대한민국, 아니 세계 최고의 인재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래서 그대들이 그대들의 이름과 그대들의 모교인 포스텍의 위상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려 주기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와 그대들의 후배들이 그대들을 제자로 선배로 둔 것을 마음껏 자랑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